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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의 음식생활사<4>
생선식해는 5백년 전 우리 고장 별미였다
등록날짜 [ 2018년04월16일 13시41분 ]

속초 사람들이라면 다들 즐겨먹는 식해(食醢). 가자미식해를 비롯해 햇떼기식해, 명태식해, 도루묵식해, 오징어식해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런데 이 식해를 타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예전에 서울에 가서 식해 이야기를 꺼냈더니, 다들 처음 들어본 음식이라는 반응이었다. 쌀로 빚은 단술, 감주가 아니냐고 되묻는다. 그건 식혜고, 생선 식해를 잘 모른다고? 가지마나 명태 등 육질이 좋은 생선을 좁쌀과 고춧가루 등을 함께 넣어 발효시킨 음식이잖아. 속초에서는 늘상 먹는 음식이라며 한참 설명해야 했다. 지금은 음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식해는 그리 낯선 음식이 아니다. 몇 년 전 억센 뼈도 말랑말랑하게 삭혀 먹는 가자미식해가 골다공증에 좋다고 방송에 나가자, 전국에서 주문이 폭주해 지역 가자미식해가 갑자기 동이 난 적도 있다. 

속초의 특산 음식으로 가지미식해를 손꼽는 이들도 있다. 식해야말로 우리 지역에서는 일상화된 음식이다. 하지만 타 지역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다. 속초를 비롯한 동해안 북부권이 식해문화권이라고 할만도 하다.
 


- ‘간성읍지’에 임금께 식해 진상 기록

그런데 식해는 어느 지방 음식일까? 보통 우리는 속초에 정착한 함경도 실향민들이 해먹던 음식으로 알고 있다. 가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꼭 정답만도 아니다. 필자도 생선식해는 이북 아바이 음식으로 알고 있었다. 만약 수백 년 전 고성군(당시에는 간성)에서 만든 지리지를 보지 못했다면 지금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고성군의 옛 지명인 간성의 지리지인 <간성읍지>는 5백년 전인 1633년(인조11년)에 택당 이식이 현감으로 있을 때 편찬된 이래로 수차례 증·개편되어 발간되었다. 정말 놀라운 것은 5백년 전에 쓰여진 이 읍지에 ‘식해’가 나온다는 사실이다. 식해는 함경도 지방만의 고유음식이 아니라 백성들이 모두 즐겨먹던 저장음식이었다. 특히 생선이 많이 나는 동해안 바닷가의 대표음식이기도 했다.

<간성읍지>에는 당시 임금께 공납한 토산물의 공납시기와 가공상태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이를 통해 5백년 전 동해안에서 어떤 물고기가 어느 철에 많이 났는지 알 수 있고, 생선을 어떻게 가공해 먹었는지도 알 수 있다. 이렇게 공납 생선을 상세하게 기록한 읍지는 흔하지 않을 것이다.

간성읍지에는 진상하는 생선을 생물, 건어, 젓갈, 식해로 구별하고 그에 따라 진상 시기도 세밀하게 기록했다. 예를 들면 생문어는 생일이나 동지, 설날(正朝), 11월에 진상하고, 건문어는 생일이나, 동지, 설날, 3월, 5월, 9월, 11월에 진상했다.

생물인 생어(生魚)는 생문어, 생대구, 생송어, 생연어, 생황어, 생은어(도루묵, 11월), 생은구어(은어, 7․8월), 생전복, 생홍합, 대구알, 대구고지(대구곤지), 대구내장, 고등어내장 등을 진상했다. 마른생선인 건어(乾魚)로는 건문어, 건대구, 건연어, 건황어, 건광어, 건은어, 건전복, 건홍합, 건해삼을 진상했다. 젓갈은 대구알젓, 연어알젓, 방풍홍합젓을 진상했다. 식해는 연어식해, 전복식해, 황어식해, 은어식해, 홍합식해를 진상했다.

같은 문헌에서 젓갈은 한자로 해(醢)를 쓰고, 식해는 한자를 食醢(식해)로 써서 구별했다. 간성읍지 기록을 통해 우리는 5백년 전 우리 고장에서도 연어와 전복, 황어, 은어, 홍합으로 식해를 담가 먹었다는 걸 알 수 있다. 
 

- 속초를 식해 메카로 만들면 어떨까

젓갈과 식해는 같은 저장식품이지만 차이가 크다. 젓갈은 소금을 많이 넣어 절인 장기 저장음식이고, 식해는 소금을 상대적으로 적게 넣어 발효한 단기 저장음식이다. 젓갈은 소금이 많이 들어가 짠 맛이 강하지만, 곡물과 함께 발효시키는 식해는 소금이 적게 들어가 먹기에 좋다. 식해는 젓갈보다 저염 저장식품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식해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우리나라 전통발효음식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요책인 <산가요록(山家要錄)>은 1459년(세조5년) 어의 전순의가 지은 요리책이다. 산가(山家)는 일반 서민집을 뜻한다. 여기에 7종의 식해 조리법이 나온다. 우리가 흔히 아는 생선뿐만 아니라 소의 양이나 돼지껍질, 도라지, 죽순, 꿩고기로 식해를 담그는 법이 소개되어 있다. <산가요록> 이후에 나온 다른 요리책에도 식해요리법이 나온다. 지금은 다른 식재료로 만드는 식해는 거의 사라지고 생선식해만 남았다.

지금도 웬만한 생선은 모두 식해를 담글 수 있다고 하는데, 생선 종류에 따른 식해도 20여 가지가 넘는다. 지역적으로도 함경도와 강원도 해안만이 아니라, 경상도와 황해도 해안에도 지방 고유의 생선식해문화가 있다. 더 나아가 중국과 일본, 동남아에서도 곡물과 생선으로 만든 발효음식이 있다. 세계적인 음식이 된 일본의 ‘스시’도 곡물로 생선을 발효시켜 먹는 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요즘 들어 다시 전통발효음식인 식해가 주목을 받고 있다. 경북지역 특히 울진과 영덕은 식해를 지역 특산품으로 상품화해서 적극적인 판촉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5년 이후 경상북도는 경북전통발효식품산업 육성에 1천억원을 투입할 계획을 세우고, 동해안권은 우수한 수산자원을 기반으로 밥식해와 젓갈류를 집중개발하고 있다.

5백년 전에 우리 고장의 별미로 임금께 진상했던 생선식해. 연어와 전복, 황어, 은어, 홍합으로 다시 전통식해를 복원하는 건 불가능할까? 대한민국에서도 가자미식해를 잘 만들기로는 역시 속초를 손꼽는다. 속초를 전통발효음식 식해의 메카로 만들면 어떨까? 지역주민 먹고사는데도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엄경선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5백년 전에 만들어진 ‘간성읍지’. 나라에 올린 진상품에 연어를 비롯한 5개의 생선식해 이름을 찾을 수 있다.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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