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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연주하면서 음악으로 이야기 나눠요”
예술가의 작업실<5> – 속초시립풍물단 전성호 악장(하)
등록날짜 [ 2018년04월16일 11시44분 ]

고증을 통해 우리의 전통음악을 복원하고 구현하는 일은 전성호 악장에게 줄곧 큰 관심사였다. 그는 ‘갯마당’ 시절, 도문농요, 도리원농악 등을 계승하고 전파하는 데 역점을 뒀다. 뱃사람 민요처럼 열악한 조건으로 인해 고증과 구현이 잘 되지 않은 사례도 있지만 그는 20대 초반부터 문화재 복원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전성호 악장은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인 태평무 음악 전수자이기도 하다. 태평무 음악을 배우기 위해 3년 동안 서울로 공부하러 다녔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 강릉단오제 단오굿 음악은 10년 동안 공부했다. 북청사자놀음의 구현을 위한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사자놀음에서 ‘앞사자’라는 비중 있는 역을 맡고 있다.

시각적 리듬을 청각으로 해석
전성호 악장은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 여러 가지 소리에 민감하다. 자연의 소리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 들리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인다. 빗소리, 천둥소리, 자동차가 내는 소리, 공사장에서 나는 소리 등등, 이러한 것들이 장단처럼 들리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나치는 소리가 그에겐 음악이 되고, 누군가에겐 고통스러운 소음도 그에겐 흥겨운 박자가 된다.
자연물이 만들어내는 무늬나 선의 흐름도 유심히 살핀다. 전성호 악장은 나뭇결, 산세의 흐름, 파도가 만들어내는 선 등에서 리듬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 시각적 리듬을 청각으로 해석하려는 버릇이 있다. 또한 사진을 전공한 사람이어서인지 자신이 본 것을 하나의 장면으로 기억하고 이를 소리로 표현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할 때도 있다.
전성호 악장이 보기엔 세상 많은 것들에 강약의 장단이 있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연주에서도 이 강약의 흐름을 구현하려고 한다. 무작정 세게만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라 유연하고 부드럽게 흘러가며 리듬감을 부여한다.
관객이 많을 때, 호응이 좋을 때, 그리고 우리의 음악을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 있을 때 전성호 악장은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특히 국악을 아는 ‘귀명창’들이 많으면 부담이 되고 긴장도 하지만 기쁜 마음으로 연주를 하게 된다.
풍물 연주는 신명나는 일이다. 그런데 혼자서 칠 때는 신명을 잘 느낄 수가 없다. 연주자들이 함께할 때, 특히 악기로 하는 대화가 잘 되어 합이 잘 맞을 때 더욱 큰 희열을 느낀다.
“우리는 연주를 하면서 음악으로 이야기를 나누지요.”
한 연주자가 ‘이런 음악성을 너도 아는가’ 하고 악기를 연주하며 음악으로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 다른 연주자들이 ‘그렇지. 나도 알지’ 하며 악기로 대답한다. 이럴 때 연주자들은 함께 큰 희열을 맛볼 수 있다. 이런 합은 한 명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악기로 대화를 나누려면 연주에 참여하는 이들 모두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올라야 한다. 그래서 평소의 연습이 중요하다. 희열과 신명은 부단한 노력과 합심 속에서 탄생한다.
 
악기와 카메라 들고 세계여행 꿈
전성호 악장은 사진가로서의 길을 완전히 접은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예전처럼 작품 사진을 찍기 위해 별도로 긴 시간을 할애하거나 하진 않는다. 집에 마련해둔 사진 작업실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풍물단에 필요한 사진을 위해서는 그가 직접 나선다. 풍물단의 홍보물에 실리는 사진은 그가 찍는다. 그리고 풍물단 건물이 소재하고 있는 속초시립박물관이 홍보용 사진을 필요로 하면 그가 촬영하기도 한다.
 돌이켜 보면 그의 인생에서 사진은 언제나 그의 곁에 있었다. ‘갯마당’ 시절에도 그는 ‘갯마당’ 팸플릿 사진을 찍었고 시간이 날 때면 속초 바닷가도 카메라에 많이 담았다. 그리고 작품 사진은 아니어도 기록 사진을 꾸준히 찍어오고 있다.
 그는 앞으로 단오굿을 좀 더 연구할 계획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굿에 대해 더욱 심도 깊게 전문성을 쌓으려고 한다. 단지 무형문화재 전수자로서만 만족하지 않고 우리의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열정을 바칠 생각인 것이다. 또한 사자놀음과 도리원농악의 지방문화재 지정에도 그의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전성호 악장은 한편으론 언젠가 악기와 카메라를 들고 세계여행을 하는 꿈을 품고 있다. 그는 가족여행도 생각하고 있지만 혼자서 가는 여행도 꼭 한번 해보고 싶어 한다. 여행을 가서는 그 나라 사람들의 연주를 듣고 자신의 연주도 들려주려고 한다. 여행의 모든 과정은 그의 카메라 속에 하나하나 담을 생각이다.
 여행지에서 그 나라의 음악가와 교류하는 것도 그의 희망사항이다. 이국에서의 이러한 교류는 그의 음악 인생에 있어 또 다른 전기, 그러니까 네 번째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자신의 연주를 되짚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의 경험은 전성호 악장 개인의 성취를 넘어 우리 전통의 창조적 계승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전성호 악장, 그는 아직 40대이다. 그의 소박하지만 원대할 수 있는 희망이 실현되기에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다.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예전 갯마당 리플릿에 실린 전성호 악장의 독사진. 한때 사진가의 길을 걸었던 그는 이 사진을 직접 연출해서 찍었다.(전성호 악장 제공)
전성호 악장은 30년 가까이 장구 소리를 세심하게 다듬어왔다. 그의 작은 몸놀림 하나도 소리를 구현하는 데 있어 의미 있는 몸짓이다.(전성호 악장 제공)
강릉단오제 단오굿 보유자 빈순애 선생과 함께.(전성호 악장 제공)
풍물 연주는 혼자서 할 때 신명을 잘 느낄 수가 없다. 연주자들이 함께할 때, 특히 악기로 하는 대화가 잘 되어 합이 잘 맞을 때 더욱 큰 희열을 느낀다.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인 태평무 음악 전수자가 된 후 태평무 예능보유자 고 강선영 명인(사진 왼쪽)이 전성호 악장을 축하해 주고 있다.(전성호 악장 제공)
2016년 강릉단오 신주 빚기 행사를 마치고 찍은 사진. 두 번째 줄 오른쪽에서 다섯 번째가 전성호 악장. 그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 강릉단오제 단오굿 전수자이기도 하다.(전성호 악장 제공)
 

이광호 (campin@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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