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문화원(원장 김계남)이 진행하는 ‘관광아카데미’ 참가자들이 2박 3일 일정으로 부산과 대구의 문화재생 현장을 다녀왔다. 부산 영도의 깡깡이마을과 초량 이바구캠프, 대구 근대골목 탐방은 주민과 예술가가 함께 하고, 지역의 문화정체성을 발굴하여 도시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 현장이었다. 그곳의 이야기를 2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수리 조선소마을, ‘깡깡이 예술마을’로
독일 출신 유명 스트리트 아트 작가인 헨드릭 바이키르히가 대동대교맨션 4층 벽면에 그린 작품 ‘우리 모두의 어머니’는 주름졌지만 강인한 이곳 어머니의 모습으로 우리 일행을 반겼다. 그곳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할머니는 손님인 우리에게 자랑인지, 투정인지 벽화작품 제작비가 수억이라며 넌지시 일러주신다. 외지인의 방문에 익숙한 모습이다.
영도 깡깡이마을은 일제 강점기인 1912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조선소 다나카 조선소가 들어선 이후 수리 조선업으로 유명해졌다. 배를 수리하기 전 배 겉면에 붙은 조개와 페인트, 녹을 벗겨내는 망치소리에 연유해서 ‘깡깡이마을’로 불렸다. 1970~80년대 해운업 호황을 맞아 사람이 몰려들었지만 90년대 들어 내리막길을 달렸다. 사람이 줄어들고 빈집이 늘어났다. 부산시는 2015년 ‘예술 상상마을 조성사업’의 대상지로 이곳을 선택했다. 첫 번째가 유명한 부산감천마을이다. 영도문화원과 문화기획집단 플랜비가 함께 ‘깡깡이마을 예술사업단’을 만들어 3년간 35억원이라는 사업비가 투입되고 있다. 그동안 이 마을 100년의 삶을 ‘생활, 산업, 역사’로 나눈 <깡깡이 마을 100년의 울림>을 발간하고, 창고와 공장에 독특한 문양의 그림을 그린 ‘월 아트’ 등 공공미술 프로젝트도 운영한다. 앞서 설명한 대동대교맨션의 벽화는 그렇게 탄생했다. 35억원의 사업비로 3년간 문화예술형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탐방단이 방문한 3월 13일은 마을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집약한 ‘마을박물관’의 개관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마을박물관에는 대평동 마을의 역사와 주민 삶의 기록이 보기 좋은 패널로 정리되었다. 마을주민들에게 수집한 물건들은 생활의 흔적이자 마을의 역사로 지역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으로 이어지기에 충분했다. 박물관은 마을의 정체성을 찾고 주민들과 함께 삶의 기억을 공유하고 그 곳에서 발생한 이야기를 방문객과 소통하기 위한 장소였다.
주민 해설사와 함께 마을의 중요건물과 공공미술 작품을 둘러보았다. 영화와 공공예술, 역사 등 3가지 콘셉트가 있는 마을투어를 진행한다고 한다. 배 수리하는 소리와 지독한 페인트 냄새가 골목에 자욱하지만 일행을 이끄는 마을해설사 어르신은 자신감이 넘쳤다. 공공예술 작품은 조선업이라는 마을의 역사에서 아이템을 찾은 작품이 많았다.
사업이 완결되고 나면 어떻게 될까. 최근 동해시 논골담길의 벽화를 만든 젊은 작가가 문화공간을 만들며 지속적인 작업을 통해 마을문화의 가능성을 이어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깡깡이 마을도 문화원과 전문가집단의 지속적인 관심과 프로젝트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문화를 통한 도시재생은 아직 미래에 대한 의문이 명쾌하지 않다. 하지만 주민 삶의 환경개선과 정주공간에 대한 자부심이라는 무형의 자산을 생각한다면 의미있는 프로젝트임이 분명하다.
영도 깡깡이마을은 ‘관광’보다 ‘주민의 삶과 역사, 공간의 기억’에 대한 고민이 함께 하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우리 속초는 어떤 장소가 어떻게 기억을 지켜낼 수 있을까? 실향의 억척스런 삶이 남아 있는 ‘아바이마을’, 속초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 ‘상도문’, 속초 최초의 시장이자 가장 번화가였던 영랑동. 관광 프로젝트에 가려진 속초의 오래된 미래에 불을 밝힐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일단 마을 단위 자원조사와 정주공간의 문제점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해도 좋다. 서울 성북구는 ‘예술마을 만들기’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마을주민과 예술인, 문화기관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주민 삶의 공간을 ‘문화’의 눈으로 들여다보고 해결책을 찾기 위한 과정의 시작이다.
협동조합형주식회사 ‘초량 이바구캠프’
주식회사다. 하지만 주식수 많다고 의결권 많이 행사하는 주식회사가 아니라 참여자 모두 공정한 의결권이 있는 협동조합형주식회사이다. 협동조합이지만 향후 마을주민이 항상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한 홀딩형 협동조합이다. 마을기업이지만 경영과 운영, 홍보 등 전문영역은 외부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마을기업이다.
부산의 ‘국가 도시재생 도시경제 기반형 활성화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초량 이바구캠프’는 빈집을 마을주민과 도시재생 전문기업이 함께 창업하여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이다. 부산의 원도심으로 노인인구와 빈집이 늘면서 쇠퇴한 공간, 좁고 가파른 골목길이라는 불편을 장점으로 만든 발상의 전환이 돋보였다. 2017 대한민국 국토경관디자인대전에서 국토교통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최근 몇 년간 상복이 터졌을 정도로 성공적인 마을재생사업이다.
이바구 캠프가 돋보이는 점은 시설물 조성의 문화적 접근, 시설물 운영의 민주적 방법이었다. 사업은 기존 빈집을 매입하고 민박을 원하는 주택의 환경개선을 지원하여 주민협의체를 만들었다. 이후 마을기업을 설립해 주민참여를 보장한 점이 특징이다.
단순히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아트팩토리, 멀티센터, 편백숲 힐링탐방로 등의 문화편의시설을 마련했다. 산복도로라는 특유의 지형은 부산항과 영도의 풍광을 선물로 안겨주었다. 그 옛날 우리 한옥이 낮은 담장 너머 풍광을 정원 삼은 것처럼 말이다. 여기에 사진작가 최민식의 옛 사진과 주민 삶을 묘사한 조형물과 벽화, 인근의 ‘초량 1941’같은 매력적인 공간, 초량이바구길이나 모노레일 등의 도시재생 사업 결과물과 연계되어 발전 가능성을 높여주었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곳을 이용한 숙박객은 2,297명, 운영수익 3,619만원 중 1,166만원을 지역에 환원했다.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고도 올린 수익이다.
이바구캠프를 돋보이게 하는 점은 외관이 아니라 운영 철학이다. 기존의 마을재생 사업의 실패를 보강하기 위하여 마을주민의 참여 등 지속가능성을 위한 액션플랜을 꾸준히 만들고 있다. 협동조합 참여주민의 참여유도와 투명성 확보를 위한 일일 이사제, 월보고제 같은 운영합리화, 방이 부족하고 불편한 산복도로 주민의 고충을 위해 게스트하우스를 명절이나 휴가 때 운영하지 않고 마을주민에게 개방하는 등의 사업은 ‘문화를 통해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도시재생 방식의 좋은 사례였다. 또한 주민 삶이 타자화 되는 관광이 아니라 주민의 삶에 이익이 되는 ‘사업’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식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다음 호에 계속>
김인섭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깡깡이마을 박물관’. 마을 박물관을 조성한 후 프로젝트가 끝나면 문닫는 곳을 많이 보았다. 이곳은 1층에 주민이 운영하는 커피숍을 차리고 영도문화원의 협력구조를 만들었다고 한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계속 진일보하고 있다.
벽화는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정체성과 마을프로젝트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수단이다. 가로 13m, 높이 35m. 깡깡이마을 초입의 거대한 벽화는 세계적인 작가 헨드릭 바이키르히의 작품이다.
초량 산복도로 지역은 해방 후 귀환동포, 한국전쟁 피난민, 60~70년대 경제성장기 부두노동자들의 집단거주지로 형성된 산 밑 마을이다. 그 역사와 사회, 인문자원이 도시재생과 함께 부활하고 있다. 풍경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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