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 이날 오전 6시19분께 탑동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번진 고성군 죽왕면 가진마을과 공현진마을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관련기사 2면▶
기자는 이날 산불로 국도 7호선 공현진~간성읍 구간의 차량운행이 전면 통제되는 바람에 통제가 풀린 오후 늦은 시간에야 산불현장에 접근할 수 있었다. 국도 7호선 공현진~간성읍 구간은 산불로 이날 오전 7시25분께 통제됐다가 7시간여가 지난 오후 2시께부터 통행이 재개됐다.
국도 7호선을 따라 공현진마을로 접근하자 마을 곳곳에서 산불과의 사투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을 입구에서 만난 주민들은 불안한 듯 아직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건너편 야산 쪽만 바라보고 있었다.
한 주민은 “불길이 언제 닥칠지 몰라 불안해서 집에 못 들어가고 있다. 혹시 밤에 산불이 번지면 방송해 달라고 이장님한테 부탁해 놨다”며 불안해했다.
머리 위로는 물을 싣고 건너편 야산 산불진화현장으로 이동하는 산불진화헬기들로 마치 군 작전지역을 방불케 했다.
여기서 조금 떨어진 가진마을은 상황이 심각했다. 이미 마을로 이어지는 7번국도 양 쪽 야산은 화마에 검게 그을려 있었고, 마을 입구 야산은 산 전체가 불에 타 붉은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7번 국도에서는 멀리 경기도에서 지원 나온 산불진화차량과 군 진화차량들이 속속 산불진화현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마을 진입도로변에 있는 야산과 들녘에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산불이 다시 재발할 것에 대비해 경운기에 물통을 싣고 잔불정리를 하는 주민의 모습이 보였다. 마을 민가 바로 앞 야산까지 검게 그을려 있어 상황이 얼마나 긴박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80평생 살았다는 한 주민은 “아침 8시께 불길이 바로 집 앞까지 와서 너무 두려웠다. 집 마당 잔디에 불길이 옮겨 붙었을 때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무조건 수돗물을 틀어 놓고 세숫대에 담아 정신없이 뿌려 껐다”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해줬다.
마을 입구에 있던 가옥 2채가 불에 탔다.
여기서 조금 떨어진 가진항에서는 소방차가 물을 뿜으며 잔불을 끄고 있었다. 군 장병들도 잔불정리를 위해 속속 산불현장에 투입됐다.
산불이 가진항까지 위협하자 가진항에 정박 중이던 어선 25척이 한 때 방파제 외항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고성군은 이날 산불이 번지자 탑동리, 공현진리, 가진리 주민 1,300여명에게 대피령을 내렸고, 주민 70여명은 간성읍생활체육관으로 긴급 대피했다.
간성읍생활체육관에서 만난 이옥남(79) 씨는 “대피명령에 버스를 타고 대피했다. 그나마 집이 안 타 다행”이라고 했다.
지난달 28일 새벽 탑동리에서 시작된 고성 산불은 산림 40ha와 주택 5채, 사무실 2곳, 창고 9동 등을 태우고 11시간여 만인 오후 5시 30분께 큰 불길이 잡혔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지난달 28일 오전 6시19분께 탑동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가진리 마을로 번졌다. 대원들이 산불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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