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 영미, 영 ~미’ 국가대표 여자컬링팀 경기를 텔레비전 중계로 볼 때마다 우리 모두를 미소 짓게 만들었고, 얼마 전까지 많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입에 올렸던 단어다. 그러나 동계올림픽이 끝난 지 열흘 남짓 지나자 차츰 우리의 기억 속에서 지워져 가는 단어이기도하다. 쇼트트랙에서 여자계주 선수들이 보여주는 모습에 열광하다, 이내 류현진 선수의 시범경기로, ‘me too’와 관련되어 쏟아지는 각종 사건들로 쉽게 관심의 영역을 옮겨간다. 그것이 인간으로서 우리가 가진 어쩔 수 없는 속성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쉽게 관심을 옮겨가는 인간의 속성을 따라 해서는 안 되는 영역들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정치다. 최근 들어 시내 곳곳에 대형 현수막이 걸리고, 출판기념회가 열리고, 출퇴근 시간이면 간판을 앞에 둔 사람들이 교차로마다 열심히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드디어 우리 지역에서도 선거철이 시작되었다는 증거다.
그런데 의외로 이번 선거에 대해 아는 것 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번 제7회 지방선거의 선출대상이 무엇인지, 자기 선거구에서 누가 후보자로 거론되는지, 심지어는 자기가 살고 있는 곳이 무슨 선거구인지도 정확히 알지 못하고 물어보는 친구들이 있어 한숨이 절로 나올 때가 있다. 관심 좀 가지고 살라고 한마디 하면, 열이면 열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먹고 살기 바쁜데, 뭘 골치 아프게 그런 것까지.’ 그러나 먹고 살기 바쁠수록, 골치가 아프더라도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정치는 정치인에게만 맡겨 두기에는 너무 중요하다.’ 프랑스 드골 대통령이 남긴 말이다. 이 말은 국민들이 정치에 적극 참여하고 감시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즉 끊임없는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만 작게는 지역사회가 발전하고, 크게는 국가의 내일을 보다 희망적으로 만들 수 있다. 개인적으로 국가의 발전은 지역의 발전에서 출발된다고 생각한다. 국가가 발전되면 지역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그 혜택이 전부 우리지역에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지역의 발전이 우리 같은 소시민들에게는 더 중요하고 쉽게 피부에 와 닿는 일이다. 그런 이유로 이번 지방 선거는 우리가 살고 있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우리 고장의 발전을 위해서 매우 소중한 일이다.
우리 모두가 정치인이 될 수 없기에 나를 대신해서 지역의 발전을 위해 일해 줄 일꾼을 뽑는 일이 풀뿌리 정치의 선거제도다. 시·군의원, 시장·군수, 도의원, 도지사, 도교육감은 그들이 일하는 곳에서, 바로 나를 대신하는 대리인이며 내가 뽑은 대표선수이다. 물론 내가 뽑지 않은 사람이 대표선수가 될 수도 있지만, 이 또한 받아들이고 그들이 하는 일을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것이 또한 민주시민의 책무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선거에서 투표를 하는 기준을 비전문가인 나의 견해로 분류해 보면 정당, 학연과 지연, 인물의 인지도, 정책 공약사항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선거결과를 보면 이 네가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 공약사항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정당과 학연 등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이제는 과거의 망령에서 벗어나야 할 때이다. 부디 당부컨데, 이번 선거에서는 그들이 내건 정책 공약사항을 좀 더 꼼꼼히 살펴보자. 내가 살고 있는 고장의 현실을 정확하게 진단내리고, 그 진단을 바탕으로 우리의 내일을 어떤 그림으로 그린 것인지를 꼼꼼히 들여다보자. 그 공약이 실현가능한 정책인지도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번만은 제발 선거기간 내내 머리를 숙이다가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목에 힘이 들어가는 정치꾼이 아니라, 진짜 우리 지역의 미래를 위해 4년 내내 나를 대신해서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도록 지역을 위해 뛰어다니는 일꾼을 뽑자. 좋은 정치는 관심 속에서 크고, 나쁜 정치는 무관심에 기생한다. 이번 선거가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골치가 좀 아프더라도 이번 선거에서는 제대로 챙겨보자. 그래야 먹고 살기가 덜 바빠질테니까.
김종헌
시인·설악문우회 회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