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는 전국에서도 소문난 맛집 기행지이다. 속초는 동해안의 대표적인 어항으로 수산물이 풍부하고 함경도 실향민들의 정착으로 남한 땅에서는 찾아보지 못할 독특한 음식문화를 갖게 되었다. 1960년대부터 설악산이 국민관광지로 이름나면서 관광먹거리도 발달했다. 이같은 속초 특유의 음식문화는 속초관광의 큰 밑천이 아닐 수 없다. 속초의 음식문화를 역사적으로 고찰해 보는 것은 또 다른 속초관광의 미래를 준비하는 작업이다. 관련문헌과 기록 등을 정리하여 속초의 음식생활사를 연재 기획한다. <편집자 주>
- 동해안 일대 바닷물 끓여 소금 생산
지금 소금이라면 서해안 천일염전에서만 나오는 걸로 알고들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서해안뿐만 아니라 동해안 바닷가에서도 많은 양의 소금이 생산되었다. 조선시대 강원도 동해안 일대에서는 바닷물을 끓여 소금을 만드는 염분(塩盆, 소금가마)이 다수 자리잡고 있었다. 강원도 동해안에서는 소금 생산이 주력산업이었다. 소금가마에서 바닷물을 끓여서 소금을 만드는 방식이 우리나라 전통 소금 제조방식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통방식의 소금이 자염(煮鹽)이다.
갯벌 염전을 이용한 천일염은 1907년 인천에 주안염전이 처음 들어섰으며, 가열방식이 아니기에 생산단가가 저렴해서 황해도 일대에 많이 들어섰다. 그러나 남북 분단 이후 염전이 없어 부족한 소금 생산을 위해서 서해안 갯벌 지역에 염전이 집중적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소금가마(鹽盆)를 이용해 생산한 전통 자염은 경쟁력을 잃어 사라지게 되었다. 강원도 동해안 일대에 많은 소금가마가 있었지만 모두 사라졌다.
- 세종실록지리지에 소금가마 개수 기록
속초를 포함한 양양, 강원도에서 소금산업에 대한 기록은 조선초 세종때 만들어진 <세종실록 지리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강원도 동해안 고을의 모두 염분(塩盆, 소금가마)의 개수를 기록하였다. 염분의 개수를 보면, 강릉도호부 23, 연곡 5, 우계 20, 양양도호부 22, 동산현 18, 삼척도호부 40, 평해군 46, 울진현 61, 간성군 17, 열산(烈山) 6, 고성군 12, 안창 11, 통천군 36, 흡곡현 3이다. 양양에는 속현인 동산현을 포함해 40개의 소금가마가 있었고, 간성에는 속현인 열산현을 포함해 23개의 소금가마가 있었다.
반면 서해안의 경우 염소와 염창을 기록한 경우도 있다. 전라도 부안의 경우, 염소(鹽所) 1곳과 염창(鹽倉. 소금창고)을 기록하였으며, 염간(鹽干, 소금을 만드는 사람)이 1백13명이며, 봄가을에 바치는 소금이 1천1백27석 남짓하다고 했다.
강원도 북쪽에 인접한 함길도도 소금생산이 많았다. 함흥부 27, 북청도호부 20, 영흥대도호부 22, 안변도호부 24, 길주목 27, 경원도호부 15, 단천군 17, 경성군 21 등이다. 소금가마 말고도 염소(鹽所)로 표시한 곳도 있는데, 온성도호부 6개로 가장 많고, 보통 바닷가 고을에 1~3개의 염소가 있었다. 경상도는 염소는 바닷가 고을에 1~4개 정도로 비교적 적게 분포했다.
조선 초기에 염세는 상당히 과중했다. 세종 9년에는 강원도 감사가 청하기를 영동지방에서 소금을 공납하는데 염간(鹽干, 소금굽는사람) 한 명 당 1년 수납이 20섬이라 큰 고통을 당하고 있어 감해 달라고 했다. 이에 세종은 소금 세납을 절반으로 감하라고 하명했다. 세종 9년 4월 24일자 실록에는 “동해안 염간들은 소금을 굽는 일로 농사를 대신해 생계를 유지하는 자들인데, 근래에 연해변의 소나무 베는 것을 금하는 법령이 엄중하여 먼 곳에서 나무를 해 가지고 오기 때문에 소와 말이 죽거나 상하게 되고, 매년 세납하는 소금 수량을 채우지 못해 사람들이 몹시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 초기 속초 해안가에서도 소금을 구웠을까? 1425년(세종7년) 4월 26일자 실록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있다.
“강원도 영동(嶺東) 각 포구의 선군(船軍)은 다른 부역도 별로 없고 또 병영(兵營)에 딸린 밭도 없사오니, 쌍성포(雙城浦)와 삼척포(三陟浦) 등 철을 생산하는 곳에 선군을 시켜 모래를 일어서 철을 생산하게 하고, 기타 철이 나는 각 포구에도 역시 이 예에 의하여 그 군인으로 하여금 매일 과정으로 일을 하게 하고, 감사는 관원을 보내서 시험하여 생산하는 수량을 요량하여 정하고, 본조에 통보하여 회계하여 시행하게 하되, 3월부터 8월까지의 동안은 철을 제련(冶鐵)하고, 9월부터 이듬해 2월에 이르기까지는 소금을 굽게 하되(煮鹽), 이를 일정한 법식으로 삼게 하소서.”
모래에서 철 채취·소금 구운 쌍성포는 실록에는 호조에서 임금께 아뢴 장계대로 시행했다고 했다. 실록에 기록된 삼척포와 함께 나오는 쌍성포(雙城浦)는 어디일까? 옛 문헌 등을 보면 청초호(靑草湖)는 다른 이름으로 쌍성호(雙成湖), 진성호(震成湖)로도 불렸다. 쌍성호의 한자 ‘성’은 문헌에 따라 ‘成’ 대신 ‘城’을 쓰기도 했다. 강원도 역사에 밝은 사학자 조동걸 씨는 강원도 양양의 해안방위(海防) 시설로 쌍성포와 대포(大浦), 죽도를 손꼽았다. 쌍성포는 쌍성호로 불린 청초호에 자리잡은 포구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수군이 주둔한 곳으로 쌍성포가 아닌 속초포가 나온다. 세종실록지리지 강원도편에는, 강원도 동해안에 수군만호수어처(水軍萬戶守禦處) 6곳이 나오는데, 삼척포와 함께 속초포가 나온다. 속초포(束草浦)가 양양(襄陽) 북쪽에 있는데, 배가 3척, 군사가 2백명이라고 했다. 이는 속초라는 지명이 나오는 최초의 문헌기록이다.
쌍성포가 속초포가 맞다면, 조선시대 초기 속초에서 2백명의 수군(水軍), 다른 말로 선군(船軍)이 주둔하면서 모래에서 철을 채취해 가공하고 소금을 구워 냈다고 볼 수 있다.
1759년 간행된 <양양부읍지(襄陽府邑誌)>에는 지금의 속초지역인 도문면과 소천면 인구가 모두 505명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보다 3백여년 앞선 조선 초기에 속초에서 2백명의 수군이 철을 생산하고 소금을 구웠다는 사실로 보면, 당시로서는 큰 산업단지가 속초에 들어선 셈이다.
소금산업은 궁핍한 동해안 백성들의 호구지책이었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수산업과 함께 동해안의 대표산업으로 발전해 큰 부를 이루는 수단이 되었다.
엄경선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조선시대 소금가마, 김준근(金俊根), 19세기 말, 종이에 수묵, 18.8×16.6cm, 오스트리아 비엔나민족학박물관(Austrian Museum of Folk Life and Folk Art, Wein), 사진출처, 인터넷 <한식아카이브>의 ‘옛그림 속 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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