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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머구리 박명호의 살아온 이야기<5> - 군 생활 초기의 일들
소속 부대 해체 후 탈영 혹은 휴가
등록날짜 [ 2018년03월26일 17시40분 ]
박명호 씨는 고등중학교를 마칠 때쯤 입대했다. 공군 병사로 가게 됐는데 그가 신병 훈련을 받은 곳은 함경남도 장진이었다. 장진까지 가는 길은 험했다. 강원도에서 장진에 가기 위해서는 개마고원으로 올라가야 했다. 기차가 황초령을 오를 때에는 열차를 한 량씩 분리해서 위에서 끌어당기는 방식으로 고원 위로 올라갔고 고원에 오른 뒤에 열차를 다시 연결해서 내달렸다. 개마고원은 고지대가 평야처럼 계속됐고 따라서 기차도 다시 내려가지 않고 평지처럼 달려서 장진에 도착했다. 그가 입대하던 때가 5월이었는데도 당시 개마고원에서는 눈을 볼 수 있었다.
신병 훈련을 받는 어느 날이었다. 예하부대의 한 간부가 찾아 와서 자신을 만나자고 했다. 병사를 자대로 선발해 가기 위한 비공식 면접이었다. 그 간부는 연유공급소 소속이었는데 한 달 후 박 씨는 그곳으로 배치됐다.
그는 연유공급소에 도착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속한 부대가 권력이 막강한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연유공급소는 부대 내에 항공유, 자동차용 휘발유·경우, 윤활유, 각종 장비용 작동유 등을 공급하는 곳이다. 비행기와 차, 난방기, 조리기구 등을 돌릴 수 있는 기름을 가지고 있기에 부대 내에서 연유공급소의 위상은 상당했다. 연유공급소를 중심으로 지하경제도 형성돼 있었다. 부대원들이 기름을 빼돌려 외부로 반출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1980년대 후반, 그가 입대한 지 6년쯤 될 때 그는 중사이자 분대장이었다. 그가 부대 내에서 한창 전문성을 쌓아가고 있던 때였다. 그때 그가 속한 부대가 당국의 전략 변화로 해체가 됐고 부대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군관(장교)들은 다른 부대로 이동하고 그와 분대원들은 따로 떨어져 나와 함경남도 덕산으로 이동했다. 이는 정식 발령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그는 건설공사에 동원됐는데 부대가 없어진 터라 해당 지역 지휘관이 대기병을 부려 먹고 있는 상황이었다.
정식 발령도 없이 고된 일에 계속 동원되자 그와 분대원들은 고분고분하면 안 되겠다 싶어 문제가 제기될 수 있도록 뭔가 수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분대원 열네 명이 집단으로 탈영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북한에서는 해체된 부대들이 많았고 특정한 부대에 정식으로 소속되지 않은 군인들이 넘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탈영자들이 속출하고 있었다. 그와 분대원들은 이러한 일들이 단순히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 구조적인 문제였기에 탈영을 하더라도 처벌을 받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그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무기를 방공호에 넣고 상부에는 무기 소재를 알려 준 후 배급받은 한 달 치 쌀을 들고 함흥 시내로 잠적했다. 당시 북한에서는 쌀만 갖고 가서 조금만 나눠주면 먹고 잘 수 있어서 잠적 생활이 그리 힘들지 않았다고 한다.
군복을 입고 산속을 벗어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학교 운동장에 가서 아이들과 축구를 하면서 놀았고 교원들과 연애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때가 여름이라 마전해수욕장에서 해수욕도 즐겼다. 마전해수욕장은 모래가 특이했다. 색깔은 은백색인데 모래알이 굵어서 몸에 잘 붙지 않았다. 해안가에 누워 있다가 그냥 털고 옷을 입어도 될 정도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쌀이 떨어지자 다시 그와 분대원들은 부대로 돌아갔다. 복귀를 해보니 공병으로 병과가 바뀌어 함경남도 금야군으로 발령이 나 있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그들은 어떤 부대의 소속도 아니라 처벌을 면할 수 있었다. 함께 함흥 시내로 나갔던 열네 명 모두 처벌을 받지 않았다. 그와 그의 분대원들은 여름휴가 한 달을 신나게 보낸 셈이었다.
<다음에 계속>
구술 박명호. 정리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이광호 (campin@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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