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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운동을 보며 떠오른 ‘쉬잔 발라동’
여성 아닌 인간으로 바라본 화가
등록날짜 [ 2018년03월26일 14시23분 ]
‘옷이 밟힐까 조심스러워 발밑을 바라보는 건 지, 앞에 턱수염 아저씨 입 냄새가 싫은 건 지, 시선을 발끝으로 향한 아리따운 아가씨.’, ‘굵은 선으로 강인한 의지를 표현한 자화상.’ 두 인물은 같은 사람이다. 누드모델이자 화가였던 쉬잔 발라동(1865~1938).
19세기 말 유럽, 미술계에서 여성은 ‘누드모델’로서 예술적 표현의 대상이지 예술을 표현하는 주체는 아니었다. 르누아르, 샤반, 드가 등 당시를 대표하는 최고 화가들에게 수많은 영감을 준 모델이었지만 당시 그녀에 대한 세간의 평은 쟁쟁한 예술가들과 염문을 뿌리며 생계를 이어가는 천박한 여자일 뿐이었다.
모델 활동을 하며 어깨너머 배우기 시작한 그림은 화가 샤반으로부터 큰 비웃음밖에 받지 못했지만, 그녀의 천재성을 알아 본 화가 로트렉이 드가(무대 위의 무희로 우리에게 유명한 거장)에게 소개하면서 그녀는 화가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세상을 재해석하고 표현하는 예술가의 입장에서 쉬잔 발라동은 기존 화가들과는 전혀 다른 시각을 갖는다. 아름다운 모습을 가져야 하는 존재가 아닌 당연한 한 인간으로서 여성을 바라본 것이다. 이런 그녀의 사고방식을 가장 잘 나타낸 작품이 바로 자화상이다. 그녀를 표현한 다른 어떤 화가의 그림에서도 발견하지 못할 매력이 스스로의 자화상 안에 있다. 굳게 다문 입술과 강인한 턱선 등을 굉장히 강한 색감과 굵은 선으로 묘사했다.
최근 우리 사회의 민낯을 마주하게 하는 미투운동을 보며 쉬잔 발라동이 떠올랐다. 한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그리기까지 겪어야 했을 시련들이 생각났다. 그녀가 19세기 유럽의 여성에 대한 지독한 편견을 이겨내기 위해 평생을 몸부림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사회가 – 심지어 여성들 자신조차도 – 남성의 우월성을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근대의 사고는 어이없게도 21세기 한국 사회에 여전히 만연한다. 거기에 수직적 조직문화가 더해지는 순간 괴물들이 탄생한다. 사승관계를 중시하는 집단에서 미투운동이 가장 활발한 이유가 바로 그 것이다. 우월한 내가 우매한 저들을 마음대로 해도 좋다는 괴물이 탄생한 근본적인 배경은 여성을 약자로 인식하는 우리사회의 문화 때문일 것이다.
AI가 인격을 갖게 될 지도 모를 격변의 시기에 우린 아직도 중세, 근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전 근대적인 사고방식을 벗어던지지 못하는 이유는 그간 누려왔던 특권을 놓고 싶지 않아서 인지도 모르겠다.
김세형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쉬잔 발라동 ‘자화상’.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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