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가 식수난 해결을 위해 고성·양양군과 합의한 ‘갈수기 농업용수 공급’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고성군이 한때 3개 시·군이 어렵사리 합의한 ‘2. 8 상생협력’의 전면 폐기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식수난 해결을 위한 설악권상생협력의 공조가 깨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강훈 고성군번영회장과 주민대표, 공무원 등은 지난 12일 오전 속초시를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이날 이병선 시장과 정준화 설악권상생발전협의회장, 주영래 속초시번영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시청 상황실에 열린 간담회에서 속초시의 중장기 식수 확보대책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2. 8 합의는 극심한 겨울가뭄으로 속초시의 생활용수 공급이 어려워 농업용 저수지인 원암저수지에서 한시적 해갈 시까지 생활용수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속초시의 물공급 중장기 대책 중 원암저수지에서 100만톤을 상수원수로 사용하고 원암저수지를 생활용수 겸용 저수지로 만들겠다는 일방적인 주장은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성군민과 사전 협의 없는 속초시의 물공급 대책에 대해서는 앞으로 어떠한 협의도 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이병선 시장은 “식수난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강구하던 중 조금 앞서 가는 일이 있어 인근 주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깊이 반성한다”며 사과했다.
속초시와 고성·양양군은 지난달 8일 이양수 국회의원과 3개 시·군 자치단체장, 시·군의회 의장, 시·군번영회장, 한국농어촌공사 강원본부와 강원도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극심한 가뭄시기에 영농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한시적으로 고성·양양지역의 농업용수를 속초시에 공급하기로 합의했었다.
이에 대해 지역사회는 속초시의 오랜 숙원사업인 안정적인 식수확보의 기반이 마련됐다며 호평했고, 겨울가뭄으로 식수난을 겪고 있는 전국의 다른 자치단체들도 ‘상생 협력’의 모범사례라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병선 시장이 지난 6일 ‘가뭄극복과 속초 물 복지 대책’ 기자회견에서 “원암저수지 물을 식수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완비하겠다”며 “고성군, 한국농어촌공사 등과 협의해 농업용수를 제외한 전량을 속초시 상수원수로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이에 고성군은 “극심한 가뭄시기에만 한시적으로 지원하기로 한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고, 이 시장이 끝내 사과까지 하게 됐다.
정준화 설악권상생발전협의회장은 “이번 일로 인해 어렵게 조성된 상생 분위기가 깨져서는 안된다”고 말해 협의회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 8’ 합의의 전면 폐기까지 거론했던 고성군은 상생협력의 기번틀을 깨지 않기 위해서인지 “최근 강우로 상생협력 합의 내용이 완결됐다”며 입장을 누그러뜨렸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지난 12일 오전 속초시를 항의 방문한 이강훈 고성군번영회장이 속초시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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