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지중해의 키프로스 섬에 홀로 사는 조각가 피그말리온이라는 사람이 등장한다. 볼품없는 외모 때문에 여성과의 사랑에 대해서는 체념한 채 조각에만 열정을 다한다. 자신도 언젠가는 아름다운 여성의 사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정성을 다하여 여인상을 조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완성된 조각상은 완벽한 여인상이 되었다. 그는 조각상에 갈라테이아라는 이름까지 지어주며 조각상을 사람으로 만들어 달라고 신에게 간절히 기도했다. 피그말리온의 순수한 사랑에 감동을 받은 미(美)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가 그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고 피그말리온은 갈라테이아와 결혼하여 자식을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그때부터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라는 말이 생겼는데 다른 사람들의 기대와 관심으로 인해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으로, 심리학에서는 타인이 나를 존중하고 기대하면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하여 열심히 노력하게 된다는 의미로 설명하며, 교육심리학에서는 교사나 부모의 친절한 관심이 학생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어 학업성과가 좋아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은 자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는 용어를 썼는데 평소에 자신의 다짐이나 소망을 적어놓고 외우면 기대를 현실로 만들어가는 힘을 발휘하게 된다는 정신의 힘을 자성적 예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피그말리온이 간절히 기대하고 바라던 열망이 차가운 조각상에 생명이 깃들게 되는 기적을 일으켰으나 현실 속에서 그런 기적은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거는 긍정의 주문과 노력이 자신의 삶의 상황을 호전시키는 기회는 얼마든지 가져 올 수 있다. 미국의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12살 때부터 아카데미 시상식에 등장하는 성공한 자신의 멋진 모습을 상상하며 열심히 노력했다는 이야기나, 자신이 미술계에 한 획을 크게 그을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다던 파블로 피카소의 일화가 바로 대표적인 자성적 예언(自省的 豫言)의 효과이다.
봄이 되면 많은 중년여성들이 봄을 타며 마음이 무겁고 우울해진다고 한다. 세월의 무게 속에서 상대적으로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뜨겁던 청춘의 정신적방황이 끝나고 곧 도래하게 될 중년에는 인생의 해답도 얼마든지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막상 중년이 되고 보니 마음속에선 이런저런 불안요소들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인생을 달관하고 관조한 노년이 코앞이라면 오히려 담담하게 현실을 직시할 수도 있겠지만 청춘도 아니고 노년도 아닌 딱 중간인 중년의 나이가 무척 불안하다고 한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고 지금 이대로 그냥 살자니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다는 생각에 두렵고, 몸도 마음도 예전 같지 않고 “정말 이대로 살아도 괜찮을까?”하는 생각에 우울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년이 되면 그 나이에 맞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지혜와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지친 마음과 헝클어진 정신의 힘을 되돌리려는 스스로의 대단한 노력이 필요하며 자신의 행동과 성과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인 자기만의 기대감이나 믿음을 갖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모든 일이 잘 풀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노력하면 잘 풀리게 된다고 하는 굳은 믿음이 좋은 미래를 만들기 때문에 자기최면이 필요하며 세상의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믿음대로 행동에 구속력을 가하여 그 믿음이 현실이 되게 만드는 마법, 그것이 바로 피그말리온 효과이며 자성적 예언의 효과이다. 길고 지루했던 엄동설한의 추위가 물러가고 새로운 생명이 생동하는 봄.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신념과 자신만의 기대감과 믿음을 가지고 주문을 외우며 열심히 노력해보자.
최영걸
속초시사회복지협의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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