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잉글랜드야 학교 갈 시간이네
가방은 네가 챙겨야지, 연필도 지우개도 말야
어여쁜 스리랑카야
네 운동화는 네가 신어야지, 끈도 네가 묶어 보렴
귀여운 프랑스야 오늘 체육이 들었네
치마보다 바지가 낫지 않겠니?
넘어지면 네 스스로 일어나야지 오사카야
넘어진 곳에 떨어진 네 꿈 조각 네가 주워야겠지
과일도 네가 깎아 보렴 필리피노야
네 꿈을 싼 껍질을 네가 벗겨 보렴
급식 밥은 알맞게 먹고 남기지 말아야지 나이지리아야
학교 밥은 보물, 엄마가 챙겨주지 못하는 영양이 듬뿍 들었거든
떨어진 휴지는 네가 주워야지 차이나야
네 휘날리는 꿈 자락들 함부로 버리면 꿈들이 슬퍼하겠지
비질 걸레질은 네 스스로 해 보렴 에스파냐야
네 손은 날아오르고 싶은 비와 걸레들의 활주로란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렴, 러시아야
친구란 흔들리는 세상에서 너를 잡아줄 안전벨트란다.
울지 마라. 아르헨티나야, 울음은 녹아내리는 진주
녹아내리지 않은 진주들이 모여 영롱한 다이아몬드가 된단다.
가끔은 우산 없이 걸어보렴, 캐나다야
네 살결에 닿고 싶은 바람과 소나기의 이야기도 들어 보렴
오늘 설거지는 네가 해 보렴, 여기 손수건도 빨아보렴 코리아야
네 몸과 마음을 한 바퀴 돌아 나온 얼룩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렴
선생님들은 참 좋은 사람들이란다. 아메리카야
걱정 근심일랑 모두 학교에 맡기렴
다섯 살 때 다섯다섯 손가락 다섯다섯 발가락 하나하나
여섯 살 때 여섯여섯 아랫니 윗니 하나하나 이름 불러 주지 않으면
열 살이 되어도 스무 살이 되어도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몸이 되어
벼랑 절벽 만납니다. 높은 파도 만납니다.
허리케인 사이클론에 울게 됩니다. 슬피 울게 됩니다.
*박대성 시인이 새학기를 맞아 자녀 키우는 일에 걱정이 많은 새내기 학부모들을 위해 쓴 시입니다. 현재 인흥초교 교감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박대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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