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 씨의 11주기를 맞아 추모행사가 열렸다.
지난 6일 오전 11시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 앞에서 열린 황 씨를 추모하는 행사 ‘황유미와 함께 걷는 봄, 희망을 피우다’에는 삼성전자 산업재해 피해 유가족과 삼성 반도체 산업재해 피해자들을 돕는 시민단체인 ‘반올림’ 관계자들, 그리고 이들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함께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삼성이 직업병을 은폐하고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삼성에서 청춘을 바친 노동자들의 삶을 지우는 파렴치한 짓”이라고 비판하며 삼성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후 행사 참여자들은 리움미술관 앞을 출발해 서울고등법원을 거쳐 강남역 인근 반올림 농성장까지 하얀 방진복을 입고 거리를 행진했다.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 판정을 받고 후유증을 앓고 있는 한혜경 씨도 휠체어를 탄 채 행진에 참여했다. 오후 7시부터는 농성장에서 추모 문화제가 열려 시민들의 발언과 노래 공연 등이 이어졌다.
고 황유미 씨는 속초 출신으로 속초상고(현 설악고) 3학년 재학 중 삼성전자에 입사했다가 1년 반 만에 ‘급성골수성 백혈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황 씨는 2007년 3월 6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귀가하던 중 아버지가 운전하던 차 안에서 숨졌다. 이 이야기는 영화로 제작돼 2014년 <또 하나의 약속>이란 제목으로 개봉한 바 있다.
황 씨의 죽음을 계기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직업병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가 결성됐고 이후 이들의 활동을 통해 삼성전자 산업재해의 실체가 차츰 드러나면서 우리 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공론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반올림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삼성 계열사에서 일하다 병에 걸렸다고 반올림에 제보한 피해자는 320명이며 이 중 118명이 사망했다. 피해가 집중된 삼성전자 반도체/LCD 부문에서만도 236명이 피해 제보를 했고, 그중 80명이 목숨을 잃었다. 황 씨 사망 이후에도 반도체 공장에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경우는 20명에 불과하다
황 씨의 유족들은 지금도 속초에 거주하고 있으며 황 씨의 부친 황상기 씨는 삼성에게 제대로 된 사과와 후속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또 현재 속초에는 ‘황상기님을 지지하는 모임’이 구성되어 교육과 영화 상영 등을 통해 삼성의 산업재해에 대해 알리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광호 객원기자
지난 7일 삼성 반도체 산업재해 사망자 황유미 씨에 대한 11주기 추모제 열렸다.(‘황상기님을 지지하는 사람들’ 제공)
‘반올림’ 관계자와 시민들이 방진복을 입고 행진하고 있다.(‘황상기님을 지지하는 사람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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