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고등중학교 4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학생들은 준군사조직인 ‘붉은청년근위대’에 의무적으로 소속돼 훈련을 받는다. ‘붉은청년근위대’는 전시에 군인으로 전환되는 준군사조직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매주 토요일 4시간씩 연간 90시간의 교내훈련을 받으며 5학년 재학 시에는 여름방학기간을 이용하여 7일간 야영훈련소에서 입영 훈련을 받는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붉은청년근위대’ 참고) 북한 사회에서는 고등중학교 4학년부터 6학년까지가 가장 민첩하고 겁 없이 싸울 수 있는 나이로 평가받고 있다. 박명호 씨가 직접 겪은 바에 따르면 북한의 청소년들은 ‘붉은청년근위대’ 소속으로 보병전술을 배우고 사격과 수류탄 투척 훈련도 하며 실탄사격도 한다. 북한의 학제에서 고등중학교 4학년~6학년이 10대 중반인 것을 감안하면 북한의 공식적인 군사훈련이 꽤 이른 시기에 이뤄짐을 알 수 있다.
강원도 세포군에서 학창시절 이어가
한국과 북한은 청소년 대상의 군사훈련에서 확실히 대조된다. 한국에서는 예전 고등학교에 교련 수업이 있어 군복 같은 교련복을 입고 각반을 착용하여 모형총을 들고 훈련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본격적인 군사훈련이라고 볼 수는 없었고 이마저도 1990년대 말 이후 교련 과목이 선택과목이 되면서 사실상 폐지의 길을 걸었다.
박명호 씨의 이야기로는 북한에는 교육체계가 이원화돼 있다. 인민무력부에 소속된 학교가 있고 교육부에 소속된 학교가 있다. 박 씨가 평강군에서 다닌 고등중학교는 평강군 적동 5군단에 소속된 학교였다. 그래서인지 박 씨는 그 학교가 군사훈련이 남달랐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박 씨는 고등중학교 4학년이 되면서 강원도 세포군에서 학창시절을 이어 갔다. 그곳에서 그가 다닌 학교는 인민무력부 소속이 아니라 일반 교육부 소속이었기에 학교의 분위기가 인민무력부 소속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리 경직돼 있진 않았다.
인민학교에서는 모범생이었지만 고등중학교 입학 후 심하게 방황했던 소년 박명호는 고등중학교 5학년이 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박 씨는 공부에 매진하게 된다. 그러나 기초가 부족한 상태여서 학업을 따라가기가 어려웠다. 사회, 국어, 철학, 문학은 그나마 할 만했지만 수학, 과학, 외국어 과목에서는 애를 먹었다.
박명호 씨가 학창시절을 보낸 1970년대는 김일성 우상화 교육이 정점을 향해 가는 시기였다. 이때 학교에서는 ‘충실성 교육’을 많이 받았는데 조국과 인민에 대한 충실성 교육도 있었지만 조선노동당과 김일성에 대한 충실성 교육도 이뤄졌다. 그러다가 1990년대가 되면 수령에 대한 충실성에 초점을 맞춘 교육으로 바뀌게 된다.
지난 기사에서 북한에는 ‘무저항적 순응’을 경멸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는데 ‘충실성 교육’은 이것과는 충돌되는 점이 있다. 그런데 이는 그 대상을 달리 한다. ‘남조선 사대주의 세력’과 ‘미제국주의’에 대해서는 ‘무저항적 순응’을 해서는 안 되고 필요하다면 무력을 사용하여 저항해야 한다. 반면 당과 수령에 대해서는 저항 없이 순응해야 하며 이를 위해 복종을 강요받는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입시·진로에서 서열 중요
북한의 인민학교에서는 석차를 매기지 않지만 고등중학교부터는 성적에 따라 서열이 매겨진다. 입시와 진로에서도 서열이 중요하다. 서열에 따라 군대 가는 사람과 대학 가는 사람이 구분된다. 대학 진학 시 평강군, 세포군 같은 군(郡) 단위로 전체 학생의 서열이 매겨진다. 북한도 남한처럼 대학이 서열화돼 있으며 제일 좋은 점수를 받은 사람부터 차례로 진학할 대학에 대한 선택권이 주어진다.
박 씨의 얘기에 의하면 북한에도 입시 부정이 있다. 박 씨의 누나가 군(郡) 전체에서 1등을 해서 김일성종합대학 진학을 원했는데, 지역 군단 부사령관이 자신의 딸을 김일성대학에 진학시키려 했기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군대 고위 간부가 진학 체계를 흔들어 버리는 비리를 저지른 것이다. 고위 간부의 이런 행태는 북한 사회에 널리 퍼진 일인지 진학 담당 공무원도 문제를 제기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신 군 모집과(대학 진학을 담당하는 부서로 보임)에서 박 씨의 누나에게 ‘평성리과대학’ 진학을 권했다고 한다. 박 씨의 설명으로는 김일성종합대학은 공부를 목적으로 하는 대학이 아니라 출세가 목적인 대학이다. 반면 ‘평성리과대학’은 과학 분야 전문교육기관으로 북한 최고의 수재들이 다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다음에 계속>
구술 박명호, 정리 이광호 객원기자camp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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