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에서 속초로 오는 7번국도상에서 대포항이 있는 오른쪽을 보면 항아리모양처럼 생긴 언덕이 보인다.
이곳을 대표하던 지명은 ‘덕산(德山)’이다. ‘덕산’이란 이름이 문헌상에 최초로 등장하는 것은 ‘삼일포매향비(三日浦埋香碑)’이다. 중국 원나라 연호인 지대 2년(1309) 충선왕 1년에 삼일포매향비(三日浦埋香碑) 비문에 ‘용화회주이신 미륵이 하생하기를 기다리며 미륵보살이 하생할 때 우리들도 함께 태어나 용화회에 참석하여 삼보를 공양드릴 수 있도록 하여 주십시오’라고 기원드리며 양양 덕산망(德山望)에 매향(향나무를 심음)하였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기록상의 ‘덕산’에는 조선시대 봉수(烽燧)가 있던 곳으로 예로부터 군사적 요충지였던 곳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봉수로서의 덕산(德山)의 기록이 전해지며,《현산지》진보(鎭堡)조에는 덕산진(德山津) 부(府) 북쪽 25리에 있다고 하였는데, 특이한 점은 ‘덕산’이라는 명칭이 봉수(烽燧)가 위치한 산(山)이 아닌 배가 드나드는 진(津)의 지명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이 ‘덕산(德山)’이 위치한 지역의 행정상 명칭은 ‘옹진(甕津)’이다. 일제강점기 초기만 해도 속초의 중심지는 옹진(甕津)이라 할 수 있다. <국역 매곡일기(梅谷日記)> 중에 ○1912. 3. 7일자 일기, 옹진출장소(瓮津出張所)로 내려가서 산일을 재판하였다.(556페이지) ○1915. 3. 6일자 일기, 옹진대로(瓮津大路)의 경계를 나누기 위하여…(629페이지) ○1915. 11. 4일자 일기, 옹진(瓮津)에 내려가서 방파제에 부토하는 것을 보고(644페이지) ○1915. 11. 12일자 일기, 옹진주재소(瓮津駐在所)에 갔다(644페이지) 등의 내용으로 보아 옹진이 일제강점기 당시 속초의 중심지였음을 알 수 있다.
1918년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조선오만분의일 지도>를 보면 속초지역을 나타내는 명칭이 ‘옹진(甕津)’으로 되어있으며, 《강원도 양양읍지》의 지도에도 옹진과 속진이 대표적인 마을로 표시되어있다. 또한 조선시대 역(驛)이 아니면서 옹진과 속진에 이참(里站, 역마을을 의미, 즉, 여행객들을 위한 숙소가 있는 곳)이 있던 곳으로 봐서 어업을 통한 사람의 왕래가 잦았던 곳으로 비교적 큰 마을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여지도서≫방리에는 양양군 도문면에 상도문리(上道門里), 하도문리(下道門里), 물치리(勿編里, 勿淄 한자오류), 대포리(大浦里), 옹진리(甕津里)를 두었으며, 1921년에 발간된 <조선도부군면정동리개정구역표>를 보면 도천면은 장항리, 상도문리, 중도문리, 하도문리, 내물치리, 대포리, 외옹치리, 부월리, 논산리, 노리, 속초리의 11개리로 되어 있는데, 1920년대에는 ‘물치리’가 ‘내물치리’로, ‘외옹진리’가 ‘외옹치리’로 이름이 바뀐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대포리에 대해서 <속초의 옛 땅이름>에서는 ‘대포(大浦)의 ‘포(浦)’는 그 훈(訓)이 개(浦)이니, 옛 사람들은 큰 개라고 하던 것이 한자로 대포(大浦)라고 표기한 데서 유래한다. 대포는 속초에서 양양의 물치 쪽으로 들어가는 길목 일대로 쌍천 하구의 큰 개를 말하는데, 큰 개(浦), 갯가라는 뜻의 한 개를 한자로 대포(大浦)라고 표기한 데서 유래되었다’고 하고 있으며, 대포리(大浦里)에 관한 기록은 《여지도서(與地圖書) 양양 방리조》에 “대포리(大浦里) 관문으로부터 북쪽 25리에 있다”고 하고 있고, 또한 ‘대포리(大浦里)는 조선시대 내내 행정지역으로 기록되어 있고, 1918년에 편찬된 《최신조선지리》에는 내옹진과 외옹진이 기록되어 있는데, 내옹진은 오늘날 대포동을, 외옹진은 현재 외옹치(外瓮峙)를 지칭한다.’는 기록을 인용하여 ‘내옹진=대포리’로 보고 있다.
한편, <속초의 지명>에서는 ‘대포(大浦里)리는 큰 포구라는 뜻으로 한개라고 부르던 것을 한자(漢字)로 대포(大浦)라고 표기한 데서 유래되었다. 또 외옹치리(外甕峙里)가 독재라는 고개의 바깥에 있다고 하는데, ‘밧독재’라고 하는데 대하여 대포리(大浦里)는 독재의 안쪽(육지쪽)에 있다고 하여 ‘안독재’ 또는 ‘독재’ 밑에 있는 큰 마을이라고 하여 ‘큰독재’라고도 하였다’고 하고 있으며, ‘조선(朝鮮) 후기 읍지(邑誌)를 살펴보면 옹진리(甕津里)는 오늘날의 대포가 아니고, 외옹치리(外甕峙里)를 가리키는 것이 틀림없다. 대포는 일제시대에는 상당히 큰 항구로 이 고장의 문호 역할을 담당했었다. 그리고 1937년까지 도천면(道川面) 사무소가 위치했었다’고 하여 ‘옹진리=외옹치리’로 보고 있다.
옹진리에 대해서도 <속초의 옛 땅이름>에서는 ‘조선시대부터 면, 리 제도가 실시되었는데, 그때 외옹치(外瓮峙)의 행정지역 이름은 독 나루터라는 뜻의 한자 표기 방식으로 옹진(翁津)이었다. 이후 편찬된 지리서에서도 편호나 인구수가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은 볼 수 있으나 행정 땅이름은 변함없이 옹진리(瓮津里)라고 기록하고 있으며, 1914년 3월 1일 부령 제 111호로 지방제도의 개혁에 따라 도천면(道川面)으로 통합되었고 여전히 행정구역으로 옹진리(瓮津里)로 기록되어 있으며, 1918년 발간된 《최신조선지리》에 내옹진, 외옹진리로 기록되어 있다’는 기록을 인용하여, ‘내옹진은 오늘날 대포리, 외옹진은 외옹치(外瓮峙)로 추정된다’고 하여 ‘내옹진=대포리, 외옹진=외옹치리’로 보고 있다.
<속초의 지명>에서는 ‘독재의 바깥쪽이므로 바깥독재, 또는 줄어서 밧독재라고 불리어졌고, 《여지도서(與地圖書)》, 조선(朝鮮) 후기 읍지(邑誌) 등을 보면 조선시대 행정상 명칭은 옹진리(甕津里)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다 일제시대부터 외옹치리(外甕峙里)로 바뀌었다’고 하여 ‘외옹치리=옹진리’로 보고 있다.
즉, <속초의 옛 땅이름>에서는 ‘내옹진=대포리, 외옹진=외옹치리’로 보고 있으며, <속초의 지명>에서는 ‘외옹치리=옹진리’로 비정하고 있다.
《조선지지자료》에서는 대포리의 언문명을 ‘큰독재’로 표시하였으나, 지역에서는 ‘한 개’의 의미를 한자어로 바꾼 대포로 비정하고 있으며, 이는 두 향토사서에서는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여지도서≫ 방리조에서는 옹진리가 도문면 관할로 되어 있는데, 1919년경으로 추정되는 ≪조선지지자료≫를 보면 대포리는 도문면 관할이고, 외옹진리는 소천면 관할로 되어있다.
또한 포구명(浦口名)에는 도천면의 옹진(甕津, 비고 도문면 대포리), 소천면의 속진(束津, 비고 소천면 속초리)이 표시되어 있다. 리동명(里洞名)에 속진(束津)이 없는 것으로 보아, 속초와 속진이 합쳐진 후 항구명으로만 속진이 계속 사용되어 온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옹진리는 사라지고 외옹진리와 대포리로 나눠지지만 항구로서의 옹진은 계속 남아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필자가 새롭게 찾은 종로도서관에 소장된 1914년 이전에 제작된 또 다른 지도<사진 참조>도 옹진리를 내옹진(內瓮津)과 외옹진(外瓮津)으로 분리하여 표기하고 있으며, 행정구역 또한 내옹진은 도문면 관할로, 외옹진은 소천면 관할로 되어있다.
도문면과 소천면이 합쳐져 도천면이 된 것은 1914년이니 이 지도는 1914년 이전에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으며, 기존의 옹진리가 도문면 관할이었던 것을 일제가 1914 ~ 1921년 사이에 내옹진과 외옹진으로 분리해 내옹진을 대포리에 병합시키고, 외옹진을 외옹치리(外瓮峙里)로 각각 변경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표는 각종 문헌기록과 일제강점기 시대의 자료를 바탕으로 외옹치리와 대포리의 행정구역 변천과정을 도표화한 것인데, 옹진리가 내옹진과 외옹진리로 분리되어 그중 내옹진이 1918년 이후에 대포리에 흡수된 것을 알 수 있다.
원주문화원에서 발간한 <강원도 상황경개(江原道 狀況傾蓋), 1913. 12월 춘천헌병대장 나스 타사부로 편찬, 2015>에서는 ‘양양항(襄陽港)’에 대해서 ‘양양읍에서 북쪽으로 3리 18정에 있다. 도문면 ‘옹진’이 양양항이다. 옹진은 소천면에 속하는 ‘외옹진’과 남북으로 표리를 이루고 있다. 그러므로 ‘내옹진’이라고 부르는 본진은 북쪽에서 구부러져 들어온다’고 하여 외옹치가 외옹진과 내옹진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필자의 의견을 뒷받침해준다.
정상철
속초문화원 부설
속초시향토사연구소 연구위원
1914년 이전, 도문면, 소천면의 행정구역 지도(종로도서관)
조선오만의일지형도 간성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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