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친구가 전화를 했다.
‘친구! 여유로운 백수가 된 것을 축하한다. 그 동안 고생 많았다.’
통화를 끝내고나니 어제 강원도교육청 강당에서 열린 훈포장 전수식을 마지막 공식행사로 40년 교직생활의 막을 내렸다는 것이 현실로 다가왔다.
40년 가르침의 길 위에서, 그 동안 내 머릿속에 저장된 그 많은 기억들과 지금 이 순간 가슴속에서 흐르는 수많은 감정들을 말이나 글로는 다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그 40년의 교직생활을 온전히 마칠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준 많은 분들께 참으로 고마웠다는 말씀은 꼭 드려야 할 것 같다.
14,600일 동안 비 오는 날에는 우산이 되어주고, 바람 부는 날에는 기꺼이 바람막이가 되어 따뜻한 응원의 손길을 내밀어 주고 격려의 눈길로 힘을 보태준 우리 가족에게 제일 먼저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 당신들이 옆에 있어서 늘 힘이 났습니다!
480개월 동안 배움과 가르침을 늘 같이 해야 했던 어려운 길을 저와 함께 묵묵히 걸어오면서 때로는 가르침을, 때로는 따뜻한 동료애를 보여 주신 선배, 동료, 후배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린다. 여러분들이 있어 오늘의 제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40년 동안 교실에서 저와 함께 배움의 길을 걸어간 아이들에게도 더 좋은 선생님이 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자애롭기보다는 무서운 선생님이었고, 아이들의 눈높이와 마음을 헤아리기보다는 내 자신의 교육철학에 빠져 때로는 너무 많은 것들을 강요만 하는 선생님이었던 것 같아 늘 미안했다. 그러나 내 마음의 중심에는 늘 너희가 최우선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만은 알아주기 바란다.
아이들아! 너희들은 언제나 내 삶의 비타민이었다. 고맙고 사랑한다!
350,400시간 동안 묵묵히 교육자라는 이름을 달고, 열심히 외길 인생을 걸어 온 제 자신을 스스로 칭찬한다. 종헌아! 참 열심히 했다!
이제 올라왔던 산의 정상에서 아직 가보지 못한 다른 길로 내려가야 할 시간이다.
어느 시인의 시처럼 천천히 내려가며 올라갈 때 미처 보지 못했던 작은 풀꽃의 모습도 찬찬히 들여다보고, 고즈넉한 산사의 처마 끝에서 바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풍경소리에도 귀를 열어보는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그 여유로움 속에 비록 교육현장을 떠나지만, 마음만은 늘 아이들 교육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 그 것은 내 삶의 대부분을 아이들이 지탱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사는 지역이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마을, 우리 어른들이 아이 기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서 남은 내 열정과 노력을 다하고 싶다.
40년 교직생활 동안 지역사회에서 저를 응원해주시고 도와주신 분들을 일일이 여기에서 거론 할 수는 없지만, 오늘 이 지면을 빌어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그 동안 진심으로 고마웠습니다.
김종헌
시인·설악문우회 회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