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식수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해야죠.”
지난 20일 오후, 속초시 쌍천취수장. 속초시의 주 취수원인 쌍천에서 취수한 원수를 속초시상수도사업소 내에 있는 속초정수장으로 공급하는 쌍천취수장에는 이날 긴장감이 돌았다. 금호콘도와 척산온천 등에서 취수한 지하수를 실은 차량들이 쌍천취수장에 들어올 때마다 속초시자율방재단원들이 바삐 움직였다.
이날은 속초지역에 비나 눈이 내리지 않은 무강우 109일째, 제한급수 실시 보름째가 되는 날이다.
더욱이 겨울가뭄 장기화로 최근 하루 취수량이 평상시보다 6,000~7,000톤 적은 3만1,000톤대로까지 떨어져 관내 25개 아파트로 제한급수(격일제)가 확대 시행되는 첫 날이었다.
속초시의 물 공급 사정이 나아지지 않고 더욱 악화되자, 이날 현장에 투입된 속초시자율방재단원들은 남녀 구분 없이 운반차량에 실린 지하수를 임시관로를 통해 취수조로 옮기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한 방울의 물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이들의 표정에서 비장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날 이곳 현장의 모습에서 ‘속초가 물과 전쟁 중’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힘들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여성 단원은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죠”라고 말했다. 겨울가뭄을 이겨내려는 속초시민들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최상섭 속초시자율방재단장은 “벌써 며칠째 단원들이 현장에 투입되다 보니 많은 단원들이 감기로 고생을 하고 있다”며 “빨리 양양지역의 물이 공급돼 단원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들의 바람대로 고성과 양양지역의 상생협력으로 속초시의 식수난 해결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고 있다.
시는 지난 20일 양양 둔전리 설악저수지 인근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진데 이어, 현재 저수율 100%인 설악저수지의 물을 쌍천취수장까지 공급받기 위해 임시 공급관로(연장 3.5㎞) 설치사업을 지난 21일부터 시작했다. 설악저수지 농업용수는 저수율 80% 범위 내에서 농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시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시는 오는 24일까지 임시 공급관로 설치작업을 마치고 25일부터 하루 6,000여톤의 물을 공급받을 계획이다.
시는 또 고성군 원암저수지의 용수공급을 위한 관로 설치를 위해 재난안전특별교부세 20억원을 행정안전부에 신청했다.
속초시와 고성군, 양양군, 한국농어촌공사 등은 지난 8일 갈수기에 한해 고성과 양양지역의 농업용수를 속초시에 공급하기로 합의했었다.
시는 또 지금의 물부족 사태 해결을 위해 국가 주도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속초시 식수난 해결을 위해 서울시와 한국수자원공사, 해태음료대리점, 동해샘물, 정읍시, 인천시, 광주시, 오산시, 서울 중구 등에서 생수와 급수차량 등을 지원했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극심한 겨울가뭄으로 제한급수가 관내 25개 아파트로 확대(격일제)된 지난 20일 속초시자율방재단원들이 금호콘도에서 취수한 지하수를 쌍천취수장 취수조로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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