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관광지로 손꼽히는 설악권은 크루즈 거점관광, 양양국제공항 인프라, 안보관광 특화 등 차별화한 관광테마로 제주도에 버금가는 관광인프라를 갖춰나가고 있다. 하지만 대형콘도와 호텔 등 기존 시설에만 의존하는 숙박형태로는 늘어나는 관광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데다, 여행자들의 숙박선호도가 펜션이나 민박형태로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현재 설악권의 펜션·민박산업화가 어디까지 왔고, 앞으로 어떤 형태로 탈바꿈해가야 할 지 기획취재를 통해 짚어보고 지역실정에 맞는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현재 국내 농어촌민박 사업자는 2016년 말 기준 2만5,032명에 이를 정도로 민박과 펜션사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농어촌민박이 처음 선보인 것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어촌민박이 유럽 등 관광선진국에서 부족한 숙박시설을 대체하는 동시에 지역특성에 맞는 숙박형태로 발전하면서 급속도로 확산된 가운데 우리나라도 여행이 일상화되는 시점에 발맞춰 농어촌민박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초창기 농어촌민박은 고급화 단계를 거쳐 펜션이라는 이름으로 진화했으며, 2005년에는 농어촌민박법까지 제정돼 여행개념의 또 다른 숙박형태로 자리매김해왔다.
2007년 1만4,805명의 사업자가 2012년에는 2만1,971명으로 급속하게 늘어나는 등 농어촌민박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관광1번지를 자칭하는 설악권도 양양지역이 가장 많은 500여 곳, 고성지역이 400여 곳, 속초지역이 100여 곳이 운영되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실 반영 못해 불법 운영자 양산
2005년 제정한 농어촌민박법은 수차례 개정을 거쳤지만, 펜션이라는 형태의 고급화된 숙박형태를 완벽하게 담아내지 못하면서 펜션은 농어촌민박이라는 다소 추상적이며 광의의 개념에 포함돼 기존 호텔과 모텔 등의 숙박업 사이에서 불안정하고 애매한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의 농어촌주택이 여행패턴 변화로 여행자들이 늘어나면서 2~3개의 방을 꾸며 민박으로 운영하던 형태가 농어촌민박의 골격이라면, 펜션은 여행자들의 고급화 선호도에 따라 평균 7~10개의 객실을 갖춘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숙박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현행 농어촌민박의 정의는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농어촌 주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지역주민이 거주하는 단독주택을 이용해 숙박·취사·조식 등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박사업자가 직접 거주하며 연면적 230㎡ 미만의 단독주택인 경우, 부속건물 1개동까지 허용하고 있으며, 농업인의 경우에만 기존 주택의 증개축비용의 80% 이내 융자지원이 가능하다.
이렇다보니, 전문적으로 맞춤형 숙박형태로 고급화되면서 진화하고 있는 펜션은 오히려 농어촌민박법으로 인해 각종 규제 대상이 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는 국내 여행자들의 패턴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을 수용할 수 있는 펜션의 확충 또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어 현행 농어촌민박법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오히려 불법 운영자만 양산하는 행태를 낳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농어촌민박으로 신고한 후 불법 증축이나 무단 용도변경을 통해 대규모 불법 리조트나 펜션 등이 운영되는 사례가 자주 적발되곤 한다.
이와 관련, 최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점검결과, 민박 2,180개 표본 중 무단 용도변경이 397개소로 확인돼 18.2%가 불법 운영되고 있으며, 실제 민박사업자의 거주위반도 150개소로 6.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어촌 주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제정한 농어촌민박법이 다양한 형태의 여행패턴 변화라는 현실에 맞춰 개정되지 못하면서 불법 운영자들만 양산한다는 지적이 현실로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바비큐장 가림막도 용도변경 제약
정부의 농어촌민박법이 현실성 없게 방치되는 사이, 설악권은 양양지역의 서핑과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등으로 더 많은 관광객들과 여행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민박과 펜션 수요는 갈수록 증가하지만, 여행수요에 걸맞은 민박·펜션의 고급화를 위한 확충은 현실적인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고성과 속초지역도 마찬가지다.
실례로 7개 이상의 객실을 갖춘 대부분의 펜션은 야외 바비큐장을 구비하고 있지만, 눈이나 비가 올 때를 대비해 설치하는 가림막 하나도 용도변경 제약을 받기 일쑤여서 사업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기에 더해 선진국의 민박이나 펜션운영에 맞춰 안내데스크 설치와 식당 규모 확충 등 펜션의 고급화는 가속화되는 상황이나, 현행법의 제약으로 인해 시설 확충은 꿈도 꾸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더욱이 고성 봉포해변에 즐비한 펜션은 아예 숙박업으로 등록해 수월하게 운영되는 반면, 양양지역의 농어촌민박으로 지정받은 펜션들은 수요증가에 따라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숙박업 전환은 애당초 농어촌민박으로 신축됐기 때문에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부는 오는 6월까지 전국의 농어촌민박 지정 업소를 대상으로 일제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가운데 현재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린 강원도 지역은 잠시 유예하고 있지만, 올림픽이 끝나면 다시 조사할 예정이어서 사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강원도농어촌민박협회를 비롯한 전국 농어촌민박협회는 현실에 맞지 않고 불합리하게 추진되는 농어촌 정비법에 근거한 민박제도 법령을 개악으로 규정하고 독소조항 삭제와 바람직한 제도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양양지역의 펜션이나 민박이 최근 늘어나는 여행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시설 규모 확충이 절실하지만 관련법 규제로 인해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양양 강현면에 위치한 다로산 펜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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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설인석 양양군민박펜션협회장
“법이 급변하는 관광환경 못 따라가”
설인석(사진) 양양군민박펜션협회장은 “관광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양양지역을 포함한 설악권의 민박펜션의 산업화는 법 자체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상당히 뒤처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며 “농어촌민박이라는 당초 취지가 이제는 산업화의 틀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한계가 많아 관광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설 회장은 “2018평창동계올림픽 이후에도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올림픽 유산과 배후지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법 개정은 오히려 규제를 더 강화하는 셈이어서 관광활성화는 고사하고 민박펜션산업화에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어 당연히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가 에어비엔비 등 맞춤형 숙박형태로 집약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의 민박펜션법도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는 합리성을 갖춰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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