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동 산1번지. 속초등대가 있는 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산은 조선시대 ‘속진산(束津山)’ 또는 ‘원산(元山)’으로 불려졌다.
《대동지지(大東地志)》간성(杆城)편 산수조(山水條)에는 ‘원산이 영랑호 동쪽에 있다’고 하였다(元山 永郞湖東). 현재의 지리적 개념으로는 영랑호는 속초에 위치했으므로 대동지지(大東地志)》간성(杆城)편이 아닌 양양(襄陽)편에 소개되어야 한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영랑호(永郞湖)는 간성군에 속해있었지만, 정확한 경계구분이 설정되지 못한 상태였다. 그 옛날 간성과 양양의 경계는 지금의 영랑호 다리인 것은 확실하다. 따라서, 원산이 영랑호 동쪽에 있다고 하여 간성에 속해있는 산은 아니다.
조선시대 군국기무(軍國機務)를 관장하던 비변사(備邊司)에서 사용하기 위해 제작된《비변사인방안지도(備邊司印方眼地圖), 1745~1760년 사이 편찬》양양(襄陽)편에는 속초등대가 있는 산을 '속진산(束津山)'이라고 표기하고 있으며, 《대동지지》와 《대동여지도,》,《청구도》,《동여도》에는 ‘원산(元山)’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속진산(束津山)'과 ‘원산(元山)’이 동일한 산(山)인가 하는 것이다 의문이다.
필자의 의견은 ‘속진산(束津山)’과 ‘원산(元山)’이 같은 곳이라 생각한다.
‘속진산(束津山)’은 지리적으로 볼 때 영랑호의 동쪽에 위치해 있으며, ‘원산(元山)’은 문헌에서 영랑호 동쪽에 위치해 있으며, 영랑호 주변에 이렇다 할 산은 없는 실정이다.
또한, 우리가 몰랐던 사실은 등대가 있던 산과 속초감리교회가 있던 산은 원래 하나로 연결된 산이었다. 일제강점기 신작로(新作路)를 내기 위해서 지금의 영금정 입구에서 영랑동쪽으로 산을 깎아내었기 때문에 2개의 산으로 보이는 것이다.
‘원산(元山)’이라 함은 간단히 얘기해서 ‘으뜸되는 산’, ‘중요한 산’을 의미한다. 앞서 기술했듯이《비변사인방안지도(備邊司印方眼地圖)》를 만든 곳이 군국기무(軍國機務)를 담당하는 ‘비변사인(備邊司)’임을 감안하면, 위 지도에 표시된 ‘덕산(德山)’, 초진산(草津山), 죽도봉(竹島峰) 등 외적의 칩임을 알리는 봉수가 있었거나, 정찰하기에 적합한 높이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일면일신사(一面一神社)’ 정책을 펼칠 때에 속초면에 신사(神社)를 세우려고 허가받은(조선총독부 관보[昭和 - 4279호] 1941. 05. 02.) 곳도 이곳이었는데,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그만큼 일본이 탐낼 만큼 정기가 흐르는 산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내고향 속초>라는 책에도 ‘동명동 뒷산 속초감리교회 세워진 곳에 옛 속초소방대 감시초소가 서 있었고 일제강점기 말년에는 속초경방단 초소(마하리소, 적기, 비행기 또는 시내돌발사태를 감시하던 곳)가 소나무가 울창하였던 송림 속에 높이 세워졌었는데(현 감리교회 자리는 높은 산을 깎아 평지로 만든 곳에 건물에 세웠지만 옛날에는 동명동 천주교회 자리와 감리교회 자리가 모두 크나큰 송림 숲이 우거진 높은 지대였다.)’라고 기술되어 있듯이 ‘속진산(束津山)’, ‘원산(元山)’은 동일한 곳으로 군사적으로 중요한 곳이었음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속초감리교회가 있는 지역은 고려시대(1113년 추정) 성터가 발견된 곳이기도 하다.
정상철
속초문화원 부설
속초시향토사연구소 연구위원
비변사인방안지도의 속진산(束津山) (덕산과 속진산이 표기됨).
대동여지도(1861)의 원산.
1953년 원산, 속진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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