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많은 법칙들이 존재한다. 특히 과학 분야에는 중고등학생 시절 과학시간에 배우던 ‘질량보존의 법칙’을 비롯한 기억에도 가물거리는 여러 법칙들이 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여러 현상을 설명해주는 재미있는 법칙들도 있다. 우연히도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반복되어 나타나는 현상을 지칭하는 ‘머피의 법칙’과 그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상황을 지칭하는 ‘샐리의 법칙’이 그런 법칙들 중 하나이다. 그런데 여러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법칙들 중 요즘 들어 체감하고 있는 또 하나의 법칙이 ‘안나 까레니나의 법칙’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까레니나’에서 유래된 이 법칙은 이 소설의 매우 유명한 첫 구절 “행복한 가정은 모두 다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 이유가 다르다”에서 비롯되었다. 잘되는 집안은 다들 비슷하게 근심이 없고 건강하며 화목하지만, 안 되는 집안은 애정 문제이든 금전 문제이든 자녀 문제이든 천차만별의 이유로 불행해진다는 말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피해야 할 조건들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성공하기 위해서는 갖춰야할 공통적인 조건들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지금 우리 지역 인근에 있는 강릉과 평창에서는 동계올림픽이 한창이다. 얼마 전, 필자도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 적성찾기 국민실천본부’ 회원들과 그 자녀들을 인솔해서 강릉 컬링 경기장과 평창 바이애슬론 경기장을 찾아 경기를 관람했다. 또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은 국가적인 대형 이벤트를 직접 참관할 수 있어서 좋았고, TV가 아닌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런데 최근 치러진 빙상 경기들 중에서 ‘안나 까레니나의 법칙’을 체감하게 된 일들이 있었다.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여자 팀추월 경기와 여자 쇼트트랙 계주 경기가 그것이다. 각각의 종목에서 올림픽 무대에 서기까지 선수들이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은 일반 사람들이 결코 가늠하기 어려운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물들은 머피의 법칙과 샐리의 법칙 만큼이나 극명하게 갈렸다. 한 팀은 금메달을 따며 온 국민의 응원과 환호를 이끌어 냈으나, 또 한 팀은 남은 경기를 제대로 치러낼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 들 정도로 온 국민의 비난과 질타를 받고 있다. ‘잘되는 집안’ 여자 쇼트트랙 계주 팀을 보면 선수 개개인의 피땀 어린 노력과 기량 확보가 바탕이 되었겠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와 격려, 각각의 상황에 대처하는 역할 분담, 상대팀에 대한 철저한 분석 등이 결국 금메달이라는 결과물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요즘 속초는 해마다 위태로웠던 갈수기 물 부족 사태가 심각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제한급수가 확대되어 실시되고 있고 시민들의 불편함도 극에 달해 가고 있다. 하지만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구성원들의 노력들도 눈에 많이 띈다. 각 가정에서 조금만 신경 쓰면 될 절수 방법들에서부터 급수차량 봉사를 하는 이들까지 다양한 활동들이 여러 사회관계망을 통해 올라오고 있다. 다행히도 속초, 고성, 양양의 단체장들과 관계자들도 모두 모여 물 부족 사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다각도의 협력방안을 내놓았다고 한다. 당장은 현재의 물 부족 사태를 해결할 수 없겠지만, 곧 순차적으로 이행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우리 지역이 안나까레니나의 법칙에서 언급되고 있는 ‘행복한 가정’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도 각 지자체별로 서로에 대한 협력과 역할 분담, 이해와 배려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속초·고성·양양은 우리나라의 여러 지자체들 중에서 가장 모범적이고 살기 좋은 고장으로 거듭 날 수 있지 않을까?
가뭄이 예상보다 더 길어지고 있다. 이 긴 겨울 가뭄을 해결하는 지혜가 더욱 절실한 때이다.
전형배
데일리F&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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