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가뭄 장기화로 지난 6일부터 제한급수를 시행하고 있는 속초시에 고성군과 양양군이 갈수기에 한해 농업용수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그동안 농업용수 공급에 부정적이었던 고성군과 양양군이 설악권 상생협력 차원에서 내린 결정으로, 속초시 오랜 숙원사업인 안정적인 식수확보의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개 시·군 간담회 합의사항=이양수 국회의원, 이병선 속초시장, 윤승근 고성군수, 김진하 양양군수 등 3개 시·군 자치단체장과 시·군의회 의장, 시·군번영회장, 정낙교 한국농어촌공사 강원본부장, 박한규 도 수질보전과장 등은 지난 8일 속초시청 상황실에서 ‘설악권 3개 시·군 현안사항 간담회’를 열어 속초시의 물부족 해결을 위해 농업용수 공급에 합의했다.
이들은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양양 설악저수지와 고성 원암·인흥저수지에서 영농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수량을 원칙적으로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또 속초시는 고성군과 양양군이 생산한 농산물을 우선 구매하고, 해당 지역 영농에 피해가 있을 시 책임을 지기로 했다. 이로써 극심한 가뭄시기에 한해 한시적으로 고성·양양지역의 농업용수 공급이 가능하게 됐다.
속초시는 90년대 초반부터 안정적인 식수확보를 위해 고성·양양지역의 하천수 및 농업용수를 생활용수로 확보하기 위해 해당 자치단체와 협의를 벌였으나 번번이 무산됐었다.
■회의 초반 분위기 무거워=이날 간담회는 속초시의 가장 시급한 현안사항인 물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시작 전부터 분위기가 무거워 보였다.
이를 감지한 듯, 이양수 국회의원은 인사말에서 “설악권 3개 시·군은 동서고속화철도, 오색케이블카 등 지역의 현안사업 해결에 공동 대응해온 만큼, 속초시의 물 문제도 좋은 결실이 있기를 바란다”며 협력의 분위기를 유도했다.
이에 대해 고성과 양양군은 농업용수 공급에 지역사회의 반대 기류가 있다며 지금은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고 해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고성군은 2014년 속초시와 물 공급 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시가 비가 내린 이후 일방적으로 철회하는 등 아쉬울 때만 물 공급을 요구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성·양양군은 속초지역 한 사회단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설악권 3개 시·군 통합문제에도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광훈 속초시번영회장은 “이날 합의과정에서 고성·양양군이 약간의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어려운 결단을 내려준 두 지역 참석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농업용수 공급 언제쯤=이번 합의에도 현재 속초시가 시행하고 있는 제한급수가 당장 해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는 실무TF팀을 꾸리고 예산 확보 등을 거쳐 양양 설악저수지와 고성 원암·인흥저수지에서 농업용수를 끌어오기 위한 송수관로 매설작업 등에 상당 시간이 걸려, 내년 갈수기 때에나 농업용수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지역사회는 시가 안정적인 식수확보를 위해 중·장기 대책으로 추진 중인 지하암반개발사업과 소규모 식수 전용 저수지 건설, 누수율 저감을 위한 노후 상수관로 현대화 사업 등을 이번 합의와 별개로 계획대로 진행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병선 시장은 “이번 합의에도 제한급수를 피해갈 수 없어 송구스럽다”며 “빠른 시일 내에 실무팀을 꾸려 사업이 조기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지난 8일 속초시청 상황실에서 농업용수공급을 합의한 이양수 국회의원, 설악권 3개 시·군, 번영회,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 등이 서로 손을 잡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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