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장이 서면 어김없이 카메라 가방을 둘러메고 속초에서 양양으로 장보러 갔다. 다른 장꾼처럼 필요한 물건이 있어서도 아닌데 장날만 되면 갔다. 싸전에 들렀다가 어물전으로 해서 채소전까지 두루 돌다보면 파장이다. 양계장을 하며 큰 경운기를 자유자재로 몰던 계란 팔이 아주머니도 만나고, 싸전에서 홍천, 임계 등지에서 고추를 떼다 파는 부부도 만나고, 어물전에서는 명태를 말려서 파는 할머니도 만났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좀 더 살가운 장꾼이 있었는가 하면 얼씬도 못하게 소리를 질러대는 장꾼도 만났다.
지난여름 지나는 길에 우연히 양양장에 들렀을 때, 어물전에서 마른 명태를 파는 할머니가 알아보고 아직도 사진 찍느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옛날 이야기 한 번 하셨슈우~” 한다. 그 옛날 왜 사진을 찍느냐고 물어볼 때 “훗날 옛날 얘기하려고요” 했었는데, 그 얘기를 기억하시나보다. 이제야 그 ‘옛날이야기’를 하나보다.
오는 21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인덱스’에서 사진전 ‘옛 이야기 20’을 여는 사진작가 장상기(67, 사진)씨 얘기다.
장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 예전 정겨웠던 양양장 풍경과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푸근한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 20점을 선보인다. 도심 인사동에 양양장이 서는 셈이다.
전시작은 1992년에서 2009년까지 촬영한 사진들이다. 양양장에서도 싸전(쌀 등 곡식을 파는 곳) 사진들만 모았다.
“양양장이 지금은 리모델링으로 옛날 모습이 아니에요. 왠지 삭막하고 허전하고 애잔한 정이 느껴지던 장날 풍경은 찾아보기 어렵죠.” 그가 ‘옛이야기’라는 이름을 달고 이번 사진전을 여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장 작가는 1987년 제20회 강원일보 사진전 대상을 수상한 후 이듬해 강릉 예맥미술관에서 ‘봉포리 사람들’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후 ‘학교-내가 바라본 교실’(2009, 속초 엑스포전시관), ‘학교 고성고등학교 1994~1999’(2011, 속초문화회관), ‘사회로의 발걸음 학교’(2012, 속초시립박물관) 등 학교를 주제로 3번의 개인전을 더 열었다. ‘응답하는 시선‘(인천 사진공간배다리), ‘PORTFOLIO 7전(展)’서울 갤러리 나우), ‘제4회 현대사진 공모 선정 작품전’(서울 갤러리 인덱스) 등 그룹전도 13번이나 참가했다.
태백 출신으로 32년간 교직에 있었던 장 작가는 1986년 속초고등학교로 전근 오면서 속초를 제2의 고향으로 삼게 됐다. 2007년 양양고등학교에서 퇴직했고, 지금은 고성 봉포에서 살고 있다.
장재환 기자 semin2748@naver.com
장상기 작가의 전시 작 중 양양장 싸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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