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地名)은 우리의 생활터전이 되는 장소의 지형(地形)과 지물(地物) 등을 다른 지점과 구분하기 위한 생활의 필요에 의하여 자연발생적으로 명명(命名)된 특수한 언어기호이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만들어진 우리나라 지명의 거의 대부분이 우리 조상들의 생활주변에서 그 지역의 지형, 자연환경의 영향, 인문지명 등에서 유래한 지명이 많다.
지명의 어원을 찾고, 과거의 지명과 현재의 지명을 연결시키는 작업은 수 천 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의 과거 모습과 현재의 우리를 연결시키는 중대한 작업으로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속초지역 또한 많은 향토사학자들이 우리 지역의 고유지명을 찾고자 수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가 사는 지명(地名)을 ‘속초(束草)’라는 이름으로 미리 한정해 놓고 찾고자 했기 때문에 지명찾기가 더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다. 아시다시피, 속초(束草)라는 지명이 문헌상에 최초로 기록된 것은 조선 단종 2년(1454)에 편찬된《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에 ‘속초포(束草浦)가 양양(襄陽) 북쪽에 있고…’라는 기록으로 속초 또는 우리 지역명칭 -설악산, 영랑호 제외- 에 대한 최초의 기록으로 보고 있으나, 속초지역의 ‘덕산(德山)’이라는 지역명칭은 고려시대 충선왕(1309년)에 기록되어 있어 우리지역 명칭에 대한 최고(最古)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부수적인 이야기이지만 덕산(德山)이란 언덕의 ‘덕’과 뫼 ‘산’이 합쳐진 단어이다. ‘한자 + 한자’인줄 알지만 사실은 ‘한글 + 한자’로 된 단어이다. ‘언덕’의 ‘덕’은 여진어로 함남, 황해지방에서는 ‘둔덕’이라고도 하며, 언덕이란 ‘땅이 비탈진 곳이자, 그것을 둘러싸는 지대보다 높이 솟아 오른 비교적 좁은 곳’을 의미한다.
속초지역이 언제 도천면과 소천면으로 분리되어 운영되어 왔는지 정확한 사료는 전해지지 않으나, 속초 청대리에 약 600여년간 세거하던 인동 장씨 족보에 ‘△장서(長緖, ~1565?) 묘 : 소천 온정안산(所川 溫井案山) 온정리의 안쪽산 △장례(長禮 ~1555?) 묘 : 양양 소천 매문허 이목동(襄陽 所川 每文墟 梨木洞) △장운기(長雲記 ~1575?) 묘 : 도문 주교리(道門 舟橋里)’란 기록이 있어, 약 16세기경부터 속초지역이 도문면과 소천면으로 분리되어 왔음을 추정할 수 있다.
속초(束草)는 옛날에 양양군 소천면 속초리에 불과했던 곳이었지만, 일제강점기 시절 어업의 발달로 인해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터전을 이루고, 광복이후 한국전쟁으로 함경도 피난민들이 정착하면서 도천면 속초리(과거 소천면 속초리)가 한 지역을 대표하는 도시명(都市名)이 되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는 통치의 효율성을 위해 지방 행정제도를 정비하여 1914년 전국을 13도로 나누고 그 밑에 부·군·도(島)를 두었으며 전국의 군을 220개로 정리하였다. 이 때 양양군 도문면(道門面)과 소천면(所川面)이 도천면(道川面)으로 합쳐져 오늘날 속초시의 토대가 형성되었다.
속초지역의 지명은 <조선지지자료(朝鮮地誌資料), 1911년 조선총독부에서 전국의 지명(地名)과 지지(地誌) 사항을 작성한 자료>의 내용 외에는 그 지역주민들의 증언에 의해 마을 지명을 해석해 놓은 실정이며, 각종 문헌기록에 나와 있는 지명 또한 부족한 실정이다.
더구나, 일제강점기 1921년에는 <조선도부군면정동리개정구역표>로 전국의 고유 지명을 개정하여, 순수한 토속적인 이름을 망쳐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이웃의 간성군(지금의 고성군)의 이야기이지만, 간성군의 죽왕면(竹旺面)은 조선시대까지 유지되어오던 죽도면(竹島面)과 왕곡면(旺谷面, 원래 ‘王’자 인데 일제가 ‘일황(日皇)’을 의미하는 ‘旺’으로 고쳐놓음)을 합쳐 죽왕면이 되었고, 마을(里)의 경우, 삼포리는 ‘순포리’, ‘황포리’, ‘포월리’라는 세 개의 리를 합쳐 삼포리가 되었고, ‘인흥리’는 ‘인각리’와 ‘장흥리’, ‘풍곡리’를 합쳐 인흥리로 만들어 놓는 등 수많은 고유지명을 파괴해놓았다.
이에 필자는 새로 발굴한 자료와 기존의 통설(通說)을 비교하여 속초지역의 고유지명을 찾고 그 변천과정을 연구․조사하여 바로 잡고자하는 바이다.
이번 연재에서는 비선대(秘仙臺)와 영금정(靈琴亭)은 같은 곳인지를 비롯해 속초등대가 있는 산의 이름, 내옹진·대포리·외옹진·외옹치리·옹진리의 관계, 조도(鳥島)의 원래이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 본 원고는 속초문화원의 『도시변천사 기록사업』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정상철
속초문화원 부설
속초시향토사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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