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자녀와 부모가 함께 고민을 들고 나오는 TV 프로그램 ‘동상이몽’에 얼마 전 전국 곳곳으로 행사를 찾아다니는 트로트 가수 어머니와 딸이 출연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속초에서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현미(47, 사진) 씨와 고 3인 딸 김미란 양이다. 어려서부터 가수가 꿈이었다는 김 씨는 꿈을 놓지 않고 있다가 첫 아이를 낳고부터 본격적으로 여러 가요제에 나가기 시작했다. 노래실력을 인정받고 작곡가들의 눈에 띄어 첫 앨범을 내게 된 것이 마흔 세 살이던 2012년.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시원스러운 창법이 귀에 착착 감기는 첫 타이틀 곡 ‘간다 간다’를 만들어준 이는 속초에서 가수로도 활동 중인 작곡가 김영대 씨다. 다른 지역에서도 제의가 있었지만, 가족들을 두고 오가기가 쉽지 않아 속초에 있던 그와 작업을 하게 됐다.
“이름을 알리기가 쉽지 않아요. 소속사에 속하면 좀 더 쉽지만 그렇게 하면 가수로서의 역할이 엄마로서의 역할을 압도할 것 같더라고요.”
무대에 서기 위해, 노래를 알리기 위해 뛰어다니면서 그는 가정에서의 역할과 자신의 꿈을 위해 노래하는 것, 둘 다 소홀히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하고자 하면 어떻게든 길이 열리는 것 같아요.”
‘슈퍼우먼’이 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노래에 대한 김 씨의 강한 갈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상이몽’ 출연 당시 딸 미란양은 어머니 김 씨가 담도협착증 수술을 하는 등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에 어머니의 가수활동을 반대한다고 했다. 미란 양은 방송에서 김 씨가 열이 40도까지 올랐는데도 이틀 만에 털고 일어나 행사장에 갔었다고 했다. 그동안 무명가수로서의 설움을 가까이서 봐온 미란 양은 방송 이후 어머니가 ‘동상이몽 행사맘’으로 알려져 인지도가 훌쩍 올라간 것에 대해 복잡한 심경이지만, 여전히 어머니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김 씨의 열정은 가족들의 마음을 녹였다. 처음엔 반대했던 남편 역시 아내의 꿈을 꺾으면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 같아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선천적 심장 희귀병까지 갖고 있어 평생을 조심하며 살아야 하는 김 씨는 “그렇기 때문에 더욱 즐거운 일을 하며 살아야한다”고 말했다. 무대가 그의 활력소이자 치료제다. 그의 심장은 아직도 펄펄 끓는 중이다.
심장병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무대 위를 날아다니는 김 씨에게는 같은 트로트 장르로 히트한‘백세 인생’이라는 노래가 있듯이 아직도 노래할 날들이 많다. 방송에서 노래를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던 그룹 ‘노라조’의 조빈 씨와 다른 작곡가들에게서도 연락이 오고 있다고 하니 아무래도 딸의 걱정은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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