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서예의 명사인 남전 원중식의 5주기 유작전 ‘화합의 울림’이 지난 16일부터 진부령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남전이 말년에 속초, 고성 등지에서 거주하며 휘호한 작품 80여점이 전시 중이다. 이 전시는 고성군 주최, 경동대학교 등의 후원으로 남전이 창립한 시계연서회가 주관했다.
전시 기간은 3월 31일까지로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기간을 끼고 있으며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도 전시회를 후원, 올림픽 관람객들이 강원도의 격조 높은 문화예술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겨냥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 따라 평창동계올림픽과 강원도 산수에 관한 작품도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남전은 서울대 농대를 나와 서울시립대와 서울시청에 재직했으며 50살이 되던 1990년, 공직을 마치고 강원도에 정착해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했다. 대학 재학 시절인 1962년부터 4년 연속으로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입선했고 2008년 ‘일중서예상’ 대상을 수상했다. 2003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 부문 심사위원장을 역임했으며 2002년부터 타계할 때까지 예술의전당 자문위원이었다.
남전은 젊은 시절, 추사 이후 한국 서단의 거목으로 꼽히는 검여 유희강(1911~1976)에게 사사한 뒤 반세기 동안 작품 활동을 하며 한국 서단의 기둥으로 우뚝 섰다.
젊은 시절 남전이 검여를 간호한 일화는 흥미롭다. 1968년 검여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한쪽 몸이 마비되자, 사람들은 ‘글씨를 쓰는 사람으로 오른손이 마비된 검여는 이제 끝났다’고 수군거렸다. 그러나 남전은 스승을 등에 업고 다니며 극진히 간호했고 이후 검여는 10개월 만에 마비된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쓴 ‘좌수서’를 통해 재기했다.
이번 전시의 준비 과정은 각별했다. 시계연서회가 지난 3년 동안 전국의 지인, 유족 등 소장자를 직접 찾아다니며 서예·문인화 700여점과 전각 300여점을 수집했고, 이 중에서 남전이 강원도에 거주하며 빚어낸 노작 80여점을 선정해 일반에 공개하게 됐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남전의 작품들을 오랜 준비를 거쳐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남전은 여러 글씨체에 능해 서예 작품들이 단조롭지 않으며 어떤 것은 형형색색을 띠고 또 다른 것은 글씨가 마치 그림인 듯 미적 감각을 뽐내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서예 작품 외에 그가 그린 수묵화도 감상할 수 있다. 예술적 안목이 평범한 사람이라도 남전의 작품이 보여주는 현란한 변화들을 한 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예술적 감각을 키울 수 있다.
한문을 모른다고 해서 주저할 필요도 없다. 작품마다 그 옆에는 작품 설명이 붙어 있어 그 의미를 되새기게 해 놓았다. 아이들과 함께 감상한다면 좋은 학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自强不息(자강불식 – 스스로 힘쓰며 쉬지 않는다), 敎學相長(교학상장 – 가르치는 일과 배우는 일은 서로를 자라게 한다), 利民爲本(이민위본 – 백성을 이롭게 함을 근본으로 삼다) 같은 글을 읽고 곱씹어 본다면 각자의 삶과 우리 사회를 되짚는 화두로 삼을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80여 점이 실린 도록이 무료로 제공된다. 두고두고 작품을 감상하며 붓글씨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사진작가 윤주영 전시회 ‘백인백상(百人百想), 한국을 움직이는 백 명의 명사들’(2009년, 세종문화회관)에 출품된 남전 원중식의 휘호 모습.
남전 원중식의 유작전.
남전의 작품 ‘다(茶)’. 2009년 작. 경동대학교 소장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기념 남전 원중식 유작전 ‘화합의 울림’이 진부령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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