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면서 어려움도 겪었지만 결국엔 이겨내고 성공했다. 보통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하지만 조정용 씨는 여기에 하나가 더 붙는다. 성공했지만, 그리고 여전히 성공적인 삶을 유지하고 있지만 다른 분야로 새롭게 도전하고 있다.
화가, 대학 강사, 학원장, 배달원, 막노동자, 외판원, 미술심리학자, 교수, 기업인 등등. 조정용 씨는 이렇게 많은 직업을 거쳐 왔다. 그리고 이제 다시 하나를 더했다. 가수 ‘조교수’로서의 삶이다.
“오십이 된 지금에서야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조교수’의 노래 ‘오십이 넘어서’의 가사이다. 이 가사는 조 씨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듯 보인다. 오십이 넘어서 새로운 삶인 가수로서의 길을 찾고 그 일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수 조교수는 경남 김해 진영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아주 어린 시절에 속초에 와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녔다. 그리고 대전 소재 대학에 들어가며 속초를 떠났다. 현재 대전에 살고 수도권을 오가며 사업을 하지만, 그의 속초 사랑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그가 직접 펴낸 자서전에서 속초의 산, 호수, 바다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고 ‘조교수’의 노래인 ‘속초항등대길’로 속초를 노래하고 있다. 그리고 속초 관련 행사에 초대가수로 활약 중이다. 그는 속초를 자신의 고향으로 여기고 수시로 속초를 방문하며 이곳 사람들과의 연을 이어가고 있다.
‘조교수’ 조정용 씨의 젊은 시절은 그리 순탄치 못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여러 미술전에서 수상하고 전시회도 다수 열며 화가로서의 삶은 나쁘지 않았지만, 화가이자 대학 강사로서의 살림살이는 어려웠다. 그래서 막노동, 외판원 등의 일도 할 수밖에 없었다. 한때 미술학원도 운영했지만, 1997년 외환위기 때 문을 닫았다. 그리고 시작한 일이 2002미터의 그림을 그리는 일이었다. 월드컵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의미로 본인의 돈을 들여 하는 일이었는데, 당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이 그림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한다. 이후 자신의 전공을 살려 아이들의 학습도구이자 장난감인 ‘촉촉이모래’를 발명하면서 인생이 바뀌게 된다. 촉촉이모래는 아이들이 모래놀이를 할 수 있게 만든 재료로 부드러운 촉감으로 잘 뭉쳐져서 여러 모형을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제품으로 사업은 크게 성공했고 어느새 회사는 건물을 보유한 안정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렇게 약간은 독특한 삶을 산 ‘조교수’ 조정용 씨는 어느덧 환갑의 나이를 바라보고 있다.
“저는 화가로서의 삶이 제 인생의 근본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가수이지만 아마도 60대가 되면 다시 화가로 돌아갈 겁니다.”
그러나 그 이전까지 ‘조교수’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노래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실패를 넘어 성공을 경험한 그의 표정은 자신감과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오십대에 가수로 데뷔한 ‘조교수’ 조정용 씨.
‘조교수’의 앨범. ‘속초항등대길’ 등의 노래가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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