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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노년의 길을 찾다 - 초로의 IT 강사 이영희 씨가 사는 법
배움에 만족 않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사회생활과 접목 / 속초시노인복지관서 인터넷·스마트폰 활용 강의 / “누군가 가르치고, 속초 알리는 일상 계속되길”
등록날짜 [ 2018년01월08일 14시49분 ]

노년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기 전에 여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힘들다. 진작부터 노후 설계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금전적 준비 이외에 젊은 나이에 노년을 진지하게 생각하기는 쉽지가 않다. 생업에 종사하고 자식을 키우는 등 자신의 주어진 삶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나이 들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늘의 주인공은 우리의 노년이 어떠해야 하는지 작은 이정표를 제시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60대 IT 강사 이영희 씨가 사는 모습을 슬쩍 한번 들여다보자.
이영희 씨는 올해 환갑의 해를 맞았다. 100세 시대에 ‘아직 젊다’고도 볼 수 있지만 60대의 나이는 분명히 노년의 삶이 시작하는 연령대이다. 하지만 이 씨의 표정에서는 어떤 젊은 사람 못지않게 신선하면서도 푸근한 미소를 느낄 수 있다. 하루하루가 즐거운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인상이다.
IT 강의를 시작한 지는 벌써 7년째라고 한다. IT 강사들이 현업을 이미 정리했을 나이에 강의를 시작한 것이 이채로워 보인다. 무엇이 이 사람을 이 길로 이끌었을까?
 
50대 초반에 컴퓨터 공부 시작
화천이 고향인 이 씨는 열아홉 이후로 서울 생활만 40년 가까이 했다. 결혼을 일찍 하는 바람에 주부 생활도 어느새 그 정도의 세월에 가까워졌다. 물론 당시로서는 그리 일찍 결혼한 것은 아니다. 어쨌든 이 씨는 20대 초반에 결혼을 하면서 시부모를 모시고 남편과 자식에 헌신하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주부였다.
이영희 씨는 시를 좋아해 인터넷 시 동호회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것이 이 씨가 IT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 여러 가지 자료를 게시판에 올리다가 웹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50대 초반에 컴퓨터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독학을 하다가 학원도 다니면서 공부에 열중했다. 하지만 웹디자인 분야는 젊은 사람들도 쉽게 하기 힘든 전문적인 영역이라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 씨의 IT 공부는 멈추지 않았다. 워드프로세싱 등 사무용 프로그램을 다루는 ITQ 정보기술자격을 취득했고 사진 소프트웨어 활용에 관한 자격도 갖추게 됐다.
흥미로 시작한 것이면 이쯤에서 멈출 법도 한데 이영희 씨는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된다. 2011년부터 서울 성가정노인종합복지관에서 강의를 맡게 된 것이다. 그리고 강의를 하는 한편으로 최신 트렌드에 대한 정보를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서울소셜리딩그룹’ 등의 활동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서로가 가진 정보를 나누며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속초에 온 것은 3년 전의 일이다. 남편의 일 때문에 함께 왔다. 환경이 바뀌면 생활도 바뀌게 마련인데 이 씨의 IT 강사 생활은 멈추지 않고 계속 되고 있다. 이제는 속초시 노인종합복지관에서 그 이력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는 인터넷·스마트폰 활용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또한 이곳 외에 다양한 외부 강의를 하며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노인들을 위한 강의는 첫 시간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나이 든 수강생들이 포털사이트에 가입하고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과 연동시키는 것부터 헤매기 일쑤이다. 타자 속도가 느린 것도 수업을 더디게 만든다. 그 와중에 고집을 부리는 이가 있으면 한바탕 난리를 치르게 된다. 하지만 몇 번의 강의가 지나면 수강생들의 모습은 달라진다. 어르신들이 사진을 수정해서 예쁘게 꾸미고 이걸 가족들에게 SNS로 전송하면서 뭔가 뿌듯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자식들과 소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수단을 얻었기에 수업에 더욱 열중하며 수시로 고마움을 표한다고 한다. 노인복지관에서의 강의는 이영희 씨에게 무급의 자원봉사이지만 이러한 모습들을 볼 때마다 자신의 일에 더욱 큰 사명감을 느낀다고 한다.

속초시 SNS 홍보기자로도 활동
이 씨는 자신의 재능을 살려 속초시 SNS 홍보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속초에 산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속초가 가진 매력들에 반해 블로그, SNS로 부지런히 속초를 알리고 있다. 수천 명의 SNS 친구들, 그리고 인터넷의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속초의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하루가 멀다 하고 부지런히 소개하고 있다. 이런 활동은 속초시로부터 인정받아 작년 하반기에는 우수 활동상으로 속초시장 명의의 표창장을 수상한 바 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IT 기기가 가족 간의 대화를 단절시킨다는 지적들도 많다. 하지만 이영희 씨 가족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일이다. 부군은 현재 새로 집을 지으며 아내를 위한 컴퓨터방을 따로 만들고 있고, 자식들은 평범한 주부였던 어머니가 새로운 삶을 만난 것을 신기해하며 꾸준히 응원하고 있다. 그리고 이 씨는 수시로 자식들과 SNS로 소통하고 있다.
이영희 씨는 SNS가 가진 장점에 대해서도 짚었다. 현실에서의 인간관계는 그 사람을 둘러싼 현실적 조건들 때문에 제한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터넷상에서는 그런 제약이 훨씬 더 약하기에 격의 없는 대화가 가능하다. 그리고 바쁜 시대에 직접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하지 않고도 SNS를 통해 서로 안부를 전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 씨의 희망사항은 소박하다. 누군가를 가르치고, 속초를 알리는 자신의 일상이 변함없이 계속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에서 노인들을 위한 IT 교육이 가지는 가치를 알아주길 희망하고 있다. 이 씨의 이런 바람은 소박한 듯 보이지만 분명히 우리가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와 연결된다. 노인들이 교육을 통해 새로운 즐거움을 가지는 것은 노인 개인에게도, 그리고 우리 사회에도 이득이 되는 것이다.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 등 노인문제가 심각한 우리 사회에서 평생교육 체계가 가지는 의미는 그만큼 더 클 수밖에 없다.
행복한 노년을 맞는다는 것은 사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잘 되지 않는다.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행복한 노년을 위해서는 복지·평생교육·보건의료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IT 강사 이영희 씨가 보여준 모습은 우리에게 시사점을 던진다. 이 씨는 최신의 기술을 막연히 어렵게 여기며 담을 쌓지 않았고, 관심을 가지고 부단히 공부를 이어갔다. 자격을 딴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과 교류하며 최신 트렌드를 습득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자신이 배운 것에 만족하지 않고 사람들과의 소통에 활용했고, 또한 자신의 사회생활과 접목했다. 행복한 노년을 꿈꾸는 이들에게 하나의 좋은 사례를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IT 강사와 속초시 SNS 홍보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영희 씨.
IT 강사 이영희 씨가 속초시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이영희씨 제공>

 

이광호 (campin@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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