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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 ‘회갑맞이’ 단상
등록날짜 [ 2018년01월08일 13시33분 ]
회갑이란다. 착각은 자유라고 필자 인생에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회갑은 어르신들에게나 해당하는 말이고, 배고픈 시절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아무개 어르신 동네잔치였지 나하고는 무관한 말이었다. 그런데 회갑이란다. 의식하지 못했는데 내자가 그러니 정말인가보다. 부정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솔직히 실감은 나지 않는다. 뜻밖의 의문이 머릿속에 실제화 되려면 “누가? 내가? 정말?”이라는 세 번의 자문을 거쳐야 비로소 받아들여진다.
지금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겠지만 우리시대 사람들은 생일이 둘이다. 음력생일과 양력생일인데 보통은 음력이다. 50~60대 나이또래 대부분 사람들의 주민등록에 기록된 출생은 음력이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기록된 음력생일을 환산 없이 양력생일로 인지한다. 지금시대가 양력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셜 네트워크에서 자동으로 팝업해 주는 생일축하메시지는 대부분 가짜생일날이다. 알면서도 축하 문자를 보내지만 사실은 헛일이다. 진짜 생일은 음력이든지 아니면 전혀 엉뚱한 날이다.
그런데 필자는 나이가 셋이다. 음력생일인데 병약하여 선친께서 이태나 늦게 출생신고를 하셨다. 생존가능성을 염려하여 경과기간을 2년이나 두셨다. 선친의 선견지명 덕분에 정년이 늦어지는 혜택을 받게 되었다. 음력 12월생은 태어나자마자 우리나이로 금방 두 살이 된다. 애매하게 한 살을 더 먹는 셈이다. 호적생일과 실제생일이 다르니 누가 나이를 물을 때면 설명이 구차하다. 그래서 결혼이후부터는 양력생일로 지낸다. 그랬더니 호적과 실제나이 차이가 줄었다. 그래서 생일이 셋이 되었다. 음력생일, 호적생일, 양력생일이 서로 다르다.
지인 한사람은 생일이 5월 5일이다. 특이하다 싶어서 물어봤더니 본인뿐만 아니라 형제자매가 모두 생일이 한날이란다. 춘부장(남의 아버지를 높여 부르는 말)이 어린이날과 생일을 겸하여 잊지 말라고 한날로 통일시켰단다. 언뜻 지나치다 싶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기발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합동생일에다 어린이날까지 겹쳐놓았으니 간편하기는 그만이다. 그때는 요즘처럼 마음껏 축하해줄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은 교칙과 학칙에 사문화되다시피 했지만, 불과 수십 년 전만해도 부모님 회갑일은 의당 학교를 결석했다. 집에서는 잔치에 쓰려고 미리 수개월 전부터 돼지를 키웠다. 회갑청첩장을 돌리고 원근각지 친척들이 회갑연에 모여 하루 이틀을 묵었다. 동네 두레계에서는 마을이장이 주도가 되어 초가집마당에 잔치천막을 치고 멍석을 깔았다. 집집마다 다니며 교자상을 빌려다가 손님잔치 음식상을 내었다. 가난한 시절이라 돈으로 부조를 못하면 음식을 만들어 부조했다. 부잣집은 소리꾼도 불렀다. 지금으로 말하면 밴드를 부른 셈이다. 장수를 기원하는 뜻의 헌수를 위해 회갑 잔칫상을 높이 괴어 올렸다. 풍속이 이렇듯 급속히 변했다.
오늘날 회갑은 보통 생일보다 조금 다른 의미일 뿐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회갑을 밝히는 것이 오히려 유난스럽고 겸연쩍은 일이 되었다. 그냥보내기 뭐해서 부부동반 회갑기념 해외여행을 계획하면 그래도 여유가 있다. 직장은 정년이라 아직 끄떡없는 정정한 회갑맞이는 인생 이모작 또는 삼모작을 새롭게 준비해야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풍요 속에 빈곤이라고 먹고사는 것이 넘쳐나지만, 겨를 없이 달려온 이들에게 노후문제는 무거운 짐이다.
그리운 고향을 찾아 나서는 사람이 많다. 은퇴귀농이라고 이름이 예뻐서 좋다. 농사가 목적이 아니고 고향 가려는 명분이다. 매달 빠져나가는 초등학교 동창회비 자동이체가 그리워하는 마음의 증거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소일거리 농사일을 좋아한다. 인간이 흙으로 빚어졌기에 귀천인 본향으로 돌아가려는 자연스런 준비모습인가보다.
버나드 쇼우의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해학이 넘치는 묘비명의 고백을 거울삼아 자신을 다잡아 본다.
최철재
경동대 교수·이학박사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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