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9일, 속초 교동 아남프라자에서 열린 ‘장애인과 함께하는 음악회와 바자회’는 관람객들도 성황을 이뤘다. 2017년을 마무리하는 장애인 행사여서 사람들의 표정도 약간 들뜨고 행복한 모습들로 가득했다.
이 행사는 ‘한빛세상’의 한지혜 대표가 기획한 것으로 5회째를 맞았다. 행사를 며칠 앞두고 준비에 한창인 한 대표를 만났다.
방문객을 맞이하는 한 대표의 모습은 너무도 밝았다. 첫인사부터 환한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말투도 시원시원했다. 한국연예예술인협회 속초지회장을 맡은 적이 있고, 또한 공연 무대에서 단련된 이라 그런지 사람을 대하는 것도 부드럽고 사교적이었다.
한빛세상은 음악을 매개로 복지 관련 사업을 하는 법인이다. 장애인 밴드를 운영하고 장애인과 무의탁 노인을 위한 행사를 진행하며 장애인 음악치료도 병행하고 있다.
한 대표는 어린 시절 양로원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일찍부터 복지사업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1994년부터 속초종합사회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고, 2005년에는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며 사회복지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길러왔다. 한 대표는 현재 장애인을 위한 음악 수업을 위해 여러 복지 기관에 출강하며 장애인 등을 위한 공연에도 매진하고 있다.
한 대표의 삶에서 복지사업은 ‘중독성’ 있는 일이다. 복지사업을 위해 사비까지 털어 썼고, 7년 전쯤에는 개인 사업을 접고 더 많은 시간을 복지 사업에 할애하기 시작했다.
대형 공연 사업은 재원 마련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한 대표도 이 부분에 애로가 많았다. 적극적이고 사교적인 듯 보이는 한 대표도 사람들에게 기부를 요청하기가 미안한 때가 많아 그동안 사비를 많이 들였다고 한다.
한빛세상의 장애인밴드인 ‘헬로밴드’는 시각장애, 지적발달장애, 지체장애 등 다양한 장애를 가진 이들로 이뤄져 있다. 기타, 베이스, 드럼 등 전문 밴드처럼 짜임새를 갖추고 있고 외부 공연도 소화할 만큼 실력도 만만치 않다. 이 밴드는 주 1회씩 정기적으로 연습을 하며 실력을 더욱 탄탄히 다져 나가고 있는 중이다.
“장애인도 베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장애인 음악교육에 대한 한 대표만의 철학이 담긴 말이다.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장애인은 받기만 하는 존재’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한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장애인도 얼마든지 타인과 사회를 위해 베풀고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이 그 매개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장애인이 음악을 배우며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이 배운 음악을 남들에게 보여줄 때 이는 타인을 위해 베푸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장애인은 기존의 닫힌 생각을 열고 한층 더 성장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우리 사회도 장애인을 위한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장애인의 공연은 다양한 사람들이 교류하고 화합하는 장이 될 수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고 또한 많은 장애인 단체들이 한군데 모여 서로 협력하고 소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 대표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 대표는 우리 사회에 하고픈 말도 잊지 않았다.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비장애인들은 이걸 기본적으로 인식하고 장애인들을 배려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 대표의 이 말은 속도 경쟁에 빠져 약자를 배려하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준엄한 경고처럼 들린다.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한지혜 한빛세상 대표
장애인과 함께하는 음악회 장기자랑 참가자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지난달 29일 장애인과 함께하는 음악회에서 장애인 가족들이 함께 공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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