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는 해마다 관광도시로서의 위상을 더욱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속초에서는 관광업이 아니라 수산업이 도시 발전의 근간을 이루는 산업이었다. 지난 19일 속초시립박물관에서 시작된 ‘속초 나릿가 마을의 삶과 풍경 특별전시회’는 속초의 이러한 면모를 살피기 위해 기획된 전시이다. 내년 2월 4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일제 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속초 해안의 모습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번 특별전은 우선 그 명칭이 향토적이다. 나룻가의 지역 방언인 ‘나릿가’를 사용해 향토적 분위기를 배가했다.
전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하나는 속초 수산업의 역사에 관한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고 최구현 작가의 사진에 나타난 속초 나룻가 풍경과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 관한 것이다.
먼저 속초 수산업의 역사에 관한 전시에서는 신문기사에 나타난 속초 수산업의 역사를 보여준다. △일제 강점기에 명태가 많이 잡힌다는 기사 △1937년 속초어업조합의 사무소가 대포리에서 속초리로 옮겼다는 기사 △일제 강점기에 속초항이 어떻게 개발돼 왔는지에 관한 기사 △1976년 해난 사고로 가족을 잃은 어린이에 관한 기사 등 당시의 신문기사가 자료로 제시되며 속초 수산업의 역사를 간략히 정리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전시의 한쪽 편에는 속초수협에서 사용하던 물품들을 전시해 지난 시기 수협에 관한 역사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속초예총 회장인 정봉재 작가의 수채화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구 속초수협’을 비롯해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톤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최구현 작가의 사진은 긴 설명문 없이 전시돼 있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자칫 사진 작품만 대충 감상하듯이 지나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진 하나하나마다 다양한 요소들이 담겨 있어 사진 한 장씩을 주의 깊게 본다면 역사적 의미를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가령 ‘어선 정박’이란 사진을 통해서는 1960년대에 활발히 이용되던 무동력 목선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최구현 작가의 사진을 보면 아이들이 나룻가 근처에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오징어 할복을 하는 소녀, 기다란 갈퀴로 해안에서 미역을 채취하는 소년들, 정박한 배 옆에서 떨어진 게의 다리를 가지고 노는 꼬마들 등 ‘나릿가’에서 놀거나 일하는 아이들의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다.
이광호 객원기자
고 최구현 작가의 전시 사진 ‘고기잡이 출항 전 선원 모습’. <속초시립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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