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초 청호동 캄보디아 출신 썸밧씨
혼자 5개월 된 딸 키우며 힘겹게 생활
지난 2015년 7월 결혼해 한국에 온 캄보디아 출신의 썸밧(가명, 23)씨는 지금은 속초 청호동에서 혼자 5개월 된 딸을 키우며 힘겹게 겨울을 나고 있다.
그는 한국인 남편의 폭언과 불성실한 가정생활을 견디다 못해 임신한 상태에서 2016년말 집을 나와 속초로 왔다. 결혼 후 인제에서 시부모와 함께 생활한 썸밧씨는 시아버지와 남편이 자주 “니네 나라로 가라”며 무섭게 대했다고 한다. 일용직 근로자로 공사장에서 일한 남편은 일을 하러 간다며 오랫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생활비도 제대로 갖다 주지 않았다. 지난해 법원에 남편과의 이혼 조정 신청을 했지만, 남편이 전혀 연락이 안 돼 이혼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속초에 와서는 대포의 한 식품업체에서 일을 하다 올해 7월 딸을 출산하면서 그만뒀다. 갓난아기인 딸을 하루 종일 돌보느라 지금은 일을 할 수 없어 경제적으로 매우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
그나마 속초시와 종합사회복지관의 도움으로 근근이 살고 있다. 속초시 희망복지지원단이 현재 살고 있는 집의 보증금 200만원을 지원해줬고, 한 달 전에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해 줘 65만원의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고 있다. 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출산용품과 아기옷, 유모차, 분유, 기저귀 등을 지원해주고 사회복지사가 수시로 전화하고 찾아와 준다.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아도 월세 30만원과 병원비에 난방비, 분유와 기저귀값, 식비 등 나가는 돈이 너무 많다.
딸은 태어난 지 일주일만에 얼굴이 노랗게 변하고 열이 펄펄 났다. 엄마는 어쩔 줄 몰라 울었다. 사회복지사와 병원에 갔더니 황달이라고 했다. 썸밧씨는 출산 후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건강이 좋지 않은데다 위장이 안 좋아 제대로 먹지를 못해 모유가 잘 나오지 않는다. 속초종합사회복지관 임혜옥 사회복지사는 “분유와 기저귀값도 많이 들고 아기가 아프기라도 하면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가야 되는데 비상금도 없어 매우 힘든 상황”이라며 “경제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일 다니고 공부(한국어)하고 싶은데, 아기 때문에 걱정해요.” 썸밧씨가 서툰 한국말로 안타깝게 말했다.
장재환 기자 semin2748@naver.com
캄보디아 출신 썸밧씨가 지난 19일 아기를 안은 채 임혜옥 사회복지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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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양읍 서문리 박미경 씨
두 살 된 딸 홀로 키우며 힘든 겨울나기
양양읍 서문리에서 홀로 두 살배기 딸을 키우고 있는 미혼모 박미경(가명, 38) 씨는 추운겨울을 아이와 함께 힘겹게 나고 있다. 한창 말을 배우는 아이가 ‘아빠’라고 할 때 가슴이 미어진다는 그는 한 달에 30만원이 넘게 나오는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햇볕이 잘 들어오는 거실에서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 지낸다.
서울이 고향인 박 씨는 그곳에서 아이를 출산한 후 지난 2016년 양양으로 이주해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 하는 주택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다. 아이 아빠는 박 씨가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을 듣고는 아예 연락을 끊은 지 오래다. 지금도 왜 그랬는지 영문도 모른 채 혼자 아이를 낳고 아무 연고도 없는 양양까지 온 박 씨는 아이가 잠든 사이 그동안의 과정을 떠올리면 지금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생계비 80만원과 주거비 13만원, 양육수당 15만원 등 108만원의 정부지원을 받고 있다. 월세와 난방비를 비롯해 아이 간식비와 약값 등을 내고 나면, 생활비도 빠듯한 지경이다.
겨울철 들어서는 공과금도 밀릴 정도로 살림살이가 여의치 않아 아르바이트라도 하려고 했지만, 아이를 맡길 곳이 없이 속마음은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딸아이가 걸음도 잘 걷고 눈치도 제법 생겨서 예쁜 짓도 많이 하는데, 엄마로서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마음대로 해줄 수 없는 처지를 생각하면 눈물만 나와요.”
딸과 단 둘이 있기가 적적해 최근 알게 된 이웃들과 외출이라도 하게 되면 무엇보다 아빠의 빈자리가 커 박 씨의 마음은 더 속상해진다. 특히 최근에는 딸이 말을 배우면서 ‘아빠’라는 말을 많이 해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더욱 슬퍼진다. 너무 추워 아이와의 외출은 엄두도 못내는 박 씨는 양양군 드림스타트 사례관리자들이 방문할 때면 잠깐이나마 즐거워진다. 아직도 우리사회에서 미혼모를 색안경 끼고 봐 늘 마음이 무거운 박미경 씨는 아이만큼은 밝고 맑게 커주기를 바라며 기도하고 있다. 김주현 기자
양양군 드림스타트 사례관리자들이 박미경 씨를 찾아 추운 겨울을 잘 나기를 당부하면 위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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