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복지구인 속초시는 1963년 1월1일자로 양양군 속초읍에서 속초시로 승격했다. 실향민 1세대들이 통일이 되면 제일 먼저 고향으로 달려가기 위해 이곳에 정착하면서 시 승격 기준인 인구 5만명을 돌파했다. 지금은 사라진 명태와 오징어, 꽁치 등 풍부한 수자원으로 인해 수산도시로 발 돋음 할 수 있었다. 그 시대를 속초시의 제1전성기로 분류할 수 있겠다.
시 승격 당시 우리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정일권 전 국무총리가 고성군 토성면과 양양군 강현면까지를 속초시에 편입시키자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일부 지역 원로의 반대로 무산됐다.
제2 전성기는 1999년 강원국제관광엑스포 개최기다. 열악한 교통망이 확충되고 환경 정비는 물론 관광객 수용을 위한 다양한 정책 사업이 대대적으로 추진돼 시 발전을 10년 이상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의 청초호유원지에서 개최된 강원국제관광엑스포는 세계 60개국 78개 지방정부, 70여개 기업체가 참가했다. 연인원 220만명이 찾아 속초를 국내외 관광도시로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오늘의 속초시는 어떤 상황인가.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엄중한 상황이다.
국제적으로는 중국, 러시아, 일본, 북한 등 환동해권 5개국의 중심에 위치한 동북아시아 해양수산 관광거점 도시이다. 국내적으로도 서울~양양~속초를 잇는 동서고속도로 개통과 양양국제공항 활성화, 동서고속철도 유치로 연간 1,4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수도권과의 접근성 개선으로 야기되는 문제를 보면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여기저기에 수도권 사람들의 세컨드하우스 소유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고층아파트, 분양형 호텔공사가 진행되면서 천혜의 자연경관이 훼손되고 있다. 도로, 상하수도 등 취약한 생활 인프라로 인한 삶의 질 저하, 임대료 및 거주비용 상승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 우려 등 서민생활과 도시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주력산업인 수산업도 어족자원 고갈로 난관에 봉착하였고 관광산업 역시 산, 바다, 호수, 온천자원만으로는 높아진 관광객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이런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경제구조의 틀을 미래지향적으로 바꿔야 한다. 러시아, 중국, 북한, 일본과의 물류정책을 활성화하는 한편, 국내적으로는 수도권과 유라시아를 잊는 물류경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한다.
도시계획분야도 속초시가 2035년 도시발전 장기계획과 현안사업에 대한 용역발주를 대응책으로 발표하고 있지만, 얼마나 치밀한 대책이 담길지 의문이다. 빠른 시일 내에 근본대책을 마련해야한다.
요즘 회자되는‘서울시 속초구’라는 호칭을 듣고 걱정이 앞서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관광레저분야에서는 천혜의 자연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품격 있는 체류형 관광지, 가족 친화적 체험 관광지, 계층 간 맞춤형 관광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겠다.
끝으로 속초의 주력산업인 해양수산업 발전도 포기해선 안 된다. 러시아 일본과의 수산물 직거래를 통해 내실있는 일자리를 대폭 늘리고, 종합식품회사 등 연관제조업 유치를 통해 관광, 서비스 업종에 편중된 산업구조를 안정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이상래
속초발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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