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한 뿌리이면서 동일한 생활권, 경제권, 문화권을 형성하고 같은 학교, 시장 등을 다니던 지역이 각각 다른 시·군으로 나누어짐으로써 주민들이 겪는 불편은 더욱 늘어나고 시, 군 간의 균형적인 발전이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지방자치가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무엇보다도 자치단체가 스스로 성장, 발전할 수 있는 적정 규모와 재생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와 같이 시와 군이 무리하게 나누어져 있는 상태에서는 이를 기대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예컨데 시는 시대로 스스로 발전하기에는 규모가 작아 지역발전에 한계가 있고 주민들에게 편익을 주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많고, 군은 면적은 넓으나 도시지역으로 많은 사람이 빠져나가 인구가 크게 줄고 있으며 재정 상태가 빈약해 지방세 등 자체세입으로 공무원의 인건비도 턱없이 모자라는 군곳이 많다. 이와 같이 양측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할 때 같은 생활권, 경제권의 인접한 시와 군을 하나로 묶는 것은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하면서 균형 있게 발전시키기 위하여 매우 당연하고도 바람직한 것이다.
더구나 최근 한미 FTA, 한 EUFTA 등 국제화, 개방화의 물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지방자치단체도 예외일 수 없다.
이제 시·군 통합은 서로 원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자율 통합방식에서 벗어나 전국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국회는 246개 지자체를 통합하여 60~70개 광역시로 전환하는 법률안을 제출해 놓고 있다. 이처럼 시·군 통합의 광역화 이슈가 대두된 배경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지방분권이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의 규모와 역량이 전제되어야 한다. 자체의 재정(지방세수입)으로 공무원의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지자체의 비율이 6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중앙의 권한을 더 많이 이양하기는 어렵다.
둘째, 국가경쟁력의 제고이다. 1990년대 이후 국가경쟁력을 높이는데 있어서 중앙정부의 역할보다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더 중시되고 있다. 대도시 및 광역 경제권가의 경쟁에 의해 국가경쟁력이 좌우되는 상황에서 시, 군의 통합과 광역화가 요구되고 있다. OECD선진국의 경우 대도시의 광역화를 통해 중앙정부의 권한을 획기적으로 이양하는 추세가 있다.
셋째, 행정의 효율성 제고이다. 자치단체 간 빈익빈부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국가의 재정지원 없이 자립할 수 있는 자치단체가 있는가 하면 재정 자립도가 10% 내외여서 재정지원이 필수적인 곳도 많다. 국가 전체적으로 소득 및 서비스 표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낙후지역에 대한 재원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자체간 통합을 통한 광역화는 기구와 정원의 축소, 복지 등 긴급한 서비스에 대한 강화, 그리고 규모의 경제효과 등 행정효율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
시·군 통합과 광역화는 긍정적인 순기능과 함께 부정적인 측면도 지적되고 있다. 시군통합에 흡수되는 자치단체의 반발, 지역정치인과 주민들 간의 이해대립, 그리고 선거구 조정 등 기득권 상실을 우려하는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반대 등은 차치하고라도 시․군통합 이슈자체에 내재된 부정적 측면도 있다.
시·군통합의 쟁점은 지방분권과 권한 이양, 자치역량과 주민참여, 국가경쟁력 제고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가 양보하여 백년대계의 지혜가 필요하며 대승적 차원에서 통합을 판단해야 한다.
장세호
속초시 지방행정 동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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