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초 동명동 어향옥 할머니
구순에 냉기 서린 방에서 홀로 지내
올해 구순(90세)인 어향옥 할머니는 속초 동명동 우렁골의 낡고 허름한 가옥에서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매서운 추위를 홀로 견디며 지내고 있다.
올겨울 들어 가장 강력한 한파가 찾아온 지난 12일, 어 할머니는 기자와 사회복지사를 보자마자 “오늘 아침에 수도가 얼어서 뜨거운 물로 녹였다”며 덮고 있던 얇은 이불을 한쪽으로 치웠다.
방바닥에 깔아놓은 이불은 찌든 때가 끼어 여기저기 얼룩이 져 있었다. 두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을 정도의 좁은 방안은 벌어진 문틈 사이로 찬바람이 숭숭 들어와 연탄불을 피웠는데도 냉기가 감돌았다. 방문 옆 벽면은 빗물이 스며들어 벽지 위로 시커멓게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방 한쪽에는 휴대용 가스버너와 낡고 작은 전기밥솥이 놓여있고, 음식물 쓰레기를 담은 비닐봉지가 그대로 있었다.
어 할머니는 슬하에 2남 2녀를 뒀다. 자식들이 몇 살인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예순이 넘은 맏딸은 근처 고성에, 작은 딸은 경기도 안양에 살고 있지만 얼굴 본지가 오래됐다. 인천에서 막노동을 하며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아들들은 1년에 한번 추석에 찾아온다. 어 할머니는 집이 워낙 낡은데다 단열이 안 돼 겨울철에는 간혹 추위를 피해 큰아들 집에 가서 지내다 오기도 한다. 평안도 출신의 남편은 40대인 막내아들이 중학교 1학년 때 세상을 떠났다.
어 할머니는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노령연금(20만원) 외에는 정부 보조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그동안 민간 복지시설의 혜택도 받지 못했다. 간혹 주위 사람들이 반찬을 해다 주면 그걸로 끼니를 해결해 왔다. 올해 처음으로 속초의료원에서 쌀과 라면을 지원받았다고 한다. 노환으로 허리와 다리 등이 심하게 저리고 아파 제대로 거동을 할 수 없어 거의 집안에서만 지낸다.
속초종합사회복지관 이정현 사회복지사는 “할머니가 따뜻하고 위생적으로 지낼 수 있도록 주거환경을 개선해 주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고,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인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재환 기자 semin2748@naver.com
이정현 사회복지사가 지난 12일 어향옥 할머니와 상담하고 있다.
---------------------------------------------------------------------------------------------------------
■ 고성 문암리 김장수 할아버지
지체장애에 식도협착증으로 힘겨운 삶
고성군 죽왕면 문암리의 김장수(69) 할아버지는 10평 남짓한 허름한 가옥에서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김 할아버지는 지체장애 3급에 간경화, 식도협착증 등으로 마음과 육체를 뜻대로 사용할 수 없어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김 할아버지는 4살 때 오른쪽 고관절이 빠지면서 영양공급이 안 돼 한쪽 다리뼈가 자라지 못해 지체 장애 3급 판정을 받았으며, 지난 2015년 11월 간경화로 인한 식도 협착 출혈 증상이 발생해 수차례에 걸쳐 수술을 벌였다.
김 할아버지의 부인 최 할머니(63)는 당뇨와 고혈압, 심부전증 등으로 강릉동인병원을 다니며 치료 중으로, 중증 우울증에 숨쉬기가 곤란해 자살 충동을 호소하는 등 삶의 의지마저 잃어버린 상태이다. 이들은 재혼 부부로 자식 없이 단 둘이 살고 있다.
김 할아버지는 젊었을 때 들어둔 보험금으로 본인과 부인의 막대한 수술비와 치료비를 해결하고 있다.
지난 2015년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했으나, 보험금 수령이 소득으로 인정돼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김 할아버지 부부는 장애수당 4만원과 기초연금 20만6,000원 등 24만6,000원으로 공과금과 식비 등을 해결하고 있다.
김 할아버지는 “기초생계급여를 받지 못해 마을번영회가 운영하는 여름 해변 장사에도 참여했다”라며 “하지만 최근 식도출혈 수술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힘겨운 삶을 호소했다.
이동환 기자 lddh9798@naver.com
김장수 할아버지가 고성군 담당공무원과 상담을 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