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한 일이다. 우리 지역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우리 지역에서 정식 개봉되지 못했다. 진모영 감독의 <올드마린보이> 얘기다. 이 영화는 지난 11월 2일을 시작으로 전국 70여 개 스크린에서 개봉했지만, 우리 지역 영화관에는 걸리지 못했다. 그러나 낙담하기엔 이르다. ‘도시문화공작소 오리진’의 주관으로 오는 27일 오후 6시 30분 속초근로자복지관 1층 대강당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올드마린보이>를 볼 수 있게 됐다. 이번 특별상영회는 그야말로 특별하다. 영화 상영 후 진모영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 이어진다.
<올드마린보이>는 탈북 ‘머구리’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탈북’이란 이질성과 ‘머구리’라는 낯설음이 더해진 작품이다. ‘머구리’는 해산물을 채취하는 잠수부를 뜻한다. 60kg의 잠수복을 입고 수심 30m 해저에서 한 가닥의 산소 공급선에 의지한 채 작업하는 극한의 직업이다. 10명 중 5명은 포기하고, 3명은 죽고, 1명은 아프고, 단 1명만이 살아남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영화의 주인공인 박명호 씨는 아내, 그리고 두 아들과 함께 탈북한 지 10여 년이 됐고 현재 고성에서 살고 있다. 박 씨는 살아오면서 세 가지 큰 위험, 공포를 경험했는데 첫째, 탈북한 날의 공포, 둘째, ‘머구리’로서의 사고와 죽음의 위험, 그리고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남한에서 가족을 건사하는 것이 세 번째 압박이자 공포이다. 첫 번째 위험은 이미 지나갔지만, 애석하게도 나머지 두 가지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박 씨가 두 번째 공포를 견디는 힘은 세 번째 공포가 더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탈북자와 머구리에 관한 영화이면서 동시에 가족에 관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공감 포인트로서 곳곳에 배치돼 있다.
영화에 투입된 노고도 만만치 않다. 만 3년의 촬영, 총 4년의 제작기간을 거쳐 탄생했다. 이 영화의 전체 촬영 시간은 500시간이 넘는다. 그 긴 촬영 시간을 정성스럽게 85분으로 압축해냈다. 그 압축된 정수 속에 영화의 백미인 저도어장 개장일의 모습을 비롯해 강원도의 풍광과 삶의 모습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제작진이 수중 촬영에 쏟은 정성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영화에 대해서는 호평이 주를 이룬다. 2017년 제9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돼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관람객과 네티즌의 인터넷 평점이 9점에 이른다.
참고로 이 영화의 연출자인 진모영 감독은 2014년 개봉작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통해 500만 명의 관객을 동원, 다큐멘터리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바 있다.
한편, 이번 행사를 주관하는 ‘오리진’은 문화예술기획, 도시재생, 환경디자인 등을 사업영역으로 현재 사회적기업 인증을 준비 중이다. 향후에는 골목영화방, 캠핑시네마 같은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이광호 객원기자
영화 ‘올드마린보이’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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