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양양교육지원청에 장학사로 근무 중인 조연동(사진)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 나왔다. 시인은 2005년 기독교문학상을 수상했고 2010년 <크리스찬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밭>에 이어 <포장마차 아저씨가 되고 싶다>를 출간한 바 있다.
시집 <따뜻한 빈자리>(한국여성문예원)에 실린 시들은 대체로 짧은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쉽게 읽힌다. 하지만 막상 시를 읽어 나가다 보면 쉽게 스쳐갈 수 없다. 삶에 대한 자세한 관찰들이 담겨 있어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게 한다. 시인은 김치 국물 한 방울이 튄 얼룩에서도 의미를 읽어낸다. ‘오랜 세월/문지르고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내 가슴 속에 한 방울/톡, 떨어진/그대 같다’(‘얼룩’ 중). 이와 같이 작품들 속에서 작은 것, 하찮은 것에도 관심을 주는 시인의 섬세함이 잘 드러난다. 문학평론가 김영철은 이를 ‘현미경적 상상력’이라고 칭하고 있다.
조연동 시인의 시에는 자연의 모습들도 자주 등장한다. 하늘, 바람, 태양 같은 자연에서 우주의 원리를 찾고 그것을 인간사의 원리에 적용하는 상상력을 발휘한다. ‘학교도 없이/교회도 없이/절도 없이/감옥도 없이/저렇게 맑을 수 있나’(‘하늘’ 중). 따라서 시인의 시는 자연이 원경이고 인간의 삶이 근경이 된다.
<따뜻한 빈자리>의 또 다른 특징은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창한 소재와 주제에 대해 한껏 멋 부린 언어를 구사하는 것은 시인의 시와는 거리가 멀다.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하듯 시가 전개된다. 따라서 난해하지 않아 쉽게 시에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이 또한 이 시집의 미덕이자 매력이다.
<따뜻한 빈자리>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편안하고 단아하다. 시란 관념적이고 어렵다는 편견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시집을 통해 평온한 마음으로 일상을 색다르게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이광호 객원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