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으로 1주일 연기되었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무사히 마무리 되고 성적표가 나왔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요즘 애들 정말 공부 안 해. 예전에 비해 애들 수능 성적이 너무 낮아”와 같은 이야기를 한다. 정말 그런 걸까? 이번 기사에서는 아이들과 부모의 너무나 달라진 눈높이를 바로잡기 위해 급격하게 바뀐 ‘공부 하는 것’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과거 입시의 기준은 ‘정량화된 내용을 제한시간 안에 누가 더 빨리 푸는가?’였다. 그리고 그러한 종류의 시험이 미래인재 양성을 저해한다는 판단 하에 ‘학력고사’가 폐지되고 ‘대학수학능력고사’가 신설되었다. 수능의 창시자로 불리는 박도순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10월 28일 서울국제교육포럼 기조강연에서 “본래 수능의 취지는 이름 그대로 대학수학능력, 즉 개인의 잠재능력을 평가하는 것이지 학력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즉, 미래인재 선발의 핵심은 ‘재능에 대한 평가’이지 ‘현재 지식의 총량’이 아니란 것이다.
우리아이들이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현재, 이 아이들을 평가하는 방식의 변화가 없는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많은 매스컴에서 부정적인 얘기를 쏟아내는 ‘학생부 종합전형’이 바로 그 것이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말 그대로 학교생활기록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제도이다. 내신 성적 외에도 교내대회 수상내역, 동아리 활동 기록, 독서목록, 수업태도, 평소 활동 등을 고려해 지원자의 잠재능력과 열정을 평가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에서 수능의 위치는 단순한 자격 검정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의 일부 전형에서만 수능의 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할 뿐 이들을 제외한 절대다수의 대학에서는 이마저도 고려하지 않는다.
이 쯤 되다보니 아이들은 수능공부보다 학교생활기록부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 열을 올린다. 친구들과 함께 찍는 UCC로 주말을 가득 채우고, 과거엔 하는 시늉만 냈던 수행평가에 열과 성을 다한다. 관심 분야에 대한 독서를 하기도 하고, 지역 아동복지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한다. 이런 결과만을 두고 보면 누구나 ‘고교교육이 정상화 되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고 실제로 학생부 종합전형 확대시행 이전과 이후의 수업 분위기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제2외국어를 가르치는 한 선생님께서는 “수업이 행복합니다. 이제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수학공부를 하지는 않아요”라며 기뻐하시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대학입시가 갖는 특이한 위상 때문에 평가 방법에 대한 시비가 끊이질 않는다. 특목자사고와 지방일반고에서 똑같은 내신 성적을 기록한 학생의 학업능력이 과연 똑같이 평가되어야 하냐는 학생부 교과전형에 대한 논란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학생부 종합전형에서도 같은 학교 내에서 성적이 좋지 못한 학생이 합격하고 성적이 보다 우수한 학생이 불합격한 사례도 심심찮게 발생하니 ‘숫자가 나타내는 정량적인 지표’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당혹스러울 만큼의 의심이 생기기도 한다.
다시 논의의 원점으로 돌아가 보자. 공부란 무엇인가? 학교에서, 학원에서, 독서실에서 책상 앞에 앉아 교과서를 읽고 문제를 푸는 것이 공부인가? 자신의 진로를 위해 교과 외 활동과 서적을 탐독하는 것은 성적에 반영되지 않으니 공부가 아닌가? 이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우리 아이들이 어떤 공부를 해야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자기 몫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아야만 한다. 그리고 이미 그 시점은 지나가고 있다. 김세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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