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쪽 학교에서 체험수업 단체예약을 하고 오신 적이 있어요. 아이들이 재미있게 노는데 상인 한 분이 시끄럽다고 큰 소리로 화를 내시더라고요. 인솔교사 두 분께 얼마나 죄송하던지…. 2층 상가 전체가 살아나려면 먼저 서비스마인드 강화교육이 절실하다고 봐요.”
속초관광수산시장 내 중앙상가 2층의 청년상인 대표이자 가상현실 체험장 ‘VR랜드’의 대표인 김연숙(39)씨는 장사가 잘되면 영업장을 더 크게 확장하고 싶다고 했다. 스타워즈같이 멋있는 VR 체험기기를 추가로 갖추고 자신의 가게로 인해 중앙상가 2층이 시끌벅적하게 활성화되는 것을 보고 싶은 게 꿈이라고 했다. 신한은행에서 15년을 근무하다가 지난 8월 청년상인으로 새내기 창업을 하게 된 김 대표는 돈 보다도, 무언가 보람찬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이 자신에게는 훨씬 더 중요한 신념이자 가치라고 말하며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청년상인, 동질감 느끼며 서로 의지
VR랜드는 속초관광수산시장 중앙상가 2층에 있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체험장이다. 가상현실 체험용 헤드셋인 HMD(Head mounted Display; 안경처럼 머리에 쓰고 대형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영상표시장치)를 쓰고 에그 형 체험기에 앉아 직접적인 움직임까지 느끼며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가장 인기 좋은 6개의 프로그램을 선정해서 우선 체험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사실 VR랜드는 총 98개의 체험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그 중에는 교육관련 프로그램도 있어서 자주 오는 충성고객들이 한가한 시간에 매장을 방문했을 때는 그 프로그램을 권하기도 한다. 장애인이나 특수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대형매장에서 이런 놀이기구를 타보기가 무척 힘들다. 김 대표는 그런 아이들을 대상으로 마음 편하게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고 다른 소외계층들을 위한 시설 또한 확충하고 싶어서 내년쯤 사회적 기업을 신청해 볼까 고민 중이라고 한다.
청년상인 창업 시 1년 동안 보증금 유예, 임대료 대납, 인테리어비 60% 등이 지원된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2층에서 이벤트도 한다. 한번은 상인회에서, 한번은 청년사업단에서 지원을 해주는데 이벤트를 하면 사람들이 2층으로 엄청 많이 올라온다. 현재는 이벤트와 SNS가 상가 2층을 알리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만약 청년상인이란 제도 속에서 창업하지 않고 오롯이 혼자 힘으로만 시작했다면 시장 곳곳 공공장소에 관련 홍보물을 마음대로 부착할 수 없었을 테고 상가 바닥과 벽에 트릭아트나 벽화를 그려 넣거나 청년상인표시를 부착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청년상인창업지원단과 상인회의 도움이 있어서 청년월드니 블랙프라이데이니 청년상인상륙작전 같은 이벤트도 하고 홍보물도 곳곳에 부착할 수 있었다. 청년상인이라는 타이틀 아래 창업교육도 받을 수 있었으며, 동질감을 느끼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동지들도 만날 수 있었다고 김 대표는 여러 관계기관에 고마움을 표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다 같이 가는 거다’ 이런 의식이 되게 좋아요. 같이 가야지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거든요. 강화시장처럼 조례로 아예 청년상인 창업육성비를 따로 책정해서 지금처럼 청년창업지원을 계속해 준다면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의 지역이탈현상도 줄 것이고 젊은 시민들에게도 희망이 될 것 같은데 시에서 검토 좀 해 주시면 좋겠어요.”
부모들 쇼핑하는 동안 아이들 노는 공간
지난 4일, 서울에서 왔다는 40대 관광객이 아이들 셋을 데리고 VR랜드를 찾았다. 여기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아이들 엄마는 시장 쇼핑 중이고 그동안 아이들이 놀만 한 곳을 찾다가 청년상인 안내판을 보고 올라왔다고 했다. 김연숙 대표는 비어있는 공간에 아이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도 꾸미고, 대형주차장의 시장안내도와 속초관광안내지도에 중앙상가 2층에 아이들이 즐길 공간이 있다고 표기할 수 있게 체험관련업종의 점포들이 좀 더 많이 들어오면 좋겠다고 했다. 부모들이 1층에서 쇼핑을 할 동안 아이들은 2층에서 놀 수 있다는 것, 이게 어쩌면 손님이 들끓는 1층과 달리 마치 딴 세계인 듯 적막한 현재의 중앙상가 2층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핵심 카테고리가 될 수 있지 않겠냐고 김 대표는 말했다.
현재 청년상인회에서는 ‘어린이집 원아들을 위한 특별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VR특별체험도 하고 미아방지 팔찌와 수건에다 아이들 이름을 컴퓨터 자수로 새겨주고 1인당 1만원의 비용을 받고 있다. 컴퓨터자수를 도안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삼일 전에 참가인원 리스트를 보내주고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위나정 시민기자
김연숙 ‘VR랜드’ 대표. 속초관광수산시장 청년상인 대표도 맡고 있다.
부모들이 쇼핑을 하는 동안 아이들이 ‘VR랜드’에서 가상현실 체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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