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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전망대<17> ‘도로사선 제한’ 폐지, 보완책 시급
공청회 등 민의 모아 ‘가로구역별 높이 기준’ 세워야
등록날짜 [ 2017년12월04일 13시55분 ]

문재인 정부의 제1호 공약이 도심 재생이다. 하천을 복개하고, 고가 도로를 다른 용도로 돌리고 이면 도로의 길들을 부활하면서 전국 각 지자체들은 골목길을 활용한 도심 재생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원주민 이주와 임대료 상승 등을 야기한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낯선 용어가 등장했지만 길의 가치가 주목받는 시대임은 틀림없다.
주된 길의 너비는 12~15m. 그길 뒤로는 4~10m의 소로가 있으며 좀 더 안쪽으로는 4m에 미치지 못하는 골목길들이 실핏줄처럼 이어진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길의 건물들은 230㎡ 내외의 작은 대지에 3~5층 정도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점포나 사무실, 주거 등이 적절히 혼재되어 있다. 이러한 길에 옛 건물과 새 건물이 만나 새로운 길의 문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길과 만나는 건물은 자세가 겸손하며 대체로 1층에는 주차장이 아니라 점포가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건물은 잘된 디자인뿐만 아니라 친근한 길로 인해 생명력이 발휘된다.

도로폭에 따른 건물 높이 제한 폐지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로 도로 폭에 따라 일정한 사선으로 건축물의 높이를 제한하던 사선제한 조항이 지난 2015년 5월 18일 폐지되었다. 이 조항 폐지 전엔 도로 폭이 좁은 곳에서는 땅이 넓지 않은 한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었다. 시에서 가로구역별 건축물의 높이를 지정·공고한 경우 외에 높이가 정해지지 아니한 가로구역의 건축물 높이는 전면 도로의 반대쪽 경계선까지의 수평거리의 1.5배를 넘을 수 없었다.
이 전면 도로 사선제한으로 허용 용적률만큼 개발이 어렵고 가능한 건축물 높이에 맞춰 지으려다 보니 건물 외관이 계단(사선)형으로 되어 도시미관을 저해한다고 규제를 완화했다. 도시의 개방감 확보가 필요한 경우 가로구역별 건축물 높이를 정하도록 하고 도로폭에 따른 높이제한 규정을 삭제한 것이다.
‘도로 사선제한’ 폐지 후폭풍이 속초를 강타하고 있다. 수복탑 일대부터 속초시청 전면 일대까지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고 속초해변 입구와 청초호변에도 초고층 및 고층 주상복합아파트와 레지던스 호텔 건축공사가 진행되거나 준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뿐인가? 29층 고층아파트 단지들이 5천세대 이상 시나브로 들어서고 있다.
좁은 골목에 지하 주차 면수만 무리하게 확보하면 높이는 마음껏 올리는 초고층 레지던스와 아파트가 주택지 가까이 들어서고 있다. 추후 골목길 주차난과 함께 초고층 레지던스와 아파트로 인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골목길은 점점 더 어두워질 것이다. 골목길에서 하늘이 잠식당해 손바닥만큼 보일 것이다. 이익을 도모하는 기업의 요청에 따라 정책을 펴다 그 어려움을 시민들이 당하고 있다고 말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높이 기준 없어 초고층건물 물밀듯
연희건축사사무소 김종오 건축사는 “용적률, 건폐율, 주차 강화 등 도시의 밀도를 규제하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그 무엇보다 ‘도로 사선제한’이 가장 강력했다”며 “경제 활성화란 구실로 ‘도로 사선제한’을 폐지하면서 속초시청 앞 상업지역 일대에 대한 가로구역별 높이 기준을 정하지 않아 외지 자본이 이곳에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을 지으려고 부산하게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오 건축사는 따라서“속초시는 하루빨리 시민 및 시민단체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통해 민의를 모아 ‘가로구역별 높이 기준’을 세우는 용역에 나서야 한다”며 “우리 공공의 자산인 산, 바다, 호수를 지킬 수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뿐 아니라 시민의 재산권이 형평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조정 작업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청초호변 너비 6m의 좁은 이면도로 상업지에 들어서는 고층 분양형 레지던스 호텔이 윤곽을 드러내자 속초시시설관리공단은 막대한 시민의 혈세로 조성한 로데오 무료주차장을 유료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건축신청을 막는데 한계가 있다. 건축법 개정 시 이미 전문가들은 ‘도로 사선제한’이 폐지되면 상업지역뿐만 아니라 도시 전역의 생활환경이 악화되고 길이 가진 잠재성을 파괴하기 때문에 그 어떤 법의 완화보다도 영향력이 클 것이라고 예측한바 있다.
속초시 건축디자인과 김해수 과장도 “가로구역별 높이 기준을 세우기 위한 시민 공청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도시기본계획 및 도시관리계획 수립부서에서 빨리 용역에 나서야 할 것이다.  
도심재생을 제1호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문재인 정부는 골목길을 부활하려는 도심재생 정책과 상충되는 ‘도로 사선제한 폐지’ 규정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강력한 보완책을 내놓든가 ‘도로 사선제한’ 규정을 다시 살리든가 특단의 대책을 바란다.
이수영 전문기자
‘도로 사선제한’이 폐지되면서 속초시청 앞 상업지역 일대가 가로구역별 높이 기준이 없어 외지 자본이 이곳에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을 지으려고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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