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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수산업의 역사<마지막회> 연재를 마치며…
속초 수산업 100년의 역사, 문화유산 하나 제대로 없는 현실
등록날짜 [ 2017년11월27일 14시15분 ]

지금까지 총 19회 기획연재를 통해 1970년대까지 속초 수산업이 지내온 이야기를 다뤄왔다. 1990년 자신을 희생하면서 선원 22명을 살려낸 고 유정충 선장의 이야기와 북에 피랍되었다가 돌아와서는 국가의 공권력에 의해 짓밟힌 지역 귀환납북어부들의 인권 유린 이야기도 속초 수산업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미 신문 지상에 수차례 다룬 적이 있어 중복되기에 다루지 않았다. 지난 19회의 연재를 통해 확인된 몇가지 중요사항을 다시 한번 정리했다.

속초항 개발로 동해안 신흥도시 성장
첫째, 속초의 도시형성의 시작은 1909년 2월 대포항에서 비롯되었다. 1909년 2월 부산에서 원산까지 운항을 시작한 기선 융희호가 중간 지항지로 당시 양양의 대포항을 경유하면서 처음으로 속초지역에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기선 운항이 시작되면서 설악권 일대는 원산과 부산은 물론, 부산에서 한번만 갈아타면 일본 대판까지 뱃길로 연결되었다. 설악권 해상 관문으로 개항지가 물류중심지가 된 대포항은 지역 수산물의 반출항이었으며, 새로운 외래문화의 수입항 역할을 했다.
둘째, 일본의 명란젓인 ‘멘타이코(明太子)’가 강원도 양양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1907년경 일본인 히쿠치(樋口伊都羽)가 강원도 양양에 세운 히쿠치상점(樋口商店)에서 만들어 일본으로 보내 판매한 멘타이코가 일본 명란젓의 효시라고 한다. 일본인들의 상품화를 시작으로 명란젓은 일제강점기 당시에도 국내에서 고급식품으로 자리잡아 큰 인기를 끌었다. 속초의 젓갈 산업의 역사에도 기록되어야 할 일이다.
셋째, 속초의 어민조직인 어업조합은 1923년 처음 문을 열었다. 2013년 속초시정 50년사에는 속초수산업협동조합이 1920년 3월 26일 도천면어업조합으로 발족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는 잘못된 기록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도천면어업조합은 1923년 11월 10일 설립허가일로 확인된다. 당시 양양군 도천면 대포리에 사무실을 둔 도천면어업조합은 1933년 대포어업조합으로 이름을 바꿨으며, 속초항 수축이 끝난 1937년 2월 속초어업조합으로 이름을 바꾸고 속초항 인근 지금의 동명항 입구 삼거리로 옮겨왔다. 이후 한국전쟁 후 수복되어 어업조합이 새롭게 태동하면서 지금의 구 수협 부지에 둥지를 틀었다. 철거 논란이 일고 있는 구 수협과 어판장은 1950년대부터 속초 수산업의 중심이었다.
넷째, 1930년대 속초항 수축을 계기로 속초는 동해안 신흥도시로 자리 잡았다. 속초의 도시 형성의 시작을 한국전쟁 후 월남 실향민 정착에서 찾기도 한다. 하지만 속초는 1930년대 속초항 개발을 시작으로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1942년 속초읍으로 승격했다. 강원도 동해안에서 이렇게 가장 짧은 시간에 신흥도시로 성장한 경우는 속초시가 처음이다. 속초항 수축을 통해 산업기반이 조성되었기에, 수복 후 연고가 없는 월남 실향민들이 보다 쉽게 속초에 정착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다섯째, 1950년 후반 속초어장은 전국 제2의 어획고를 올렸다. 1957년 속초에는 명태와 오징어가 많이 잡혀 어민이 1만명이 넘고 연간어획고 20억여원으로 부산 다음의 어획고를 기록했다. 분단으로 명태 주산지 함경도 해안이 막힌 이후, 속초어장은 우리나라 수산업의 중심이 되었다. 수산업의 활황으로 1963년 속초시가 시로 승격했다.
 여섯째, 1960년대 최고의 어획고를 올리던 속초는 1960년대말 어로저지선의 남하로 명태어장이 축소되고, 치어인 노가리 남획 허용에 따른 어장 황폐화, 원양명태의 반입 등으로 위축되기 시작했다. 1963년 인구 5만5천여명으로 시로 승격한 속초시는 1973년 인구 7만5여명을 정점으로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일곱째, 연안어업의 침체로 멀리 대화퇴어장까지 출어해 오징어를 어획하면서 속초의 수산경기는 유지되었지만, 1976년 조난사고로 큰 피해를 입었다. 그 많던 명태는 1990년 하반기부터 크게 줄어들기 시작해 2000년대 들어서는 동해안에서 거의 사라졌다.

구 수협 어판장, 속초역사 이룬 산업현장
과거 명태와 오징어로 대표되는 속초항의 어획은 완전히 달라졌다. 2016년 속초통계연감에 따르면, 속초의 어획량은 연간 2만1천여톤, 어획고는 연간 4천3백80여억원에 이른다. 전체 어획량 중 갑각류가 66.4%, 어류 22.2%, 연체동물 11%로 갑각류인 붉은대게가 가장 많이 잡힌다. 경제활동 인구 중 농림어업은 4.7%, 제조업은 5.2%, 건설, 서비스업 등은 88.6%로 수산업의 산업 비중은 실로 미미하다. 그럼에도 지역경제는 어황에 따라 출렁인다. 활어 등 수산물을 취급하고 판매하는 유통업과 식당업 등을 포함하면 실로 수산업의 부침은 지역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수산업은 성장 위주의 경제 정책의 영향 탓인지 일단 많이 어획하는 것이 능사였다. 이제 동해안에서 명태 그림자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바다가 황폐화되어 대량어획은 불가능해진 다음에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닐까.
과거의 역사를 되짚어 우리는 같은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오늘날 속초가 도시를 이루고 여기까지 온데는 수산업의 힘이 컸다. 그럼에도 동해안을 대표하는 어항으로 수산업 1백년 역사를 보여주는 문화유산 하나 제대로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과거를 부정하고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가. 과거를 긍정하고 그 의의를 살리면 지역의 미래도 보이는 법이다.
2015년 3월 속초수협이 청호동 신청사로 이전했다. 1930년대 속초항 수축공사를 거쳐 조성된 항만시설로 1950년 수복 이후에는 속초수협 어판장과 건물이 들어섰던 속초 수산업의 중심. 최소 80년 이상을 속초 수산업의 현장이었던 이 공간을 다 밀어버리고 부족한 주차장으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낡은 건물을 헐어버리고, 다른 용도로 공간 활용을 더 잘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곳을 헐어버리고 나면 더 이상 속초 수산업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보여줄 공간이 없다는 점이다. 구 수협 건물이 위치한 어판장은 속초의 역사가 이뤄진 산업현장이다. 만선의 깃발을 꽂고 동지섣달 칼바람을 헤치고 배들이 들어오기를 다들 기다리던 곳. 잡아온 어획물뿐만 아니라 마른 오징어까지 거래되는 시장이 열리던 곳. 고기잡이 나갔다 북에 피랍되었던 가족과 선원들을 다시 만나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던 곳. 바로 이 수협어판장과 건물은 속초 어민들의 땀과 눈물, 기쁨과 슬픔이 함께 배어있는 공간이다. 그 기억의 공간의 흔적을 지워버리는 것이 타당할까?
수산업의 문화유산 보존 및 활용과 관련해 도움이 되는 사례가 있다. 1969년 지역의 어업 역사와 발전을 보여주고 문화유산을 보전하기 위해 영국 스코틀랜드 수산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오래된 낚시배도 수집하고 사진과 그림 등도 수집하고 배와 물고기, 주민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이곳에는 실종 어부들을 추모하는 공간도 있다. 1945년 이전 실종 사망자는 책에 기록하고, 그 이후는 벽면에 걸린 동판에 이름을 새겼다. 노르웨이 베르겐 수산업 박물관은 과거 수산물 저장 창고로 쓰던 공간을 그대로 살려 박물관을 조성했고, 수변공간을 이용해 다양한 해양체험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미에현 도바시에 있는 ‘바다박물관’은 ‘바다와 인간의 오래고 깊은 관계’라는 테마를 살려 6만점 이상의 자료를 보존 전시하는 일본 유일의 바다 박물관이다. 바다와 관련해 모든 자료를 수집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일본 전역, 해외까지도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실물자료 6만여점 말고도 영상과 음성, 사진, 엽서, 고문서, 도서 등 기록자료를 12만점 이상 보존하고 있다. 바다와 물고기, 어부, 마을과 민속을 주제로 한 전시회를 개최하고, 아이들과 어른들을 대상으로 바다 체험 학습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곳 박물관에서는 일본 해녀문화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하려고 추진 중이다.
 1백년을 지내온 속초 수산업. 그 소중한 산업문화 유산을 살려내는 게 지역의 미래를 열어나가는 건 아닐까?                                                             엄경선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구 수협 어판장과 건물. 1923년부터 시작된 수협은 이제 1백년을 맞이하게 된다.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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