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북 활동을 하면서, 요즘 아이들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성숙한 사고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놀라웠죠. 아이들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게 되고, 그 시간을 좀 더 충실하게 보내기 위해 이런저런 준비를 하게 되었죠. 그러다 보니 작년 처음 청년상인 창업지원을 하게 되었을 때의 제 경험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알려주게 되었어요.”
지난 19일, 속초관광수산시장 청년상인창업지원단 권덕수(49) 단장을 만나보았다. 그는 강원진로교육원(원장 장주열)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휴먼북 중 한 사람이다. 휴먼북(Human Book)이란 관련 지식을 가진 사람이 독자와 직접 마주 앉아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사람책 제도로, 도서관에서 책이 아니라 등록된 사람책(Human Book)을 빌리는 것이다. 물론 대출가능한 날짜와 시간은 도서관의 프로그램에 따라 미리 정해져 있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독자들은 대출 가능한 휴먼북 목록을 살펴보고 읽고 싶은 휴먼북을 선정한 후 직접 마주 앉아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의 경험을 읽기 때문에 종이책에서 느낄 수 없는 생생한 이야기와 경험, 생각을 들을 수 있다.
“휴먼북을 처음 신청할 때 자기소개서 겸 이력서를 제출하게 되어 있어요. 제가 속초관광수산시장에서 청년상인들 창업지원을 하고 있으니까 그것에 대해 자세히 썼더니 제 휴먼북 제목이 ‘나의 인생 설계’로 되어있더군요. 제목 때문에 아이들이 많이 선택하지 않았을까요?”
강원진로교육원에서 프로그램 한 달 전쯤 날짜를 알려주고 시간이 가능한지 묻는 문자가 오는데 권 단장은 그럴 때마다 거의 다 참가했다고 한다. 그는 강원진로교육원이 처음 개설된 작년부터 지금까지 한 달에 평균 두 번, 약 스무 번 정도 대출신청을 받았다.
“정부로부터 창업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게 되어 있어요. 그게 어떻게 보면 인생계획서와 비슷하죠. 학생들에게 지금부터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적어보라고 해요. 그러면서 제가 실제로 쓴 사업계획서를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물론 목차만 보여주죠. 목차만 봤을 땐 무척 막연한 거죠. 하지만 그 목차에 따라서 구체적인 안들이 조금씩 기입되고, 그 안을 바탕으로 해서 실제로 만들어지는 모습들을 영상으로 지켜보고 나면 무척 신기해하죠.”
배당받은 책 제목이 ‘인생 설계’다 보니 아무래도 자신의 삶에 대한 관심이 싹 트는 중3 학생들을 제일 많이 만난다고 한다. 권 단장은 하고 싶은 걸 먼저 판단하고, 그다음 계획하고, 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메모를 하고, 틀에 갇히지 않은 사고로 타인과 경험을 공유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 과정을 인내하며 실천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신을 선택했다는 것은 이미 어느 정도 삶을 고민했다는 것이니 더 나아갈 수 있는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는 것이 휴먼북으로서 그의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권덕수 단장은 현재 속초관광수산시장 중앙상가 2층의 빈 상가에 입점할, 만19세부터 39세까지 사업자등록증이 없고 신용불량자가 아닌 상인지망생들을 모집하고 있다. 참신한 아이템이 있는 창업지원자들에게 창업지원 사업기간 동안 임차료와 인테리어비의 60%, 마케팅 등을 지원한다. 그는 전통시장 활성화방안과 연계해서 여러 가지 이벤트도 기획한다. 지난 17~19일에는 청년상인 최초로 블랙프라이데이 50% 할인행사를 시행해 3일 동안 1,000여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작년에 선정된 청년상인 창업지원자 중 일부는 1층으로 내려가고 현재 VR랜드, 가챠샵, 자수란다, 카페시오, 경원씨푸드, 타월세상 등이 청년상인창업자로 중앙상가 2층에 입점해 있다. 모두 그의 손길을 거쳤고 지금도 사이버상의 모든 경로를 통해 홍보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 모두가 도전과 열정의 경험으로 권덕수 휴먼북에 차곡차곡 기록되고 있다.
위나정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권덕수 단장
속초관광수산시장 청년상인창업지원단이 지난 17~19일 처음으로 블랙프라이데이 50% 할인행사를 열어 3일간 1,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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