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2시 29분경.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바다가 아닌 내륙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작년 9월 11일 경주 지진보다 규모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피해는 오히려 컸으며,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하루 앞두고 직장인의 출퇴근이나 관공서의 비상 대기, 심지어 주식시장의 개폐장까지 각종 조치를 취해둔 터라 그 혼란은 더욱 심각했다. 각종 피해 지원과 복구 및 지원 대책까지 정부는 발 빠르게 대응했으며, 이는 다음날 예정되었던 수능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지진 발생 후 약 4시간 30분 후인 오후 8시에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각 단위학교의 행동요령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온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포항 지진에 관한 얘기를 다시 꺼내려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대응과 교육부의 대응이 우리 속초지역 학생들에게 얼마나 빠르게 전달되었고 효과적으로 대응하였는지, 그리고 고3 학생들에게 취한 대응이 적절하였는지 짚어보려고 한다.
포항 지진 발생한 15일 오후 8시 교육부는 ‘고사장 예정 고교는 휴교한다’는 기자회견을 했고, 오후 8시~9시 사이에 속초고는 교무회의를, 속초여고와 설악고는 정상등교 문자를 학생들에게 발송했다. 이어 오후 9시~10시 교육부의 기자회견에 따른 휴교 지침이 교육청의 공문으로 각 학교에 통보됐고, 이에 속초고와 속초여고는 문자로, 설악고는 문자와 전화로 학부모들에게 휴교를 알렸다.
지진 발생 후 속초지역 고등학교들의 대응은 대체적으로 발 빠르고 적절했던 것으로 보이며, 특히 교육부와 도교육청 그리고 교육지원청의 비상대책체제를 통해 이뤄진 의사결정이 단위학교에 전해진 밤 10시경에는 전체적으로 일사불란하게 ‘이튿날 휴교’의 내용이 전해진 듯하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아쉬운 대목이 있다. 바로 ‘비상 연락망’이 각 학교와 담임 선생님별로 제각각이고, ‘문자’로만 보내거나 ‘밴드내 공지’만을 하는 등 학생들이 정말로 이 사실을 확인했는지를 알아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보다 큰 문제는 지진 발생 후 고3 수험생들에게 취한 각 학교들의 대응책이 미진했다는 것이다. 상당수의 고3 학생들은 수능 예비소집 이전에 간단한 요약노트와 풀어볼 극소수의 문제집을 제외하고는 모두 소각장에 버린다. 수능 자리배치를 위해 사물함을 비우고 학급 내 부정행위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폐기하기 때문이다. 지진으로 인해 수능이 연기되어 전국의 수험생 모두에게 1주일의 시간이 주어졌다. 이 시점에서 학교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공부할 자료가 부족한 학생들에게 요약정리집이나 모의수능 문제지를 적극적으로 배부해서 짧은 시간이라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었다면 아이들의 성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긴급한 상황에서 학교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관찰하고 나니 우리 지역의 부족함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자세’다. 시스템의 부족, 자료의 부족 등은 이차적인 문제다. 근본은 마음가짐에 있다.
김세형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지난 23일 이른 아침 속초고 앞에서 후배들이 수능을 치르는 선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양쪽으로 도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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