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열풍이 거세다. 도시재생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노후화된 기존 시가지의 인프라를 재정비하는 사업으로 공간적, 환경적으로 쇠퇴한 지역을 물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속초문화원(원장 김계남)은 도시변천사 기록사업의 일환으로 ‘도시재생’을 다각적으로 살펴보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도시재생 전문가인 추용욱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을 초청해 ‘도시재생 뉴딜정책과 속초시 추진방향’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펼쳤다. 향토사 연구소 위원과 문화예술계, 도시재생 관련 공무원까지 다양한 이들이 참석해 도시재생에 대한 뜨거운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16일에는 향토사 연구위원 등 20명이 도시재생 선도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의 도시재생 현장을 방문했다.
■마포 문화비축기지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옆 매봉산에 위치한 문화비축기지는 과거 석유비축기지가 있던 곳을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개선한 시설이다. 1973년 석유파동으로 원유 공급에 차질을 빚었던 정부는 당시 서울시민의 한 달 사용량 석유를 5개의 탱크에 채웠다. 22년간 철통보안 속에서 비상 석유를 보관했던 기지는 한·일 월드컵을 앞둔 2000년 안정상의 이유로 폐쇄되었다. 2013년 석유비축기지 활용 아이디디어 공모전을 개최하여 많은 시민이 참여하였고, 이후 국제현상 공모 당선작 ‘땅으로부터 읽어낸 시간’을 바탕으로 친환경 복합문화공간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이루어진 설계자문위원회와 시민 기획단인 탐험단을 구성하고 시민의 의견을 설계과정에 반영하여 2015년 말부터 공사를 시작하여 올해 새로운 도시재생 공간으로 재탄생하였다.
갑자기 떨어진 기온 때문에 문화비축기지는 을씨년스러웠다. 하지만 주말이면 입소문 때문인지 제법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고 한다. 주차를 한 후 입구에 있는 안내동에 들러 전체 구조를 파악한 후 둘러보면 좋다. 각각의 공간은 T0부터 T6까지 이름을 물려받았다. 기존의 5개 탱크는 공연장, 전시장으로 탈바꿈하였고 새롭게 신축한 1개의 탱크는 커뮤니티센터로, 임시 주차장이던 넓은 야외공간은 문화마당으로 바뀌었다.
가장 작은 탱크였던 T1은 전시와 워크숍을 할 수 있는 파빌리온으로 조성하였다. 밤에는 별을 관찰할 수도 있다고 한다. 방문 당시는 ‘미래기지’라는 주제의 전시가 열렸다. 입구에서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면 원형극장 같은 공간이 나온다. T2라고 불리는 이곳은 휴게쉼터이자 공연장으로 사용한다. 그 옆에는 T3가 있다. 5개의 탱크 가운데 유일하게 탱크원형을 그대로 보존한 곳이다. 과거 그대로의 모습을 확인하다보면 세계적인 유적지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T4는 15m 높이의 기존 탱크를 그대로 살린 복합문화공간이다. 전시와 퍼포먼스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T5는 1970년대 석유비축기지 시절부터 문화비축기지까지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새로 지은 T6은 T1과 T2를 해체하며 나온 철판을 재활용해 외관에 부착한 신축 건물로 강의실, 회의실, 카페티리아 등 커뮤니티 센터의 기능을 한다. 1층에서 2층까지 이어지는 경사로는 전시, 아카이빙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공간 전체를 둘러보고 나온 후 주차장 입구에 있는 컨테이너 건물을 발견했다. 마포 사회적경제공동작업장이라고 한다. 아직 제대로 입점해 운영되지는 못하지만 지역의 사회적 경제조직을 지원하며 다양한 실험을 추진한다고 한다. 문화비축기지는 문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공간을 연결하지만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는 곳이었다.
■서울로 7017
문화비축기지를 나와 30분 정도 이동하여 ‘문화역 서울 284’로 갔다. 이곳은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철도역사로 서울을 대표하는 철도역이었다. 지난 2003년 새로운 역사를 건설하면서 사용이 중지되었고 2011년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개방되었다. 이곳에서 열리는 전시는 대부분 무료이다. 방문 당시는 새공공디자인에 관한 전시 ‘안녕, 낯선사람’이 개최되었다. 공공디자인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전시로 표현한 전시회는 일반인에게 어려운 접근이었지만, 문화향유의 폭을 넓혀준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공간이었다. 문화역 서울을 빠져나오면 바로 만날 수 있는 곳이 ‘서울로 7017’이다. 국내 최초의 고가 보행로로 지난 5월 20일 첫선을 보였다. ‘서울로 7017’이라는 이름은 서울역 고가가 만들어진 1970년도와 보행길로 탈바꿈한 2017년, 고가와 이어지는 17개의 길을 뜻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도심재생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으로, 서울시는 2015년 서울역 고가를 전면 폐쇄한 뒤 2년간 공사를 진행했다. 1970년 개통된 서울역 고가는 2013년 재난위험등급 최하점인 D등급을 받아 철거될 예정이었으나, 박원순 시장이 공원화 계획을 들고 나오면서 공중정원으로 거듭났다. 이후 2015년 국제현상공모를 통해 네덜란드의 건축가 위니마스가 설계자로 선정돼 공사가 진행됐다. 서울로 7017는 관광안내소와 카페부터 목련무대, 달팽이극장, 장미무대, 방방놀이터 등 다양한 체험시설과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어 쉬고 거닐며 즐길 수 있는 공간이자, 645개의 원형화분에 총 228종의 2만4,085주의 다양한 수목을 식재한 아름다운 공중정원으로 조성되어있다. 사전에 서울관광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도보관광 프로그램을 예약하면 서울로 7017과 함께 서울역 일대의 다양한 역사문화유산과 관광명소를 서울문화관광해설사의 전문적인 해설을 들으며 탐방하는 체험도 할 수 있다.
11월의 ‘서울로’는 화려한 꽃이 지고, 무성한 나뭇잎도 모두 떨어져 서늘한 모습이 강했다. 하지만, 빌딩 숲과 숭례문 등 서울의 다양한 모습을 감상하며 걷는 재미는 서울에서 느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화단 곳곳에 새겨진 ‘문구’는 단순한 도보공간이 아니라 문화적 체험과 의미를 담으려는 시도처럼 보였다. 서울시는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올해 ‘서울로 잇다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중림동과 만리동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중림만리축제’를 개최했다. 사라질 수도 있었던 고가도로가 시민을 위한 보행도로로 바뀌고, 그 주변의 마을공간에서 지역적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주민참여 축제가 펼쳐지는 것이다. 도시재생이 단순히 낡은 공간의 리모델링이나 하드웨어 중심의 공간창출이 아니라 지역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주민중심 공간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기획이었다.
김인섭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문화비축기지’는 과거의 산업유산과 새로운 건축양식의 조화를 통해 시민중심의 문화공간으로 활용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문화역 서울 284’의 외관. 과거의 모습을 유지하고 시민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전시공간으로 만드는 기획은 도시재생의 기본인 듯 싶다. 이곳에서는 연중 다양한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서울로 7017’은 친환경 보행도로의 기능을 살리기 위해 645개의 원형화분에 총 228종 2만4,085주의 다양한 수목을 식재하였다. 또한, 장미무대, 방방놀이터 등 다양한 문화체험을 전달하기 위한 공간을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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