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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 ‘반올림’ 10년
“재발방지·제대로 된 피해보상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 / 속초 출신 고 황유미양 아버지 황상기씨 / 삼성 건물 앞 비닐천막서 세 번째 겨울 맞아
등록날짜 [ 2017년11월20일 15시35분 ]
공장에서 일하던 딸아이가 갑자기 백혈병으로 죽고, 죽음의 원인을 밝히겠다던 아버지의 몸부림에 주변사람들은 ‘자식 팔아서 돈 벌려고 한다’며 손가락질 했다. 자식을 잃은 어머님은 주위의 오해로 인한 따가운 눈총을 견디다 못해 설상가상으로 신경이 쇠약해져 치료를 받아야 했고, 오랜 기간 대기업과의 싸움에 부부의 삶은 날로 피폐해졌다.
싸움은 대기업과만 한 것이 아니다. 힘겹게 삶을 견디어가던 부부를 더욱 힘들게 했던 건 정작 딸아이가 다녔던 회사가 아닌 정부, 근로복지공단이었다. ‘산업재해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노동자 스스로가 질병 또는 사망의 원인이 사측에 있다는 것을 밝혀오라’는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얘기만 되풀이하는 정부 측의 대응에 다리가 풀려 주저앉은 것이 한두 번이던가.
하지만, 파면 팔수록 꼬리를 물고 나오는 의혹에 딸아이의 죽음이 억울한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며 이 악물고 고개 들어 앞만 보고 나오길 한 해 두해……. 그러다 보니 어느덧 응원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고, 뜻을 함께 하는 노무사, 변호사,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모여 하나의 단체를 만들었다. 그렇게 속초 출신 고 황유미양의 아버지 황상기씨와 함께하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 탄생했다.
 11월 20일은 반올림이 탄생한지 정확히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 사이 참 많은 일이 있었다. 황유미양이 사망한지 7년 만에 산업재해 판결을 받아 억울하게 죽은 영혼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을 것이며, 삼성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목숨 값이라며 500만원을 제시한 사실도 2016년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밝혀져 전 국민의 질타를 받으며 ‘반올림’이라는 단체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속초지역에서 억울하게 죽은 청춘들이 황유미양 하나 뿐인 줄 알았는데 속초고등학교 출신 1명, 동광산업고등학교 출신 1명이 더 있다는 것을 알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삼성과 합의한 그 부모들이 야속한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우리 자식의 일이 될 수도 있음을 인식하고 노동인권 교육에 보다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는 황상기씨의 얘기가 가슴에 남는 이유다.
 황상기씨는 각종 단체의 요청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의 강단에도 자주 선다. “화학약품의 위험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일을 시키는 기업들이 재발방지와 제대로 된 피해보상안을 내놓을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는 담담하지만 단단한 얘기가 가슴을 두드린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에서의 현실은 녹록치가 않다. 2년이 넘도록 진행한 서울 강남역 앞 농성장생활은 많은 활동가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고, 일부 언론과 과격 보수단체에서는 근거 없는 악랄한 비방으로 마음에 대못을 박았다. 디지털데일리, 뉴데일리경제 등의 인터넷 신문사의 악질적인 기사를 법원이 용납지 않고 벌금과 1000만원의 피해보상금을 선고한 작은 변화는 그나마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다. 하지만, 아직도 대기업 삼성이 버티고 있는 언론과 여론의 파워게임에서 반올림은 약자일 뿐이다.
 지난 10일 반올림을 응원하러 찾은 서울 강남역 8번 출구 노숙 농성장. 성벽처럼 버티고 선 삼성 건물 앞의 초라한 비닐 천막 안에서 마음에 스며드는 글귀 하나 보았다. ‘우리가 이긴다고 봄.’ 또 다시 찾은 혹독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그들에게도 봄이 올 수 있을까?
김세형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실제 주인공인 황상기씨와 이종란 노무사.
고 황유미양의 영정사진과 반도체 소녀상.
서울 강남역 8번출구 반올림 농성장. 추운 겨울을 세 번째 맞이한다.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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