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후원금을 기부하자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먹고사는 문제만으로도 벅찬데 정치인들에게 내 돈을 후원해달라는 얘기다. 다른 것은 다 올라도 내 월급만 안 올라서 분통터졌는데, 이게 무슨 혈압 올라가는 소리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해다. 얽힌 실타래는 풀어야 제 구실을 하듯이 오해도 풀어야 냉정한 판단이 가능하다. 그 전에 필자의 소소한 경험담을 먼저 풀어본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했을 무렵, 중학생이었던 큰형이 태워주는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학교 정문에 나를 내려놓은 형은 잊지 않고 100원짜리 동전을 세 개씩 쥐어주었다.
지금 기준으로 생각하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참 생각해야 하는 금액이지만, 당시에는 제법 넉넉한 군것질을 할 수 있는 돈이었다. 학교라는 낯선 환경 때문에 별로 내키지 않던 등굣길이었지만 용돈을 들고 학교 앞 가게로 내달릴 생각에 즐거웠던 당시를 떠올리면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형에게 그때 왜 자신의 용돈을 쪼개 나에게 나누어 주었는지 물어보지는 않았다. 시간이 흘러 아빠가 되어보니 어쩐지 형의 마음을 짐작으로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동생이 친구들과 어울리는 하루 동안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함께 자란 동생에 대한 우애, 내가 낳은 자식에 대한 애정. 어쩌면 양쪽 모두 책임감으로부터 시작되는 마음일거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가 뽑은 우리의 대표자들이 뜻한 길을 올곧게 헤쳐 나가기 위해 필요한 용돈을 내 손으로 줄 수 있다면, 그 또한 국민이라는 부모의 역할을 일부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부 정치인들이 당당하지 못한 돈에 관심을 보이는 것을 우리가 막을 수 있다면 정치에 대한 불신도 지금보다는 줄어들 것이다.
우리가 줄 수 있는 용돈인 정치후원금은 개인이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치인의 후원회에 기부하는 후원금과 중앙선관위가 모금하여 각 정당에 배분하는 기탁금으로 나뉜다.
특히, 우리 주변의 일선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1회 1만원 이상 소액의 정치후원금도 후원할 수 있고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을 공제받을 수 있다고 하니, 관심을 가져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자식이 잘못된 길로 가고 실수를 하면 부모는 당연히 충고하고 바른길로 인도해야 한다. 실망과 분노, 무관심과 의심은 그 다음이다. 부모의 책임을 다하고 난 다음 그래도 안 된다면 부모가 가진 강력한 권위를 이용하면 된다. 지금은 더 넓은 부모의 마음으로 다가서 보았으면 좋겠다. 세상을 가꾸는 노력이 있다면 세상은 결국 바른길로 향할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기부하는 소액의 정치후원금이 대한민국이 바른길로 갈 수 있는 미래후원금이 아닐까?
안오성
양양군선거관리위원회 지도홍보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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