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유행하는 말로 속초는 ‘핫(Hot)’한 도시이다. 고속도로와 철도 등 다양한 교통 인프라의 확대로 수도권과의 물리적·심리적 접근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지고 있으며,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국제 행사가 주변지역에서 개최되는 등의 호재가 많은 탓이기도 하다. 대규모 크루즈나 호텔 유치, 양양 국제항공노선 확대 등도 그러하다. 문화·예술을 포함한 각종 행사들도 과거에 비해 다양하게 치러지고 있어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좋은 이미지들을 심어주고 있다.
국제행사 역시 우리 지역을 소개하고 널리 알리는데 많은 기여를 한다. 특히, ‘세계적인 관광·수산 도시, 속초’의 위상에 걸맞은 다양한 국제 행사들은 속초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성을 나타내는 표식이기도 하다. 최근 우리 지역에서 개최된 국제 행사를 사례로 들어보며 향후 더욱 발전적인 국제행사를 치르는 성숙한 속초를 기대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쓴다.
국제행사에서 사용되어지는 영어표기는 항상 잡음이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영어권 국가에서 치러지는 행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럽다. 먼저 해쉬 행사 영어 현수막에 나타난 ‘강원도’ 표기를 예로 들어본다. ‘강원’은 영어로 ‘Gang Won’으로 표기하고 있다. 영어권 국가 사람들이 이 표기를 보면 강원도 지명의 유래가 ‘도둑들이 점령한 지역’에서 온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영문 ‘Gang Won’을 우리말로 직역을 하면 ‘과거에 갱들이 승리했다’이기 때문이다. 영어권 국가 지명들은 보통 사람이름에서 유래한 경우가 많다. 미국 ‘뉴욕(New York)’의 경우 1664년 요크 공작(Duke of York)이 영국 식민지인 미국의 뉴 네델란드(New Netherlands)를 얻고 그 이름을 ‘뉴욕’이라 한 것이다. ‘펜실베니아(Pennsylvania)’의 경우에도 윌리엄 펜(William Penn, 1644-1718)이라는 사람이 당시 영국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던 퀘이커(Quaker) 회원들의 피난처로 미국에 세운 식민지이다.
발음에 가까운 영어 철자를 사용하는 것이 외국어표기법에서의 약속이지만 나쁜 의미가 담긴 단어들의 조합은 피해야 한다. 강원도 차원에서 대책이 필요하다. 많은 돈과 시간이 소모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기업들이 새로운 이미지(C.I, Corporation Identity)를 만드는 것처럼 강원도에서도 영문 지명 철자를 바꾸는 제안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둘째, ‘축하합니다’의 의미인 ‘Congratulation’은 보통 뒤에 s를 붙여 ‘Congratulations’로 사용하는 것이 관용적이다. 이번 해쉬 행사에서 보면 ‘해쉬 개최를 축하한다’를 영어로 ‘Congratulation on Hosting...’이라고 s를 붙이지 않고 표기하였는데, 이 역시 외국인들의 관점에서 보면 불편한 부분이다. 덧붙이자면 요즘 자주 쓰는 휴대폰의 이모티콘이나 생일축하노래에도 ‘Congra~’가 등장하는데, 생일축하는 관용적으로 ‘Congratulation’이 아니라 ‘Happy’를 사용한다. ‘Happy Birthday’가 맞는 표현이다.
셋째, ‘해쉬’ 개최 지역을 표기하는데 있어 ‘대한민국 강원도 속초시’의 영어 표현은 ‘Sokcho City, Gangwon-do Province, Korea’로 ‘시, 도, 국가’ 순으로 표기해야 한다. 이 순서를 달리해서 표기하면, 예를 들어 이번 해쉬 행사 현수막에서처럼 ‘Gangwon, Korea, Sokcho City’로 표기하면 외국인들의 눈에는 속초시가 강원도와 대한민국보다 큰 도시로 보여 질 것이다.
영어가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언어가 된 계기는 17~19C 영국이 세계 많은 곳을 개척하며 무역을 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영국이 북미 대륙(지금의 미국, 캐나다, 멕시코)을 개척해서 생긴 식민지 중에 ‘미국’이 거대한 세계 초강대국이 되면서 미국영어가 세계어의 위치를 굳힌 것이다. 이 때문에 국제행사에서는 되도록 영어권 국가, 특히 미국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며 국가들 사이의 정서적인 ‘합의’이기도 하다.
향후 치러질 국제행사들은 국제행사만의 특징을 담아 준비단계에서부터 전문가들과 세부적인 논의를 거치는 것도 행사의 격을 높이는데 필요한 과정이라고 본다.
양용석
국제지역학·미국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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