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지적장애인 공동생활시설 선영그룹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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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아야 할 절박한 상황이라 일일호프 열었어요”/ 많은 이들 도움으로 성황리 마쳐 / 적자 운영…“인건비 지원 절실”

등록날짜 [ 2017년11월13일 11시20분 ]

“도움 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좀 올려주세요. 그분들 덕분에 세상이 따뜻하다는 걸 느끼며 살고 있어요.” 조미란(55) 선영그룹홈장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지난 5일, 속초 엑스포공원 내 ‘큐 엑스포 노래방&호프’에서 여성지적장애인 공동생활시설 선영그룹홈 ‘사랑의 리퀘스트 일일호프’가 열렸다. 비용을 전액부담하고 행사를 주관한 선영그룹홈 운영위원회 유문승 위원장과 운영위원들, 장소를 무상으로 제공한 진장수 대표, 은솔로타리클럽, 주방에서 묵묵히 봉사해 준 조미란 시설장의 지인들, 후원자들, 재능기부로 자리를 빛낸 이경숙, 김명길, 이명희 씨 일행, 심포네오 합창단, C&C듀엣 홍철·이동근 씨가 자원봉사자로 일했고 손님 500여 명이 찾아와 축제처럼 즐거운 분위기로 성황리에 끝났다.
사실 이번 일일호프는 선영그룹홈 시설운영비가 2백만~3백만원 정도밖에 남지 않았던 지난 9월,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타개책으로 갑작스레 결정된 것이었다. 그 돈으로는 겨우 한 달 정도 버티다가 문 닫아야 할 판국이어서 상황이 절박했다. 물론 준비과정도 쉽지 않았다.
“저는 누가 상 준다는 것도 싫고 그저 내게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면서 우리 애들이랑 먹고사는 걱정 없이 조용히 살고 싶어요. 하지만 어디 좋은 시설 있으면 우리 애들 거기 보내고 싶어요. 너무 힘들어서요…. 매일 아침저녁으로 씻기고 옷 갈아입히고 청소하고 침구도 일주일에 한 번씩 빨아야 해서 세탁기는 3년마다 고장이 나고, 이제 겨울인데 난방비걱정도 태산이에요. 애들 돌보는 것도 힘든데 매달 돈 걱정하는 것도 지치는 일이고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겉모양만 보고 다들 믿지 않으시죠. 하지만 매달 200만원씩 적자를 보니까 보다 못해 운영위원분들이 나서서 일일호프를 열게 되었죠.”
조미란 시설장에게 제일 바라는 게 뭐냐고 묻자 정부의 인건비 지원이라고 대답했다. 전 재산을 증여한 고 최선영 씨의 유지를 받들어 하는 사업이고 고인의 딸을 보살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선영그룹홈은 조미란 시설장 명의의 개인사업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 탓에 정부로부터 인건비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매달 시설운영비 조로 나오는 정부보조금 35만원과 입소 장애인 5명의 기초생활수급비 중 생계비 각 50만원 정도씩을 시설이용료로 받아서 근근이 생활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인건비 지원이 없어 원생들과 거의 24시간 같이 생활하며 근무하는 김숙자(62) 씨에게 최저임금조차 채워주지 못할 정도로 급여지급에 곤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룹홈 내에 상주하는 김숙자 씨는 정든 애들한테 발목 잡혀 휴가도 없이 지낸 지 7년이나 되었다. 부모도 돌보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밤낮없이 건사하는 것은 웬만한 사명감 없이는 해낼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일이다. 또, 시의 지도점검규정에 맞춰 제출할 그룹홈 관련 증빙서류들을 정리, 작성하고 각종 대외활동과 홍보활동, 후원금모금활동, 후원되는 부식까지 여기저기서 공수해오고 일주일에 한 번은 24시간 당직을 서는 등 온갖 뒤처리에 시간이 부족한 조미란 시설장의 수입 역시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 그룹홈은 두 사람의 헌신으로 번쩍번쩍 빛이 난다. 정말 먼지 한 톨 없이 잘 관리되어 있다. 인터뷰할 동안 동네 주민들이 와서 뭘 묻고 잔돈을 바꾸러 찾아왔다. 장애인시설이라기보다 그냥 동네의 한 가정으로 보고 있는 것처럼 이웃으로 잘 스며들었다. 이렇게 자리 잡은 그룹홈을 자금난으로 잃는다는 것은 지역의 커다란 손실이다. 이번 후원에 힘입어 앞으로도 계속 지역의 보배로 자리하기를 기원해본다.
<문의: 010-6789-3375, 033-635-3109, 후원: 농협 301-0020-1467-61 선영그룹홈>
위나정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선영그룹홈 사랑의 리퀘스트 일일호프가 지난 5일 진장수 대표가 무료로 장소를 제공한 ‘큐 엑스포 노래방&호프’에서 성황리에 끝났다.

선영그룹홈 조미란(가운데) 시설장과 김숙자 상주지도원, 원생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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