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 아니 우물 안 명문대이다. 지난 10월 25일 미국의 세계적 권위지인 US뉴스 앤 월드 리포트가 선정한 2018세계대학순위에서 서울대가 세계 123위로 국내 1위를 하였다. 고려대 274위, 교수들이 부러워하는 연구실적 1위로 교수 개인당 연구비 수주 6억원에 이르는 과거 포항공대인 포스텍은 무려 296위를 기록했다. 연세대는 307위에 머물고 있다. 전 세계 대학을 놓고 보면 그야말로 국내 명문대학들은 별 볼일 없는 대학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명문대만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없는 ‘명문대’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전 영역을 주도해왔기 때문이다. 수험생의 2%만이 입학이 가능하다보니 졸업하면 인생길의 출세대로가 열려있었다. 머리 좋은 그들이 먼저 차지하기 때문에 일반대학 졸업자는 취업경쟁에서 항상 밀려난다. 요즘 유행하는 시쳇말로 넘사벽이다. 글로벌시대 필수인 토익 평균성적만 해도 명문대생들을 따라잡을 뾰족한 묘안이 없다. 한마디로 이들을 이길 방법이 없다.
아이러니 하게도 사람들은 좋은 대학을 나오면 인격과 인성도 좋은 줄로 착각한다. 그래서 비명문대생들은 이래저래 항상 뒷전으로 밀려난다. 우리사회의 엄연한 현실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전직 대통령은 서울대를 대학서열화의 주범으로 간주하고 없애겠다고 했었고, 최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런 주장을 하고 나섰다. 이런 단편적 발상은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 왜냐하면 서울대를 끌어내려서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각이 거기에만 머물면 패배주의적 비참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그처럼 많은 학생들이 명문대 프레임에 걸려 있다. 한마디로 명문대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명문대를 이길 수 있는 비법이 있다. 시장경제 논리로 말하면 틈새시장이 있는 것이다. 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명문대생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영역에서 앞서면 된다. 이것을 다른 말로 개인에게는 차별화 전략이고, 대학과 집단에서는 특성화 전략이다.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두각을 나타내면 그들을 이기는 것이다. 세계 톱 순위인 미국의 하버드나 MIT 아니면 영국의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대학을 나오면 되지만, 일반 학생들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신 지혜가 하버드고 옥스퍼드면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희망이 있다.
필자는 할 수 있는 것에서 앞서는 것을 경쟁력이 아닌 전투력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경쟁력은 상대방과 겨눌 수 있는 힘을 의미하지만, 전투력은 승리할 수 있는 역량이다. 경쟁력은 다른 사람과의 비교우위가 목적이지만, 승리는 상대방 뿐 아니라 내부의 적과도 싸워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어려운 내부의 최대 난적은 바로 자신이다. 성경의 기록이다.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 보다 나으니라”(잠언16:32)
또 다른 하나는 자기개혁이다. 사람들은 원인을 찾는 일에 있어 자기로부터의 사고에 매우 인색하다. 예를 들면 사실은 돈 가치가 떨어진 것인데, 사람들은 물가가 올랐다고만 말한다. 건강관리를 잘못해서 저항력이 떨어져 병이 생겼는데, 사람들은 병에 걸렸다고만 말한다. 사실은 공부하지 않아서 실패했는데, 사람들은 시험문제가 어렵다고만 말한다. 잘못된 결과의 바른 원인규명을 위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개혁해야 하는데 남 탓만 하기 쉽다.
필자는 올해도 학생들 논문지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ROTC 학군사관후보생과 공동작업으로 한국연구재단이 인정하는 한국전자통신학회 논문심사를 통과했다. 2018학년도 전국대학 ROTC 임관예정자 4천여 명 가운데 학술지인용색인(KCI)등재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유일한 학부생이 될 것이다. 명문대의 프레임을 벗어나서 이길 수 있는 차별화를 꾀하기 위함이다. 할 수 있는 일에서 앞서면 그것이 명문대를 이기는 비법이 아니겠는가!
최철재
경동대 교수·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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