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간 속초시민과 함께 해온 현대약국이 이달 초순 문을 닫는다. 현대약국 윤종구(79, 사진) 대표는 지난달 31일 “도시개발로 약국을 비워줘야 해 처방 조제를 오늘까지만 한다”고 밝혔다. 다만 “고객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열흘 정도는 일반 의약품 판매를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대약국은 속초시가 시로 승격한 지난 1963년 9월 11일 문을 열었다. 충북 청주시가 고향인 윤 대표는 군을 제대하고 바로 속초로 와 현대약국을 개업했다. 현대약국은 시내 속초약국과 십자약국, 청호동 오구약국에 이어 속초에서 네 번째로 개업했다. 현대약국이 폐업하면, 속초지역 ‘1세대 약사’들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
현대약국이 있는 속초신협 인근 일대에는 고층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대약국은 개업 당시부터 시청 맞은 편 건물에서 영업을 해오다 의약분업 시행으로 5년여 전 현재의 자리로 이전했다.
윤 대표는 “그동안 한결같이 성원해준 고객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며 “그동안 열정과 애환이 담겼던 약국을 접는다고 생각하니 서운함이 앞선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인터뷰 중간 중간 감정이 복받친 듯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고객들에게 폐업 사실을 알리기 위해 약국 앞에 부착할 현수막을 펼쳐 보일 때는 목이 메인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현수막에는 “그동안 한결같은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본 약국은 도시개발사업으로 54년간의 영업을 마치고자 합니다. 그동안 저희 약국을 애용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현대약국이 폐업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이날 약국을 방문한 손님들은 현수막을 들고 있는 윤 대표를 보고는 깜짝 놀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부인 공병현(74) 씨는 “아직 건강한데 갑작스레 약국 문을 닫게 돼 너무 서운하다”며 아쉬워했다.
윤 대표는 “사실 도심 쪽으로 옮겨 약국을 더 운영할 생각도 했는데, 후배 약사들과 경쟁하는 것이 선배로서 좋은 모습은 아닌 것 같아 그만 접기로 했다”며 “남은 여생을 지역을 위해 봉사하는데 힘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지난 88년 약사 윤리강령을 성실히 이행하고, 국민보건 향상과 지역사회 발전에 헌신해온 약사들에게 주는 ‘약연상’을 수상했으며, 각종 봉사활동으로 대통령 표창과 국무총리·보건사회부 장관 표창, 속초시문화상(지역개발 부문) 등을 수상했다. 초대 속초시의원을 지냈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54년간 현대약국을 운영해 온 윤종구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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