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6일부터 29일까지 속초 일원에서 ‘2017 팬아시아 해쉬대회’가 열렸다.
대한해쉬협회가 주최·주관하고 강원도와 속초시가 후원한 이번 대회에는 32개국 해쉬동호인 3,400여명이 등록했고, 가족과 관계자 등 5,000여명이 참가했다. 참가국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브루나이가 60%로 가장 많았고, 사드 여파 우려에도 중국이 20%, 나머지 동남아 국가들과 유럽, 미주 등에서 20% 가량이 참가했다.
대회는 첫날 ‘레드 드레스 런’ 이벤트를 시작으로 본 행사인 해쉬런을 비롯해 각종 파티와 공연 등이 진행됐다. 2019년 개최지는 투표결과 중국 장가계로 결정되었다.
대회 2~3일 전에 입국해 관광을 즐기다 대회에 참가한 외국 해셔들과 대회 종료 후 관광에 나선 해셔 및 가족들도 많았다. 역대 유례없는 외국인 참가자들로 숙박업계와 음식점 등은 많은 외국인 손님들을 맞았다.
속초시 관계자는 “이번 해쉬대회는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지역의 외국인 관광객 수용태세를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관계자들과의 피드백 평가를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도록 하겠다” 고 했다.
설악산 정규 탐방길로만 제한 한계
속초시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2020 인터 해쉬대회’유치에도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0년 인터해쉬’를 유치하려면 최우선 전제조건이 코스개발이다.
이번 대회 코스설계에 참여한 김정보 속초해쉬클럽 부회장에 따르면 대회 메인이벤트인 ‘해쉬 런’의 코스 설계가 속초가 안고 있는 협소한 장소로 인해 어려웠다고 한다. 해쉬는 도심과 숲, 강변을 아우르는 미지의 길을 만들고 그 길을 찾아 달리는 어드벤처 러닝 운동이다. 선두인 토끼그룹이 표식을 남기며 출발하면 나머지 회원으로 구성된 사냥개 그룹이 그 흔적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미지의 길을 만들어야 되는데 설악산은 정규 탐방길 이외는 들어갈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속초 일원에 단거리(5㎞), 중거리(7㎞), 장거리(10㎞), 볼 브레이커(27㎞) 등 총 20개 코스 개설을 설계했지만, 장소 마련이 여의치 않아 강원도와 협의 끝에 평창, 인제, 고성에 각각 3개 코스씩 개설하고 속초는 11개 코스를 운영했다. 해셔들이 속초에서 버스로 이동해 평창과 인제, 고성 코스를 돈 후 저녁에 다시 속초로 돌아왔다.
외국 해셔들이 가장 보고 싶은 곳은 역시 예상과 같이 동해안 DMZ에서 북한지역을 가까이에서 보는 것이었다. 꽤 많은 해셔들이 고성 통일전망대를 방문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고성 화진포 코스를 달린 해셔들은 통일전망대까지 둘러봐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역대 단일 행사로는 가장 많은 외국인이 속초를 찾았지만, 해쉬 대회가 무슨 행사인지 생소해 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시민들이 해쉬에 대해 알아야 함께하고 응원하는 축제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해쉬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속초해쉬클럽 주관으로 평상시에도 종종 해쉬 행사를 열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마태오 KMT대표, 박재복 강원도 녹색국장과 함께 이 대회 유치의 숨은 공로자인 권병하(68･세계한인무역협회 명예회장･말레이시아 헤니권 코퍼레이션) 회장은 지난 10월 27일 개막식 참석 후 가진 만남에서 속초대회에 대해 코멘트 했다.
그에 따르면 해쉬는 원래 팬티에 티셔츠를 입고 숲, 산 등 코스를 걷거나 뛰는 경기이다. 빈부, 인종, 지위, 연령 고하를 막론하고 스스럼없이 사람들과 소통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하여 간단히 배낭을 메고 음료수를 소지해 코스를 즐기며 격의 없이 대화하는 장이 대회의 취지이다. 대부분 동남아시아인들은 나이 50세면 직장에서 은퇴한다. 이들 대부분은 저렴한 형태로 즐기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숙박비 등에 부담스러워한다. 해셔들을 설악동과 시내 게스트하우스로 유도했지만, 주말과 겹쳐 요금이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속초 기억할 기념품 판매 했으면…
이번 대회는 조직위원회에서 제공하는 기념 티셔츠를 제외하곤 기념품이 전혀 없었다. 사회적 기업이나 사회단체, 지역 업체가 속초를 기억할 수 있는 비싸지 않은 소품(자석형 기념품, 열쇠고리, 티셔츠, 모자 등)을 만들어 외국 해셔들에게 판매하는 코너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행사유치의 궁극적 목적은 지역경제 활성화이다. 지역 상인들과 주민들에게 조금이라도 혜택이 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슬람권 할랄은 이제 옛 이야기로 말레이시아의 경우 회교 의장국이지만 돼지고기나 술, 노래 등 유흥을 즐긴다고 한다. 외국 해셔들이 속초에서 신나게 돈을 쓰고 갈 수 있도록 하는 동선이 구축돼야 한다.
이런 일도 있었다. 인도에서 온 해셔들이 적십자봉사대의 적십자를 보고 십자가로 알고 거부반응을 보이고 적십자봉사대원들이 배식봉사를 하자 밥을 거부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물론 적십자에 대한 이해부족 때문이지만 종교를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자원봉사 복장으로 통일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일부이긴 하지만, 택시 바가지요금도 지적됐으며, 거리현수막 일부와 개막식 대형 현수막의 영문표기 오류도 있었다.
속초뿐 아니라 설악권으로 범위를 넓혀 코스를 개발하고 이번 아시아대회에서 노출된 운영 상 문제점을 보완한다면 ‘2020년 인터해쉬’는 분명 유치해볼만한 매력 있는 대회라고 본다.
이수영 전문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17 팬 아시아 해쉬대회 개회식이 지난달 27일 오후 5시 속초종합경기장에서 열렸다. <속초시 제공>
해셔들이 지난달 28일 해쉬런 코스로 출발하기 위해 속초종합경기장에 모였다. <속초시 제공>
지난달 26일 엑스포 광장에서 ‘레드 드레스 런’ 출발전 여성 참가자들이 인형들과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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