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 보였다. 고향 속초에 양조장을 차리고 지역술을 만들고 싶은 꿈을 발효시킨지 10여년. 기회는 우연히 찾아오고 선택의 순간은 짧았다. 오성택 대표는 지난 7월 속초 이목리에 있는 설악프로방스 배꽃마을(주)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언론계에서 출발하여 홍보마케팅으로 잔뼈가 굵은 출향인이다. 인생 2막을 양조장으로 정하고 ‘속초술’의 전국화를 고민하고 있는 오성택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 있다가 양조장의 대표이사로 귀향했다. 어떻게 대표를 맡게 되었는가?
△사회생활의 첫 출발은 언론계였다. 2008년 정보화마을사업 운영 쪽 일을 하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에서 대외협력 일을 했다. 마흔 즈음부터 고향 속초로 돌아가는 꿈을 계속 꾸었던 것 같다. 속초에 돌아오면 어떤 일을 할까 생각할 때 떠오른 일이 양조장이었다. 속초의 청정한 이미지와 관광도시가 겹쳐지면서 ‘지역술’ 공부를 했다. 지난해 우리 회사의 ‘설이주’가 강원명주 육성사업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속초에도 양조장이 있는 것을 알았다. 마침창업자를 잘 알고 계시던 선배의 소개로 인연을 맺었다.
가장 주력상품은 ‘속초생탁’
-아무리 원하는 일이라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다. 어떤 점이 매력이었나.
△술을 만드는 이의 진심과 속초라는 환경이 통했다. 창업주가 설악산 비선대에서 20년동안 막걸리와 머루주를 담가오며 노하우를 많이 갖고 계신 분이었다. 좋은 재료에 맛없는 음식이 없듯이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술을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생산하고 있는 술의 라인업이 탄탄한 점도 매력이었다. 주력 술이 막걸리이지만 수출용 ‘인삼주’와 프리미엄 소주 등 다양한 타깃을 갖고 있어 확장성이 좋았다. 하지만 이런 매력을 제대로 드러낼 수 있는 홍보마케팅이 약했다. 창업주가 술을 잘 만들고 직원들 모두 나름의 노하우가 있는데 지역성을 넘어 대중적인 브랜드로 만드는 것에는 한계가 보였다. 그동안의 경험이 배꽃마을 양조장의 제품을 더욱 빛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아직 속초에서 생산되는 술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시민도 많다. 회사 제품의 특징에 대해 설명해 달라.
△ 앞서도 얘기했듯이 우리 회사 술이 모두 맛있는 편이다. 지역술이니까 사랑해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속초의 청정자연이 고유의 술제작 방법과 만나면서 대표명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주력상품은 ‘속초생탁’이다. 전통방식 그대로 생쌀을 하루 종일 쪄서 발효시켜 만들기 때문에 효모가 살아있어 전통의 맛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 특징이다. 개성이 강하지는 않지만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대중성이 강점이다. ‘솔향 옥수수 동동주’는 옥수수 전분을 함유해 토속막걸리로 사랑받고 있다. 프리미엄 소주도 2종류 있다. 주정만으로 만드는 화학식 소주가 아니라 감압증류방법으로 증류하는데 100% 해양심층수로 만들어 미네랄이 부드럽다. 18도짜리 ‘좋은설 소주’와 지난해 강원명주로 선정된 40도짜리 ‘설이소주’가 있다. 이밖에 새싹인삼을 넣어 건강에 유익한 ‘설이인삼주’도 수출용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프리미엄 ‘설이소주’ 강원명주 선정
-홍보 마케팅쪽으로 경험이 많은 편인데 지역술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 묘안이 있는지.
△제품이 묘안이다. 국순당이나 배상면주가도 지역에서 출발하여 제품을 인정받고 전국적인 술이 되었다. 우리 제품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최근 유명 셰프인 박찬일 셰프의 ‘광화문국밥’에 속초생탁이 들어갔는데 판매량도 다른 막걸리보다 좋고 맛에 대한 인정도 받고 있다. 속초생탁은 전국구 강자들과 겨뤄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속초’가 주는 청정이미지도 한몫한다고 본다. 앞으로 스토리를 조금 더 입히면 속초의 대표이자 전국구 술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설 소주’는 제품의 강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퀄리티에 비해 브랜드가 약하고 지역의 정체성과도 좀 안 맞다. 증류주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편인데 기존의 화학주에 입맛이 길들여져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증류식 소주에 대한 소비가 일어나면서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설이소주’는 일반 소매점 유통은 하지 않고 있다. 프리미엄인만큼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술이기 때문에 충분히 준비를 하고 난 후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예정이다. 맛에 대한 보증은 지난해 강원명주에 선정되면서 입증되었다고 본다.
“企業報鄕(기업보향, 우리가 키워서 고향에 갚는다).” 오성택 대표의 책상 뒤편 족자에 있는 글로 본인의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설악 배꽃마을 양조장은 이미 매출의 15%를 사회에 기부하고 있다. 오성택 대표는 보다 큰 꿈을 가지고 있다. 연간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속초의 지역술을 제대로 키우는 과정 자체가 속초 브랜드 상승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지역 양조장의 성공은 우리 농산물 소비와 전통문화의 전승이라는 측면에서 살아있는 문화콘텐츠이다. 홍보 마케팅 전문가의 손길이 어떤 문화를 만들어낼지 기대해 본다. 김인섭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기자출신의 오성택 대표는 설악 배꽃마을 양조장이 지역성을 담되 지역을 넘는 브랜드가 되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제품의 리뉴얼과 홍보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다.
강원도 명주로 인정받은 ‘설이소주’(왼쪽)는 진도 홍주, 안동소주와 동일한 병에 담겨 판매된다. 그 품질이 전국적인 명성의 전통술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의미다.
지역술이기는 하지만 대중적인 막걸리부터 프리미엄 소주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형성한 점이 설악 배꽃마을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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